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8일 국회에서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의 만남이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민의의 전당이라고 하는 국회를 직접 찾는 형식을 취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국가 재난 상황에서 열린 만남이어서 국민의 시선을 모았다.

대통령으로서는 국가 재난 사태의 극복을 위해 필요한 예산, 즉 추가경정예산(추경) 국회통과에 여야 협조를 구하기 위한 목적이 컸던 것 같다. 이러한 재난 사태가 오면 정부로서는 아무리 잘 해도 욕먹기 십상이다.

제1야당 대표로서 황교안이 무슨 말을 할까? 국가 재난 앞에서는 여야를 떠나 힘을 모으는 게 순서인데... 막연한 기대가 없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기대 밖의 말을 늘어놓았다. 초기 대응 실패에 대해 대통령은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포문을 열었다.

초기에 중국인 입국을 금지시켰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은 것에 대해 국민들께 잘못을 인정하고 빌라는 것이다. 길게 말할 것 없다. 이 문제에 대해 두 가지만 짚자. 초기 중국인 금지는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정치 경제 외교 등 파생되는 많은 문제들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모르긴 해도 정부로선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가 국가에 득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두 번째가 국가 간 연대와 혐오의 문제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월 28일 국회에서 코로나19 논의를 위해 여야 정당 대표를 만났다. 왼쪽부터 유성엽 민생당 공동대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문재인 대통령,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사진=연합뉴스)

오늘날의 국제 관계를 '지구촌'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그만큼 가깝다는 얘기다. 이럴 때 요청되는 것은 국가 간 혐오보다는 연대이다. 혐오는 이기주의적 속성의 산물이다. 반면 연대는 안전과 위기에 함께 대응하는 것이다.

이기주의를 세분해 보면 결국 남는 것은 나 개인이다. 중국인 입금 금지를 주장한 미통당이 '대구ㆍ경북 봉쇄'란 말 한 마디에 벌떼처럼 일어나지 않았나. 이 말을 한 여당 대변인은 사퇴를 했고, 대통령이 해명까지 했다.

이 말이 국민들의 반발을 산 것은 다른 데 있지 않다. 문제에 대한 접근의 잘못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배척과 혐오가 아니라 연대와 협력이 위기 극복의 옳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이것을 확대하면 중국인 입국 금지 문제와도 닿아 있지 않을까.

황교안 대표는 위기 대처 능력에 한계를 보인 주무장관(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과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해임하라고 요구했다. 이런 말을 쏟아낸 황교안을 '대통령에게 쓴 쏘리했다'고 언론은 썼지만 쓴 소리가 아니라 결례의 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황교안 대표가 이런 작심 발언(?)을 할 때 함께 있던 다른 당 대표들이 이맛살을 찌푸렸다는 데에서도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아무리 정치 신인이라고 하지만 때와 장소에 따라 할 말과 안 할 말 정도는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더욱이 야당 대표라면 말이다. 더 한심한 것은 다른 데 있다. 

지난 20일 문재인 대통령이 봉준호 감독 등 영화 '기생충' 출연 배우와 제작진을 청와대로 초청해서 오찬을 함께 했다. 기생충에 등장한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라면)를 들면서 1시간 여 정담을 나누었다. 여러 이야기들이 오갔을 것이다.

영화 '기생충'은 한국 영화뿐 아니라 아시아권에서는 처음 받는 아카데미상이어서 세계 영화사(史)를 다시 써야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무형의 수익을 추산할 때 1조 원이 훌쩍 넘는다는 말도 들린다. 이들과의 약속은 수상 직후 잡혀 있었다. 함께 축하해 줄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월 20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기생충' 봉준호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 출연진 격려 오찬에 참석해 봉 감독의 발언을 들으며 웃고 있다(사진=뉴시스)

대화 중 참석자 전체가 웃는 장면을 한 기자가 놓치지 않고 앵글에 담았다. 이 장면을 극우 유트브가 방송에 올렸고 극우 호사가들이 SNS로 퍼 날랐다. 어떤 이는 "짜파구리 처×으면서 뭐가 그리 좋아 파안대소...우한 폐렴 수입해 놓은 주제에..."라는 글을 달기도 했다. 말은 사람의 인격을 말해 주는 지표인데 참으로 기가 찼다.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이 식사하는 자리에서 황교안 대표가 이 문제를 끄집어내어 국민 앞에 사과를 하란다. 황 대표의 말을 통쾌하게 생각했을 무뇌층 사람들이 없지 않았겠지만 나는 '저 사람이 과연 제1야당 대표인가, 대표 자격이나 갖추고 있는지 의아했다. 된장과 똥을 구분 못하는 영아와 다를 게 뭔가.

세월호 때 박근혜 7시간을 덮는데 급급했던 그가 청와대 사진 한 장을 놓고 물고 늘어지는 모습이라니... 지난 한 때 대통령과 1대1 영수회담(?)이 아니면 청와대 가지 않겠다던 그가 이번엔 웬 일인가 했다. 그는 청와대 오찬에서 대화를 주도했다며 자족해 있을 것이다. 내가 보기엔 정치 신인, 아마추어 당 대표라는 인식만 확산시키는 자리였다.

대통령이 아니라 농촌의 작은 단체 대표도 한 날 웃고 울어야 될 때가 있다. 상가에 가서 웃을 수 없으며 결혼식장에 가서 울어서는 안 된다. 하물며 대통령임에랴. 황 대표가 믿음 좋은 전도사라고 하니 성경 구절 하나 인용하자. 신약 로마서 12장 15절 말씀이다.

"즐거워하는 자들로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로 함께 울라“

이명재 목사(본 신문 발행인, Ph. D)

그동안 정부 정책엔 반대부터 하고 본 그들이다. 4.15총선이 다가오고 있다. 진정 국민을 위하고 국가를 위해 멸사봉공의 정신으로 임할 사람을 뽑아야 한다. 그러나 정치하는 사람들은 워낙 변신에 능하니 기대 난망이다. 아마추어 황교안의 프로페셔널을 기대해 본다.

이명재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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