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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스티븐 레비츠키, 대니얼 지블렛 지음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김인영(한림대학교 정치행정학과 교수, University of Hawaii, Manoa 정치학 박사)
편집부 | 승인 2020.02.09 22:04
스티븐 레비츠키, 대니얼 지블렛 지음, 박세연 옮김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어크로스, 2018년 10월 출판)

민주화 시대 이후’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

“트럼프 행정부의 전제주의 행보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민주주의 규범을 어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의회와 법원, 그리고 선거를 통해 저항을 해야 한다. 민주주의 제도를 기반으로 트럼프가 실패하게 만들 수 있다면 미국 민주주의 토양은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274p.) 
 
이 책은 하버드대학 정치학과의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렛 교수가 2016년 12월 ‘뉴욕타임즈’에 기고한 글(“Is Donald Trump a Threat to Democracy?”)이 주목을 받자 설명을 추가하고 논지를 정교화하여 책으로 낸 것이다. 두 저자는 2016년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은 미국의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을 가져온 민주주의의 위기는 미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 세계에 퍼지고 있는 ‘민주주의 후퇴’의 한 부분이다.  
 
전 세계적인 ‘민주주의 후퇴’ 현상을 분석하기 위해 두 저자는 “오늘날 민주주의는 위험에 처했는가?”라는 의문을 던진다. 최근 민주주의의 흐름을 보면 민주주의 모델 국가인 영국,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도 ‘민주주의 후퇴’ 현상이 나타나는 등 ‘민주화로의 여정’이 끝났다는 평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프리덤하우스’의 2019년 연차보고서 제목도 『민주주의의 후퇴(Democracy in Retreat)』다. 이러한 ‘민주주의 후퇴’ 현상의 핵심에는 과거 민주주의 파괴의 주역이었던 군부가 아니라 권위주의 통치자로 변화하는 ‘선출된 지도자’가 있다.  
 
레비츠키와 지블렛은 ‘민주화 시대 이후’ 선거를 통해 합법적으로 ‘선출된 지도자’가 독재자로 변화되는 모습을 설명한다. 2003년 베네수엘라 차베스의 독재를 향한 행보와 2015년 마두로가 제헌의회를 통해 의회를 무력화시키고 독재국가로 나아간 역사를 보여준다. 그리고 조지아, 헝가리, 니카라과, 페루, 필리핀, 폴란드, 러시아, 터키, 우크라이나에서 선출된 지도자들이 민주주의 제도를 전복했다고 사례를 든다. 그럼에도 오랜 기간 민주주의를 경험한 국가가 비민주국가로 역행한 경우는 없었는데 트럼프의 등장은 민주주의 선진국이 흔들린 ‘전례 없는 모습’이라는 것이다.  
 
저자들은 미국 정치가 과거와 달리 경쟁자를 적(敵)으로 여기고,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고, 선거 불복을 선언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그러면서 “민주주의는 언제나 위태로운 제도였다”고 하며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방법을 모색한다. 그 동안 민주주의를 버틸 수 있었던 기반은 ‘헌법, 자유와 평등에 대한 확고한 믿음, 역사적으로 탄탄한 중산층, 높은 수준의 부와 교육, 다각화된 민간영역’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이제까지 작동했던 민주적 관습들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우선 ‘정치적인 극단주의자’를 걸러내는 정당과 정치지도자의 역할을 든다. 정당이 선동 정치가를 걸러내는 민주주의의 ‘문지기’(gatekeeper)의 역할을 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어떤 유형의 인물이 독재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지 판별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를 제시한다. 전제주의 행동을 가리키는 네 가지 중요한 신호로서 (1)민주주의 규범에 대한 거부, (2)정치 경쟁자에 대한 부정, (3)폭력에 대한 조장이나 묵인, (4)언론 및 정치 경쟁자의 기본권을 억압하려는 성향을 들어 설명한다. 트럼프는 리트머스 시험지에 제시된 네 가지 신호 모두에 해당하는 행동을 보였다. 저자들은 미국 공화당이 대통령 지명 과정에서 이러한 전제주의 성향의 트럼프를 걸러내지 못했다고 공화당 지도부의 실수를 비판한다.  
 
정당과 정치지도자의 ‘문지기’ 역할과 함께 중요한 것은 ‘민주주의 규범들’이다. 규범들이란 민주주의 보호막인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을 기능하게 하는 ‘상호관용’(mutual toleration)과 ‘제도적 자제’(institutional forbearance)다. ‘상호관용’이란 정치적 상대를 공존의 대상, 즉 ‘사회를 통치할 동등한 권리를 갖는 집단’으로 간주하는 태도이다. 또 ‘제도적 자제’란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도 사법부의 독립을 위해 대법원 판사를 자기 사람으로만 임명하지 않는 정치적 신중함을 말한다. 때문에 상호관용과 제도적 절제를 민주주의가 궤도에서 탈선하지 않게 하는 ‘가드레일’이라고 지목한다. 
 
그런데 미국은 지금 그 ‘민주주의의 가드레일’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두 저자는 민주주의의 핵심인 견제와 균형의 시스템이 유지되기 위해서 권력자와 권력기관이 그들에게 주어진 제도적 특권을 신중하게 사용해야 함을 거듭 강조한다. 민주주의에 관심이 있는 시민과 정치인, 국회의원과 보좌관이 가슴에 담아둘 교훈이 가득한 책이다.

편집부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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