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투표를 하게 될 만 18세 청년들에게

이명재 목사(본 신문 발행인, Ph. D)

코로나19가 수그러드는 것 같아 조금은 가벼운 마음입니다. 고통 받는 국민들 그리고 의료진 등 수고한 사람들을 생각할 때 코로나19 바이러스도 사라지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역병(疫病)이 두려워하는 것이 사랑과 헌신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사태로 인해 21대 총선을 연기해야 하지 않느냐는 말이 나왔었지만 이내 잠잠해졌습니다. 왜냐하면 총선 날짜는 법으로 정해져 있거든요. 이번 총선은 어려운 가운데 치르는 것이 됩니다. 하지만 그 의미는 결코 적지 않습니다.

지난 국회에서 선거법을 개정하고 처음 맞는 선거이기 때문입니다. 크게 두 가지지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선거권의 만18세 인하입니다. 이 두 가지 중 후자의 내용을 갖고 여러분들과 생각을 나누려고 합니다. 사회 변화에 있어서 중요하기 때문이지요.

만 18세 선거권 인하! 세월의 흐름에 비춰 너무 당연한 것이 정치권의 당리당략에 의해 마냥 늦춰졌습니다. 민주주의가 성숙하고 또 경제적 부가 축적되면 거기에 맞춰 선거 환경도 바뀌어야 하는 것입니다. 세계의 추세도 살필 줄 알아야 합니다.

그동안 OECD 국가 중 만18세가 선거권을 갖지 못한 나라는 한국밖에 없었습니다. 만18세면 청년으로서 성년의 반열에 넣어도 좋을 것입니다. 고도로 발전한 정보화 사회에서 만 18세 청년의 활동은 그 윗세대에 비해 전혀 뒤지지 않습니다.

권리를 행사하기에 충분합니다. 선거권 인하를 기점으로 성인의 연령도 만 18세로 조정이 되어야 할 거예요. 인터넷의 발달로 정보의 공유 폭이 크게 확장되었잖아요. 틴 에이저의 사고 폭이 예전에 비해 많이 성숙되어 있습니다.

한편 노령화는 세계적 추세 아닙니까. 유권자의 비중도 점점 그쪽으로 치우쳐 갑니다. 정태적이지요. 신진대사가 되지 않아 사회가 동맥경화의 위험성을 안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시정하기 위해서라도 만18세 선거권은 중요합니다.

권리는 늘 의무를 수반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요? 선거권을 갖고 성년의 대우를 받게 되었으니 모든 일을 주체적으로 잘 해내야 합니다. 잘 해낼 수 있을 거예요. 십대들에게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경험을 직접 한 적이 있습니다.

대통령의 국정농단을 항의하는 촛불집회 때입니다. 2016년 겨울이었지요. 고교 학생들이 단상에 올라 자신의 생각을 또박또박 밝히는 것을 보고 웬만한 어른보다 더 낫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두 학생이 아니었어요. 주관이 뚜렷했지요.

나이 만 18세, 처음 투표에 임하는 마음이 몹시 설렐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별로 준비한 것 없이 투표하는 고3 또래의 학생들이 대부분일 겁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아니면 학교에서 선거에 대해 학습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을 텐데 말이지요.

ON-LINE 교육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있었다고 해도 그것만으론 부족할 거예요. 이 글은 그것을 보완하는 의미로 만 18세 청년, 투표를 처음 하는 사람들에게 주는 것입니다. 제 개인의 생각을 정리해서 몇 가지 당부를 하려 합니다.

첫째, 꼭 투표를 하기 바랍니다. 어른들 중엔 기권하는 것도 유권자의 권리 운운하며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없지 않습니다. 기권은 민주주의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외국의 몇몇 나라는 기권 시 벌금을 물게 한다더군요.

둘째, 주인 의식을 갖고 투표하기 바랍니다. 학교에서 선거에 대한 원론적으로 배웠을 것입니다. 그것대로 행하면 됩니다. 지금 어른들의 투표 성향을 매일 뉴스로 접하잖아요. 어른들은 대부분 진영 논리에 갇혀 한 쪽만 보려고 합니다.

이데올로기에 결박된 진영 논리는 나라의 발전을 저해하는 암적 존재입니다. 여러분들은 이 틀을 과감하게 깨고 눈을 세계로 돌려야 합니다. 어른들과 다른 시각과 비전을 가질 때 균형 있게 양 눈이 작동할 것입니다.

셋째, 인연에 따른 투표를 피하기 바랍니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많이 발달했다고 하지만 선거 때만 되면 여전히 저급한 유혹에 약한 모습들을 드러냅니다. 혈연ㆍ지연ㆍ학연ㆍ교연(종교)에 따라 투표하는 행위가 그것입니다.

특히 지역성(지연)은 당 편향성까지 동반하기 쉽습니다. 영남은 한 당 일변도 또 호남은 다른 당이 몽땅 차지하는 것, 우습지 않나요? 이 지역주의를 척결할 주역들이 이번에 첫 투표를 하는 만 18세 청년 여러분들이라는 걸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넷째, 정책과 공약을 꼼꼼히 따져보고 진정 국민을 위하는 사람에게 표를 주시기 바랍니다. 서민을 마음으로 위하는 후보는 공약이 거창하지 않습니다. 작은 것 같지만 꼭 필요한 것을 제시합니다. 그리고 그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지역 개발을 자기 공으로 내 세우거나 앞으로 지역을 책임지겠다고 큰 소리 치는 사람을 경계해야 합니다. 국회의원은 국가를 위해 일하는 사람입니다. 지역에 안주해서는 안 됩니다. 지역은 지자체 장과 시ㆍ도의원들이 하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가짜뉴스에 현혹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가짜뉴스가 나라를 좀 먹는 백해무익한 것입니다. 선거 때는 더 기승을 부리지요. 메이저 언론사들도 종종 가짜뉴스로 재미를 봅니다. SNS에 능한 세대인 만큼 가짜 뉴스를 분별해 낼 수 있겠지요.

첫 투표를 하는 만 18세 여러분들을 응원합니다. 제가 첫 투표를 한 것은 40년도 더 지난 어느 겨울이었습니다. 함박눈이 내렸지요. 하지면 염려한 것과는 달리 투표율이 꽤 높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일방통행을 강요하는 정부 여당에 대한 반발이었지요.

코로나19의 여파도 녹록치 않을 거란 예측들을 하더군요. 어려움이 몰려온다는 말이겠지요. 만 18세 여러분들의 역할을 기대합니다. 급속하게 진행되는 노령화 사회에서 여러분들이 할 일이 적지 않을 거예요. 젊은이가 없는 미래는 온통 회색입니다.

투표 꼭 하기를 당부합니다. 코로나 정국이 아니라면 고등학교마다 임시투표소가 마련되었을 것입니다. 등교를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첫 투표도 당사자들이 알아서 해야 합니다. 어려움이 동반되는 첫 투표가 된다는 뜻입니다.

4월 15일(수)은 21대 총선 투표일입니다.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편의를 생각해서 4월 10-11일 양일간을 사전 투표 날짜로 정해 두었습니다. 만 18세 청년 여러분들도 선거일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사전 투표를 하면 됩니다.

소식에 의하면 여야 접전을 벌이고 있는 선거구가 많다고 합니다. 만 18세 여러분들의 표가 당락을 좌우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모든 일에 처음이 중요합니다. 첫 단추를 잘 잠궈야 한다는 말도 있잖아요. 그 주인공이 바로 여러분들입니다.

발행인 lmj228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