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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작가 문홍연의 # 일상 - 의성군 산수유마을에서....
문홍연 | 승인 2020.03.25 12:48

#일상
의성군 산수유마을에서....

제 주변에 의성을 본관으로 하는 의성(義成)김(金)씨 형님이 한분 계십니다. 여기에다 의성에서 육쪽마늘 농사까지 짓다가 김천으로 이사를 오셨으니 평소에도 의성 자랑이 대단했습니다. 의성땅에 실존했다는 고대국가 '조문국'하며, 사곡면에 있는 산수유마을도 고향 자랑꺼리중의 하나였습니다.(하지만 조문국의 이야기는 너무나 생소해서 형님께 다시 물어보지는 못했습니다. 그냥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

마침 그저께 어느 sns에서 산수유꽃이 노란 꽃망울을 활짝 피웠다는 소식이 보이길래(물론 올해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축제가 취소되었다는 소식까지) 
옳다구나! 하고 급하게 다녀왔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산수유는 3월부터 노란 꽃을 피우지요. 여름 내내 부지런히 열매를 살찌우다가 9월이면 붉은 열매로 마무리를 합니다. 직접 와서 봤더니 의성군 사곡면의 산수유마을은 역사가  아주 오래 되었군요. 수령이 200년을 넘는다는 나무가 넘쳐납니다.

그리고 지금처럼 산수유의 풍광이 유명해진 것은 이곳이 2006년에 '살기 좋은 마을'로 지정되면서 외부로 널리 알려졌다고 합니다. 오늘 직접 와서 보니 더욱 정감이 가는 예쁜 마을입니다.

언론마다 어찌나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던지 일부러 평일을 택했습니다. 그래도 어디서 소문을 들었는지 상춘객들이 제법 보입니다. 하나같이 마스크를 쓰고 삼삼오오 가족이나 아이들의 손을 잡고 오셨네요. 
다행히 주차장은 한산해서 차를 세우고 2km정도를 걸어서 산수유마을로 올라갔습니다. 꽃들이 활짝 만개했습니다.

꽃향기에 취해서 한참을 걸었더니 어느새 동네에 도착을 했네요. 농로길 전봇대 옆에는 이 동네로 시집와서 평생을 사셨다는 나이 든 아주머니 세분이 쪽파를 다듬고 계시더군요.

제가 한마디 물었습니다.
"산수유 농사가 수입은 괜찮은교?"
아주머니 왈(曰)
"옛날에는 괜찮았는데, 지금은 따는 품삯이나 겨우 나올랑가요!"
"네....이것도 중국산이 들어오는 군요"

이 마을은 논에는 벼농사와 마늘농사를 번갈아 짓고, 밭둔덕이나 개울가... 산비탈에다 산수유를 심어서 농사를 지었으니 세가지 농사를 짓는 샘이 되는군요. 조상들의 지혜가 느껴집니다.

주변 산세를 살펴보니 이곳에서 수십 년을 살아오신 농부님들의 고단함이 보이는 듯도 합니다. 지금은 이렇게 도로가 좋아져서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지만 몇 십 년 전만해도 비탈길을 따라 느릿느릿 소를 몰고 갔을 것 같은 그런 풍경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산골마을입니다.

푸근함이 느껴지는 동네를 한 바퀴 돌고 다시 주차장으로 걸어서 내려왔습니다.
마을 입구에서 장사하시는 분께 물었습니다. 

"산수유가 어디에 좋은교?"

그 분 말씀에는 만병통치약이군요.
"자양강장(滋養强壯), 신기(腎氣)보강, 두통, 이명(耳鳴), 해수병에다 식은땀이 날 때 야뇨증 등에도 효과가 있다"네요. 

헛...그것 참...! 

"차나 술로 만들어 장복하면 좋다"면서 한 됫박에 15,000원에 판답니다.
하지만 무슨 마음이 들었는지 산수유를 안사고 그냥 차를 탔습니다. 그 분이 멀어질 때까지 내내 아쉬웠습니다.

끝으로 산수유하면 생각나는 김종길님의 시(詩)를 한편 옮깁니다.
앞 시대를 살다 가신 우리 아버지들의 진한 부정(父情)이 느껴집니다.
         
            성탄제(聖誕祭)
                         詩/ 김종길

어두운 방 안에
바알간 숯불을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러이 잦아가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생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열(熱)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이따금 뒷문을 눈이 치고 있었다. 
그 날 밤이 어쩌면 성탄제(聖誕祭)의 밤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느 새 나도 
그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

옛 것이란 거의 찾아볼 길 없는 
성탄제(聖誕祭) 가까운 도시에는 
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

서러운 서른 살 나의 이마에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눈 속에 따오신 산수유(山茱萸)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血液)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문홍연  gcilbonews@daum.net

문홍연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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