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합니다. 아니, 자축이라도 해야겠네요. 김천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오랜 염원이었습니다. 생각은 간절하지만 실행하긴 쉽지 않은 일이 박물관 건립입니다. 예산만 가지고는 안 됩니다.

이 말을 이해하실 거예요. 건물만 웅장하게 건축한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건물보다 더 중요한 것이 내용입니다. 명칭이 '박물관(博物館)'이니까 많은(博) 유물(物)로 채워야 하는 거잖아요.

또 박(博)은 '많되 시대적으로 골고루 갖춰져 있어야 한다'는 뜻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역사시대뿐 아니라 그 이전 선사시대의 유물도 확보하고 있어야 합니다.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짐작이 가시지요?

'원시-고대-중세-근대-현대'를 통시적으로 조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 김천은 삼국시대 감문국부터 시작해서 ‘신라-고려-조선-현대’라는 한반도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자랑스런 지역 아닙니까.

박물관의 필요조건이 갖추어졌다 해서 충분조건까지 자동으로 해결되는 건 아닙니다. 충분조건을 '충족'시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습니다. 이런 데도 시립박물관 건립을 추진하는 것에 박수를 보냅니다.

김천시립박물관 건립을 응원합니다. 간난(艱難) 뒤에 오는 기쁨을 알기 때문입니다. 시작은 좋았지만 결과가 빈약해서는 안 되잖아요. 김천시민 민관(民官) 모두가 힘을 합쳐 내용을 채워 나가야 합니다.

박물관의 전시물들은 공공재에 해당합니다. 공공재는 전 시민이 보고 즐길 수 있는 재산이란 뜻입니다.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문화재적 가치가 있는 것을 시립박물관에 기증해서 시민 모두의 것을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시립박물관은 이 기증품을 관리 보관하면서 시민 학습의 도구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이때 걱정되는 것이 두 가지 있습니다. 첫째는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문화재를 기증할 수 있게 하는 동기부여가 되느냐 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기증한다고 해도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것은 문화재는 그 수에 있어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김천에서 발굴된 유물이 1만 여 점이고 그 중 우선 600 여 점을 시립박물관에 전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을 알 수 있을 거예요. 지역 박물관이 제 역할을 하려면 적어도 1만 점 이상은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겠지요. 여기서 요청되는 것이 관내 소재 종교 기관의 유물 협조입니다.

우리 김천은 불교의 세가 강한 지역입니다. 직지사 청암사 등은 천년 고찰에 속합니다. 특히 직지사는 성보박물관을 갖고 있습니다. 2,800 여점의 지정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는 만큼 시립박물관에 대여 전시하는 것도 생각해 봄직 합니다.

그밖에 기독교 천주교 동학 등 관계 기관의 협조도 구해야 하겠지요. 우리 민족 전통 문화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불교 문화재에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찾아보면 여타 종교의 것도 있을 거예요. 찾기에 앞서 자발적인 기증을 기대합니다.

연면적 5,214 ㎡ 3층 규모면 좁은 면적이 아닙니다. 공간이 허락된다면 지역 출신 예술가들의 작품 전용 코너도 생각해 볼 수 있겠지요. 작품성이 뛰어난 미술ㆍ서예ㆍ도자기 등을 기증 받아 상설 전시하는 것입니다. 

저는 각 지자체를 방문할 때마다 그 지역의 도서관과 박물관 미술관 등을 일부러 찾습니다. 그리고 점심은 가급적 시ㆍ군청 구내식당에서 합니다. 이 정도만 살피면 그 지자체의 수준이 대충 나오거든요.

이명재 목사(본 신문 발행인, Ph. D)

김천시립박물관이 건립 취지에 맞게 개관되어 잘 운영되기를 바랍니다. 민관이 하나 되어 힘을 모을 때 가능한 일입니다. 개관은 해 놓고 자기 역할을 못할 때 자칫 천덕꾸러기가 될 수 있다는 것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이명재  lmj2284@hanmail.net

이명재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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