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백화산 반야사 둘레길에서....

올해는 입춘(立春)부터 이상하게 일상이 꼬여만 갑니다. 열심히 달려가고 싶은데 자꾸만 "코로나19"가 쉬었다 가라고 발목을 잡습니다.

오늘도 괴질을 핑계 삼아 아내와 둘이서 백화산 반야사를 찾았습니다. 
굳이 이곳을 선택한 이유를 찾는다면 아직까지 영동군에는 환자의 발생이 없다고 하고 김천에서는 아주 가깝기 때문이지요. 핸들을 잡고 30분만 달리면 어느 틈에 반야사 뒤 편의 호랭이가 "으흥"하며 달려들 듯이 반긴답니다. 그래서 더 자주 오는지도 모르구요.

절에 들자마자 문수전으로 오릅니다.
작년 가을에 왔을 때는 대웅전 뒤로 올라가는 길이 없었는데 몇 달만에 왔더니 새로운 길이 생겼군요. 
그 동안은 벼랑 끝으로 한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험한 길로만  다녔지요.

오늘은 새로 난 길로 쉽게 올랐습니다.
그래도 문수전 근처에 가니 한 명이 겨우 걸어 다닐 만한 좁은 길은 여전하군요. 하지만 문수전에 올라서서 바라보는 풍광은 절경(絶景) 그 자체입니다.

(벼랑위에 보이는 건물이 문수전입니다 네이버에서 잠시 빌려온 사진입니다)

이왕 문수전에 올랐으니 전해오는 전설도 소개를 하겠습니다.

“조선조 때 세조 임금은 속리산 복천사(福泉寺)에 들러 9일 동안의 법회를 끝낸 뒤, 신미(信眉) 등의 청으로 이 절의 중창된 모습을 살피고 대웅전에 참배하였다. 
이때 문수동자(文殊童子)가 세조에게 따라오라 하면서 절 뒤쪽 계곡인 망경대(望景臺) 영천(靈泉)으로 인도하여 목욕할 것을 권하였다. 
동자는 ‘왕의 불심(佛心)이 갸륵하여 부처님의 자비가 따른다.’는 말을 남기고 사자를 타고 사라졌다 한다.

세조는 황홀한 기분으로 절에 돌아와서 어필(御筆)을 하사하였는데 지금까지도 보관되어 있다. 이 절의 이름을 '반야사'라고 한 것도 이 절 주위에 문수보살이 상주한다는 신앙 때문이며, 문수의 반야를 상징하여 절 이름을 붙인 것이다.”

전설은 그냥 전설일 뿐입니다. 저는 불교신자가 아니라서 그냥 패스합니다.

올라왔으니 다시 내려가야겠지요.
맑았던 날씨가 다시 흐려집니다. 
요즘 세상을 닮은 듯합니다. 

세상이 혼란스러워도 봄은 어김없이 오는군요. 이미 시냇가의 버들가지는 잔뜩 물이 올랐구요. 산길의 생강나무는 
꽃 피울 준비를 이미 마쳤더군요.

생강나무는 다들 아시죠?
학창시절에 읽었던 김유정의 단편소설 "동백꽃"에는 산동박이라고 표현이 되었지요. '산동박'은 생강나무의 강원도 사투리라는 소리를 들은 듯도 합니다만....

생강나무의 꽃향기는 조금 특이합니다. 김유정의 "동백꽃" 한 구절을 여기에 옮겨 보겠습니다.

<점순이의 포옹에 나는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향기에 현기증을 느꼈다.>
그렇습니다. 소설속의 "점순이"와 주인공도 생강나무(동박나무)꽃의 냄새를 맡았다는 이야가가 되겠지요? 

저는 일부러 꽃의 냄새를 맡지는 않았으니 그냥 패스합니다. 김유정의 표현처럼 '알싸한'냄새라 해야겠습니다.

조금 작위적인 사진입니다만, "코로나19"가 빨리 끝나라는 의미에서
아내가 돌을 몇 개 쌓았습니다. 어느 분이 소원을 들어 주실지는 모르겠네요. 
이심전심(以心傳心) 다른 분들도 같은 마음이었는지 여러 개의 돌탑이 쌓여 있습니다.

걷는 중에도 연신 문자가 들어옵니다. 지금 대구·경북은 완전히 전쟁터입니다.
카톡~~구미에도 확진자가 발생!! 카톡~~김천에도 또 발생!! 

하지만 2019년의 겨울이 쉽게 끝나듯이 '코로나19'라는 질병도 끝은 있겠지요? 

안타깝지만 문자속의 질병에 목숨을 잃었다는.... 전혀 모르는 분의 명복을 빌었습니다. 벌써 18분이라고 합니다.

저 역시 질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살고 싶어서 이러고 다닌답니다. 둘레길을 걷는 내내 돌아가신 분들의 숫자가 자꾸 어른거리네요. 

불교를 믿지는 않지만 저 관음보살님은 이미 결과를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요 
사태가 언제쯤 끝날지를....

저는 다시 삶의 터전으로 돌아갑니다.

문홍연  gcilbonews@daum.net

문홍연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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