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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바이러스 유행병, 주치의제가 답이다임종한(인하대 의대 교수, 한국일차보건의료학회 회장)
편집부 | 승인 2020.02.09 22:40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일명 우한 폐렴) 확진자가 16명에 이르면서 지역사회로 확산돼 통제 불가능의 사태로 빠질지 초비상이다(2월 4일 기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 수는 이미 사스 때를 넘어섰고, 전파 속도는 사스를 능가해 시민들에게 가공할 만만 공포를 안겨주고 있다.

확산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공포

올해 1월, 세계보건기구(WHO)는 우한에서 발병한 폐렴의 원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확인됐다고 밝힌 데 이어, 해당 질환이 '인간 대 인간'으로 전염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이후 각 나라에서 3차 감염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으며, 미국 국립보건원(NIH) 연구진은 같은 달 30일(현지시간) 국제 학술지인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의 논문을 통해 "잠복기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전염될 수 있다"는 독일 사례의 분석 결과를 밝혔다. 이처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사태는 지역사회 시민 건강이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에 의해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지나친 불안을 가질 필요는 없다. 중국 외 필리핀과 홍콩에서 각각 1명씩 사망자가 나왔지만, 아직 본격적으로 발생하고 있지는 않기에 제대로 대처한다면 우리가 극복하지 못할 것도 아니다. 

우한 폐렴의 병원체인 2019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

사실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대규모 유행병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당시 중국 본토에서는 5300여 명의 확진자가 나왔고 336명이 숨졌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사스의 치명률을 14~15%로 평가한다. 사스에 의한 사망자는 독감과 비슷하게 노약자나 기존의 폐질환이나 심장질환, 또는 당뇨병이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사스 감염자가 3명이 나왔지만 사망자 없이 비교적 안전하게 관리되었다.  

그러나 2015년 대한민국 메르스(MERS)는 중동호흡기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해 2015년 5월 20일 첫 환자가 확진되면서 촉발된 유행병으로, 우리나라에서 총 186명의 환자가 보고되었다. 치사율은 대략 18%대를 보였다. 세계보건기구는 메르스의 치명률을 35%까지 평가하기도 한다.  

이와 함께 우린 끔찍한 재앙과도 같은 화학물질 피해도 당했다. 이미 6500명의 피해자, 1500명의 사망자가 접수된 가습기살균제 피해가 그것이다. 가습기살균제 피해도 평소에 화학물질 안전관리체계가 잘 작동하고, 건강을 관리하는 의사가 주치의가 돼 세밀하게 관찰했다면, 사전에 인지하고 막을 수 있는 인재였다.  

건강 취약자일수록 전염성 질환에 의한 사망률 높아  

위기는 우리에게 기회이기도 하다. 당뇨와 고혈압 등 만성질환의 증가, 전염성이 강한 신종 바이러스의 습격, 환경성 질환의 증가 등 산업화 과정에서 여러 건강의 위험 요소가 발생하고 있다. 고령층, 당뇨 등으로 면역기능이 떨어지는 기존 질환이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피해 대상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유행병을 이겨내는 데는 평소 건강 관리가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을 만큼 급격한 고령화 속도를 보여주고 있다. 현재는 지역사회에서 질환이 있는 경우 만성질환 관리를 시범적으로 시행하는 수준이지만, 질환이 나타나기 전에도 쇠약한 고령층은 사전에 건강한 고령층으로 사전 예방관리를 해야 불확실한 여러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 현재 65세 이상 고령층은 전체 인구의 15% 정도를 차지하지만, 의료비 측면에서는 전체 의료비의 40%를 차지한다. 사전에 건강 관리가 되어 있지 않다면, 고령층의 증가는 의료비의 급등으로 이어질 것이다. 

향후 30년 안에 우리 사회의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인구의 40%에 해당할 것이다. 인류가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초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셈이다. 현재 관리 수준으로는 의료비의 증가, 만성질환 증가를 이겨 나아가기 어렵다. 시민들에게 건강에 필요한 정보를 그때그때 제공하며, 건강 관리 수준을 높여가야 하며, 의료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해 써야 한다. 이것이 바로 주치의제도다.  

선제적 질병예방관리, 이제는 '주치의 시대'로 가야 

지금의 공중보건을 더욱 강화하고, 1차의료를 정비해야 한다. 미래의 불확실성이 더 커지기 전에 우리 사회가 선제적으로 질병예방관리에 나서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건강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현대사회에서 주치의제 시행은 이제 피할 수 없는 필수 요건이다.

개인의 건강 관리에서 첫 접촉의사를 통해 지속적이고 포괄적인 의료 서비스를 받는 주치의제는 주요 선진국에서 그 필요성과 타당성을 이미 입증했다. 주치의는 국민의 일상적인 건강 관리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증질환을 진료하며, 중증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활동, 타 의료기관 이용 안내, 퇴원환자 관리까지 수행할 수 있다. 주치의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건강을 돌보게 되면, 먼저 국민 건강 수준이 매우 높아질 것이며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을 줄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그간 정부는 1차의료가 정비되지 못해 발생하는 수많은 폐해가 늘어나는 것을 수수방관해 왔다. 그간 의사들의 반대로 주치의제는 시범사업도 못한 채 20여 년간을 표류 중이다. 사회의 변화에 따라 만성질환의 증가, 환경성 질환, 전염력이 강한 바이러스 유행병 등 여러 건강위험이 발생하는데도, 1차의료의 기능과 역할은 지속적으로 위축되어 왔으며, 반면 3차 병원으로의 환자 쏠림현상은 갈수록 커져 자유방임의 의료체계는 종합병원만 비대해지는 기형적인 형태로 왜곡되었다.  

의료체계 논의가 공급자 위주로 흘러가고 시민들의 요구가 잘 반영되지 못하는 사이 지역사회에서는 시민들이 의료복지 사회적협동조합을 통해 자발적으로 등록하는 주치의제를 실행하고 있다. 5만 세대의 시민들이 이미 자발적인 주치의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등록관리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은 1차의료, 주치의 역할 평가에서 가장 이상적인 주치의 역할을 하는 등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다. 아직 많이 활성화되지는 못했지만, 장애인건강주치의제 역시 지역사회 장애인들에 대한 의료 서비스 질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주치의제 참여 운동은 우리 사회 주치의제 도입에 새로운 전기가 되고 있다. 현재 심각한 보건의료 현실에 더해서 한국 사회가 5년 후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예정이라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의료보험 적자는 더 쌓일 것이며 사회적 부담 또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예방을 위한 국가의 총체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정부는 주치의제 도입을 통한 1차의료를 정비 계획에 돌입해야 한다.

* 이 기사는 프레시안에도 게재된 것입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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