돈은 요물이다. 온간 선악을 몰고 다닌다. 그것에 매달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배척할 수 있도 없다. 매달리면 돈의 노예가 된다. 배척하면 세상 살기가 어렵다. 그래서 주위의 생각 있는 사람들은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의 원칙을 정하고 살아간다. 가깝게도 그렇다고 너무 멀게도 하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런데 말이 쉬워 '불가근불가원'이지 이 원칙을 지키며 사는 것은 고수의 줄타기처럼 위태롭다. 여차하다간 줄에서 떨어지기 쉽다. 그래서 늘 조심해야 한다. 요즘 정의기억연대가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더 정확하게는 이 단체를 이끌다 더불어시민당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윤미향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 언론은 제철 만난 물고기들처럼 온갖 정보를 끌어들여 윤미향을 끌어내리려고 한다. 미래통합당을 비롯한 보수 정당들도 보수언론의 윤미향 공격에 화력을 보태고 있다. 조국을 무차별 공격해 낙마에 성공한 것처럼 윤미향 등원을 저지하겠다는 결기가 엿보인다. 과연 그들 의도대로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나는 윤미향의 등원에 대해 두 가지 점에서 지지하고 격려의 박수를 보낸 바 있다. 하나는 시민운동 30년 헌신이면 의정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으리라고 보았다. 과거엔 사람과 재력 또는 연줄로 쉽게 국회의원이 될 수도 있었다. 그에 비하면 윤미향의 시민운동 30년은 그 무엇보다 값지고 든든한 배경이 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윤미향이 이끌어 온 정의기억연대의 역사적 기여이다.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란 이름으로 활동해오다가 영역을 확대 개편해 한일 관계를 넘어 정신대 문제를 국제적으로 확산시킨 공로가 있다. 아직도 제국주의의 논리에 빠져 과거 피식민지 나라를 대하고 있는 일본 등에 대해 적절한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

▲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앞에서 열린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1439차 정기 수요시위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OhmyNews 권우성 기자).

그 장치의 국회 내 적임자로 윤미향만한 사람이 없다고 본다. 그는 일본이 두려워하는 몇 안 되는 한국인 중 한 사람이다. 윤미향으로 인해 앞으로 한일 관계가 대등하게 바뀔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돈 몇 푼으로 또 식민지 근대화론 따위의 왜곡된 역사관으로 더 이상 관계할 수 없다는 것을 일본은 누구보다 잘 안다.

윤미향을 끌어내리려는 쪽에서 들고 나오는 것이 역시 돈 문제이다. 돈 문제로 얽어맬 때 거기서 자유로운 단체나 개인은 많지 않을 것이다.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 언론 나아가 정당에 이르기까지 세무조사에서 자유로울 단체 및 기관은 한 군데도 없다. 과거 불의한 정권에선 '세무사찰'을 길들이기의 유용한 무기로 사용하기도 했다.

어느 단체든 회계가 투명하면 그것같이 좋을 게 없다. 그러나 현실은 쉽지 않다. 지금 많이 달라졌겠지만 내가 활동하던 3,40년 전 만 해도 시민단체의 투명 회계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었다. 후원금을 내는 사람과 단체가 익명으로 처리해 달라는 곳이 많았기 때문이다. 시민단체 후원에 불이익이 따르는 것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지금 조중동을 비롯해 극우 진영에서 '돈'의 용처를 매개로 윤미향을 무차별 공격하고 있다. 오늘 자(5월 16일) 조선일보 사설을 보니 '조국 수호 이어 윤미향 수호 나선 여권'이란 제목의 사설까지 동원하고 있다. 조국까지 다시 소환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은 말해두고 싶다. 조국의 범죄에 확정된 게 하나도 없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국을 중범죄인이라도 되는 듯 망을 친 자들은 보수정당과 조중동 등 언론이었다. 검찰이 거기에 발 맞추어 행동하고…. 사람도 그렇고 단체도 마찬가지다. 한 일에 대한 범죄 여부는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잘 한 일은 쏙 빼놓고 사소한 것을 빌미로 전체를 무너뜨리려는 것은  의도 자체가 불순하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원래 정파의 논리에 갇혀 말하기를 즐기는 사람들이다. 언론이 거기에 같이 춤추어서는 안 된다. 팩트(사실)를 적시한 뒤 언론사의 입장(평가)을 덧붙이는 것이 사회적 공기라고 하는 언론의 기본자세이다. 그러나 보수언론은 개연성을 확정적인 것처럼 기사를 쓰고 있다. 과연 누구를 위한 언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아마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조중동 등 보수 언론의 범죄행위를 이런 식으로 기사화한다면 차고 넘칠 것이다. 더불어시민당과 정부 여당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윤미향 문제에 대해 한 치의 물러섬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극우진영의 특징 중 하나는 양보하면 더 달라고 떼쓰는 것이다. 차제에 그들 주장에 족쇄를 채우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시민당을 포함한 정부 여당은 윤미향 문제에 있어서 한 치의 물러섬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극우진영은 하나 내 주면  열을 달라는 논리에 익숙해 있다. 이 문제는 우리 현대사에서의 역사 왜곡 문제와 연결되어 있고 한국과 일본의 역학 관계와도 결부되어 있다. 지금 일본 우익에서는 보수언론과 야당의 윤미향 끌어내리기를 기뻐하고 있다지 않는가.

반일 시민운동 30년 경력의 윤미향은 우리에게 귀한 존재이다. 의도성을 가진 친일세력의 침소봉대 공격에 의연하게 대처하기를 권한다. 저들의 의도는 뻔하다. 지난 총선 참패의 결과를 성찰과 반성의 기회로 삼기보다 윤미향을 고리로 반격의 디딤돌로 삼으려는 것이다. 이 문제는 역사 속의 중요 사안으로 인식해야 한다.

이명재 목사(본 신문 발행인, Ph. D)

영국의 사가(史家) 아놀드 토인비(Arnold Joseph Toynbee)는 역사를 도전과 응전으로 설명하고 있다. 단재 신채호는 아(我)와 피아(彼我)의 투쟁으로 보았다. 지음 우리는 역사의 어느 지점에 와 있는가. 친일 세력을 청산하지 못한 결과가 이런 모양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역사에 죄 짓는 일을 더 이상 반복해서는 아니 될 터이다.

발행인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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