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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칼럼] 전략 투표가 유일한 희망이다정욱식(평화네트워크 대표)
편집부 | 승인 2020.03.21 09:25
정욱식 대표(평화네트워크)

선거법 개정 취지는 거대 양당 구조의 완화와 군소정당의 원내 진출 강화에 있었다. 이는 비단 비례성과 대표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민주주의 원론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인지와 의도 여부를 떠나 거대 양당들의 적대적 공생관계의 틀을 깨지 않는 한, 암담한 미래를 피할 수 없다는 더욱 절박한 심정도 깔려 있었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잘하기' 경쟁이 아니라 '못하게 만들기' 경쟁이 격화될 수밖에 없고, 나의 존재 이유를 적대적인 상대방에서 찾게 된다. 이러한 현실을 직시한 미국의 여러 정치학자들이 "미국이 직면한 최대 위협은 양극화된 민주당-공화당 거대 양당 구조에 있다"고 지적한다. 이게 과연 남의 나라에만 해당될까?

미래통합당은 정부·여당의 정책에 사사건건 발목을 잡으면서 "심판론"을 들고 나왔다. 가히 적반하장의 극치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런 미래통합당이 1당이 되면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추진할 것이라는 '공포 마케팅'을 통해 변심을 합리화하고 지지층을 결집시켜려고 한다. 이를 두고 '공포 마케팅'이라고 칭한 이유는 자명하다. 설사 미래통합당이 탄핵을 추진하더라도 이게 통과될 가능성은 전무하고 오히려 역풍을 맞이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거대 양당에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길 수만은 없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가? 정도(正道)를 걷고자 하는 정의당은 선거법 개정의 최대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원칙(가치)과 숙원(원내 진출) 사이에서 혼란을 겪어온 녹색당과 미래당은 비례연합이 '희망고문'이었단 것을 확인하고 신음하고 있다.

책임 소재를 떠나 진보개혁진영의 비례연합정당은 애초부터 무리수였다. 반칙에는 반칙으로 응할 수밖에 없다는 실리론의 타당성을 떠나 아주 중요한 문제를 간과했기 때문이다. 비례연합정당의 '구심력'은 "미래통합당이 1당이나 과반수를 차지하는 것을 저지해야 한다"는 '네거티브'에 있었다.

하지만 가치와 이를 담은 정책이 다양화되고 이를 반영한 정당들이 '포지티브(가치와 정책)'에 합의하는 것은 애초부터 한계가 있었다.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결정한 정당들만 놓고 보더라도 그렇다. 가령 민중당·녹색당·미래당이 중시하는 성소수자 인권에 민주당이 동의할 수 있었겠는가?

이들 정당과 민주당 사이에 기후 변화 위기에 대한 대처 방안의 차이도 크다. 민중당은 "불평등한 한미관계의 해체"를 강령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 역시 민주당의 입장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그렇다고 연합정당에 참여하겠다는 이들 정당을 제외하는 것이 가능하고 타당했겠는가? 연합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원심력'이 강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일각에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파행이 드러나면서 비례대표제를 아예 없애자고 주장한다. 선거법 개정을 통해 지역구로만 하자는 것이다. 단언컨대 지역구 단일 구조는 한국 정치의 폐해를 더욱 키울 뿐이다. 우선 거대 양당의 나눠먹기 구조와 지역주의를 고착시킬 위험이 크다. 설사 거대 양당이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로 바꾸기로 합의해도 근본적인 문제는 남는다. 그것은 바로 '국회의원의 지역구 올인 현상 격화'이다.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의 활동을 보면 '국회'의원인지, '지방'의원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이다. 국회 의정 활동으로 평가받기보다는 해당 지역구에 얼마나 얼굴을 많이 비추고 지역 개발 예산을 얼마나 많이 따오는 지로 평가받는다. 지역의 발전을 위해 일해야 할 지방 자치 의원들이 국회의원의 수행원으로 전락하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국회에서 일하고 있어야 할 의원 보좌진들은 선거가 다가오면 '국민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유급 선거 운동원'으로 변신한다.

지역구 관리가 중요해지다 보니 정치의 기본인 대화와 협상과 타협에 나설 시간적인 여유조차 부족해지고 있다. 이러한 폐해는 여야도, 진보-보수도 따로 없이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준연동형 비례제의 파행적 현실에 실망한 나머지 이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에 부화뇌동해선 안 되는 까닭이다.

그래서 이번 총선에서 준연동형 비례제 취지를 살려야 한다. 일각에서 거론되어온 '전략 분할 투표'가 유일한 대안이다. 이미 한계가 분명해진 비례연합정당의 방식이 아니라 개혁·진보진영이 선거 연대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박빙이 예상되는 여러 지역구에선 후보 단일화를 하고 정당 투표는 군소정당에 집중하면 제도의 취지도 살리고 상당한 성과도 기대해볼 수 있다.

* 이 글은 <프레시안>에도 게재된 것입니다.

편집부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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