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올갱이국 한 그릇.... 

태생이 시골이다 보니 입맛이 고급지게 변하지를 못했습니다. 오래전부터 어머니가 해주시던 그런 음식을 지금도 좋아합니다. 
고디국도 그중의 하나입니다. 
섬진강의 재첩국 만큼 맛도 있지요. 
제가 사는 김천에서는 "고디국"이라 하는데 요즘은 어딜 가나 "올갱이국"으로 불리는 느낌입니다. 

네이버에 검색을 해보니 "다슬기"가 표준말로 나오네요. 다들 아시다시피 다슬기는 우리나라의 어느 계곡이나 시냇가 저수지에는 아주 흔하게 있지요. 
이렇게 흔한 먹을거리인지라 지역마다 이름도 제각각입니다.  경남에서는 '고둥', 경북에서는 '고디', 전라도에서는 '대사리', 강원도에서는 '꼴팽이', 충청도에서는 '올갱이' 등등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고 합니다. 그러니 아무렇게나 불러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제가 어릴 적 고디를 잡는 일은 대부분
누이들의 몫이었습니다. 따뜻한 봄이 오면 주전자를 들고 냇가로 나가지요. 배가 고픈 줄도 모르고 허리를 꾸부려서 고디를 잡습니다. 한 됫박 주전자에 가득 채워야 집으로 갈 수가 있답니다.
(이것도 경쟁인지...옆 집 순이보다 
적게 잡아서 집으로 갈수는 없겠지요)

집으로 돌아오면 먼저 커다란 고무방티에다가 고디를 넣고 해감을 시킵니다. 하루정도 지나면 제 몸속에 있던 나쁜 찌꺼기들을 깨끗하게 뱉어 낸답니다. 다음 날 저녁 무렵에는 고디를 냄비에 넣고 소금 간을 해서 삶는답니다.
다 삶았으면 누이와 저는 담벼락의 탱자 가시를 잘라서 하나하나 알갱이를 발라냅니다. 그 사이 엄마는 국을 끓일 준비를 하구요. 최고로 좋은 나물은 아욱이겠지만 어디 아욱이 흔했나요.
그냥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넣고 국을 끓입니다. 부추도 좋고 얼갈이배추, 풋마늘도 괜찮습니다.
그날 저녁은 비록 보리밥이지만 두 그릇은 게 눈 감추듯 뚝딱 해치웁니다.
...  ...  ...
벌써 세월이 많이 흘렀습니다. 
고디를 줍던 누이는 70살을 바라보고 맛있게 고디국을 끓여주시던 어머니는 저도 알아보지도 못하고 요양원에 누워 계시네요. 이런 것이 인생인가 봅니다.

어쩌겠습니까....그래서 지금은 고디국이 먹고 싶을 때면 이웃 영동군 황간면으로 달려갑니다. 이름은 안성식당이지만 충북 영동군 황간면에 있답니다. 주인장 말씀으로는 3대째 업(業)을 이어오고 있다네요. 
몇 년 전만 해도 면소재지의 허름한 식당이었는데 장족의 발전을 했습니다. 조금 떨어진 곳에다 깔끔하게 건물을 새로 지었더군요. 기분 좋은 일이지요.
어떤가요? 날씨가 꾸무리한 날...
봄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날...
한 그릇에 8,000원!! 허기진 배를 채우기도 하지만, 허전한 마음까지 살찌우는 최고의 음식이 아닐까 생각을 합니다.

문홍연  gcilbonews@daum.net

문홍연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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