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여유도 되찾을 겸 간만에 축구 얘기 함 해보자.

나는 리버풀 광팬이다.
리버풀을 좋아하고 사랑하고 뜨겁게 응원한다.
현재 리버풀은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번 시즌 들어 지금까지 치른 27경기 성적이 26승 1무다.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고, 무승부도 딱 한 번뿐이다.
2위 맨시티와의 승점 차가 무려 22점이다. 
압도적인 정도를 넘어 실로 경이로운 성적이다.
EPL 역사의 여러 신기록들을 깨나가고 있다.
천재지변(?)에 준하는 돌발 사태가 벌어지지 않는 한 우승은 사실상 확정 단계다.
리버풀 홈구장인 안필드에서는 경기가 열릴 때마다 이미 팬들의 우승 축가가 우렁차게 울려 퍼지고 있다.

우승을 놓고 마지막 순간까지 엎치락뒤치락하는 각축이 벌어지지 않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흥미진진함이 떨어진 것이 조금 아쉽긴 하다.
하지만 리버풀 팬 입장에서 그게 무슨 상관이랴. 나는 기분만 좋다.
위르겐 클롭 감독과 리버풀의 ‘붉은 전사’들이, 아르센 벵거 감독이 이끌었던 아스널만이 2003~2004시즌에 딱 한 번 달성했던 무패 우승(하지만 당시 아스널은 무승부가 12경기였다)을 넘어 누구도 넘보기 어려운 축구사의 신화를 창조하기를 바란다. 
마지막 순간까지 격렬한 응원을 보낸다. 

리버풀/로이터-연합뉴스

(리버풀 선수들을 ‘붉은 전사’라고 하는 이유는 이 팀의 홈경기 유니폼이 상하의 모두 빨간색이기 때문이다. 나는 빨간색을 좋아한다. 특히 정치적으로. 리버풀은 유니폼 색깔조차 좋다. 이와 관련해 엉뚱한 얘기지만 한마디만 덧붙이자. 침이나 뱉고 싶은 미래통합당이지만 이자들에게도 칭찬거리가 딱 하나 있다. 이번에 통합 정당을 만들면서 당 색깔을 빨간색에서 다른 색으로 바꾼 게 그것이다. 나는 이자들이 오랫동안 내가 좋아하는 빨간색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심한 불쾌감을 느껴왔다. 일종의 ‘미학적 분노’라고나 할까. ...이자들이 빨간색 옷을 입고 설쳐대는 꼴을 보지 않게 되어 다행이다.)

리버풀 못지않게 내가 좋아하고 응원하는 팀이 또 하나 있으니, 바로 바르셀로나다.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가 뛰는 바로 그 팀 말이다.
바르사(바르셀로나의 애칭)는 여전히 잘하고 있긴 하나, 안타깝게도 예전의 그 휘황찬란했던 위용만큼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바르사 축구의 정체성이 흔들렸던 게 가장 큰 원인이고, 여기에는 감독과 보드진의 문제가 있었다.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경기 전체를 지배하고 정교한 패스 플레이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정말 아름답고도 완성도 높은 예술 축구가 바르사 축구의 정체성이다. 
게다가 바르사는 구단 자체가 협동조합이고, 내가 이 지구상에서 가장 큰 애착을 가지고 있는 몇몇 지역 가운데 하나인 카탈루냐의 ‘심장’이다. 
세계 3대 르포 작품으로 꼽히기도 하는 조지 오웰의 <카탈루냐 찬가> 탄생 무대가 이곳이다.

이제 바르사는 키케 세티엔을 새 감독으로 영입해 새롭게 전진하고 있다.
현재 라리가(스페인 리그의 약칭)에서 레알마드리드와 아슬아슬한 선두 각축을 벌이고 있는 중인데, 레알마드리드 따위에게 우승 트로피를 넘겨줄 순 없다.      
사력을 다해 우승의 대업을 이루길 간절히 바란다. 
그 마지막 순간까지 격렬한 응원을 보낸다. 

(흔히들 잘못 알고 있는 게 있어서 한마디 보탠다. 스페인 축구팀 명칭에서 스페인어 ‘레알’은 영어의 ‘real’이 아니고 ‘royal’이다. 왕족, 왕실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레알’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스페인 축구팀들은 역사적 배경을 볼 때 왕정 권력의 지원을 받았다고 보면 얼추 맞다. 레알마드리드 또한, 그 태생과 역사를 보면 왕정 권력과 프랑코 파시즘의 그늘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에 견주어 마드리드의 라이벌 팀인 아틀레티코마드리드는 역사적 연원을 볼 때 노동자 계급에서 출발한 팀이라고 할 수 있다. 아틀레티코마드리드가 레알마드리드를 꺾을 때마다 내가 기분이 상쾌한 이유다.)    

리버풀과 바르사. 바르사와 리버풀.
내가 사랑하는 이 두 팀이 세계 축구의 최강자를 가리는 유럽 챔피언스리그 최종 결승전에서 맞붙는 ‘꿈의 대결’이 이루어지길 나는 학수고대한다. 
아직은 성사된 적이 없다. 
만약에 이 환상적인 대결이 실제로 이루어진다면 나는 누구를 응원할까?
누가 이기든 좋고, 누가 지든 아쉬울 것이다. 
아마도 경기 결과를 떠나 축구 자체를 한껏 즐기는 한바탕 신나는 축제의 시간이 될 것이다. 
(현재 챔피언스리그는 리버풀과 바르사가 모두 참여한 가운데 16강전이 진행 중이다.)

1978년 아르헨티나의 월드컵 우승을 이끌었던 전설적인 명장 세자르 루이스 메노티는 이렇게 말했다.   
“축구에는 크게 우파 축구와 좌파 축구가 있다. 우파 축구는 인생은 투쟁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희생을 강요한다. 선수들은 강철이 되어야 하고 승리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저 승리만을 지향하고 유연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으며, 규율로 선수들을 옭아맨다. 반면 좌파 축구는 민중의 곁에 있다. 풍만하고 예술적이며 숭배 받는 축구야말로 좌파 축구이고, 나 역시 사람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좌파 축구와 함께 있다.” 

장성익(작가, 환경과생명연구소 소장)

리버풀과 바르사는 둘 다 좌파 축구의 자랑스러운 선봉장들이다. 
이들의 앞날에 축복을!!

장성익  gcilbonews@daum.net

장성익  gcilbonews@daum.net

<저작권자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