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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경신원의 『흔들리는 서울의 골목길』김예성(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서울대학교 도시계획학 박사)
편집부 | 승인 2020.01.12 17:30
경신원 지음 『흔들리는 서울의 골목길』(파란북, 2019년 10월 출판)

골목길의 변화는 ‘왜’ 그리고 ‘누구’에 의해서 일어나는가?

“경험적 소비와 소확행을 중요시하는 밀레니얼에게 강북의 골목길은 획일화된 아파트 단지에서 찾을 수 없는, 마치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는 것과 같은 탐색의 장소다. (중략) 또한 골목길을 다른 어떤 곳에서도 발견할 수 없는 독특한 아이템을 발견할 수 있는 쇼핑의 장소며,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교류하며 취향을 공유하는 공동체가 형성되는 장소다.” (23p.) 
 
1964년 영국의 사회학자 루스 글래스(Ruth Glass)는 저소득층 노동자 주거지가 개량되면서 거주민의 계급이 중산층으로 변화하는 사회적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하였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은 임대료를 둘러싼 건물주와 세입자 간 갈등 또는 주거지역의 상업화 현상으로 설명되고 있다.

주거지역의 상업화 현상은 2000년대 중반부터 이태원, 연남동, 연희동, 부암동, 성수동 등으로 빠르게 확산되어 나가기 시작했으며, 내 어린시절 친구들과 뛰어놀던 그 골목길은 이제 이국적이고 독특한 레스토랑이나 카페, 부티크 스타일의 소매점 등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름 없던 골목길은 경리단길, 망리단길, 황리단길, 송리단길 등 저마다의 이름을 가지고 SNS에 핫플레이스로 등장하고, 조용했던 골목길은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하였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이태원 골목길을 사례로 서울 골목길의 변화를 기사 키워드 분석, 유동인구・공시지가・사업체 현황 등 통계자료, 구글 독스(Google docs)를 이용한 온라인 설문, 심층 인터뷰 등을 통해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독자의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특히 저자는 젠트리피케이션을 일으키는 젠트리파이어(Gentrifier)인 밀레니얼에 주목했다.

1982~2000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인 밀레니얼은 우리나라 총인구의 약 25%(2018년 기준)를 차지한다. 자기 정체성이 강하고, 남과 다른 소비생활을 지향하며 비주류 상품을 주류로 만들어가는 밀레니얼은 제한된 경제자본을 소유하고 있지만 풍부한 문화자본으로 자신들만의 독특하고 이국적인 상품을 소량으로 생산하고 소비한다.

이러한 밀레니얼의 아날로그적 감성은 개발이 느리게 이뤄져 예전의 모습을 간직한 강북의 낡고 좁은 골목길을 핫플레이스로 바꾸었다. 그러나 임대료가 저렴했던 후미진 골목의 낡은 단독주택이 이국적인 느낌의 핫플레이스가 되면서, 그 골목을 오랫동안 지켜왔던 주민들은 불편을 느끼고 하나둘 골목을 떠났으며 세탁소나 동네 마트 등 일상생활을 위한 공간 또한 골목에서 사라져갔다. 

저자는 서울에서 ‘뜨는 골목길’이 왜, 누구에 의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직접 이태원 골목길을 걷고 또 걸으면서 골목길을 변화시키는 사람들과 골목길을 소비하는 사람들을 만났다고 이야기한다. 그 과정에서 만난 미술을 사랑하는 작가 부부, 카리스마 넘치는 플로리스트, 레트로 스타일에 빠진 카페 사장님, 생막걸리를 사랑하는 우리 술 전문점 사장님을 만나 이야기하고 그들의 특징을 분석했다.

이태원을 핫플레이스로 변화시킨 새로운 소상공인들은 제한된 경제적 자본을 가진 30대 청년층으로 높은 교육 수준, 다양한 경력, 풍부한 해외 경험을 소유한 문화적 자본가로, 그들은 자율적이고 독창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며, 경제적 윤택함보다 삶의 가치를 우선시한다. 그러나 이태원의 변화는 이들의 힘만으로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새로운 소상공인의 독창적인 상업 활동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고 소비하는 새로운 소비자 계층 또한 존재하였다. 새로운 소상공인과 유사한 사회적・문화적 배경을 가진 이 신소비계층의 차별화된 소비 행태는 이태원 골목길을 변화시키는 촉매 역할을 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전 지구적 현상이며, 도시마다 나타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다양하다. 우리나라 젠트리피케이션의 가장 큰 특징은 빠른 진행과 빠른 쇠퇴이다. 삼청동, 가로수길, 경리단길 등은 핫플레이스로 부상했다가 이미 그 매력을 상실하고 텅 빈 거리가 되어버렸다. 상권의 이동은 상권의 확장이 아니라 상권을 정체시키고 쇠퇴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밀레니얼의 등장은 획일적이던 도시를 그들만의 독특한 취향을 반영한 공간으로 변화시켰지만, 남들과 다르고 싶은 욕망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밀레니얼 소비자의 기호는 도시의 공간을 일회용품처럼 소모하고 있다. SNS를 검색하고 새롭게 뜨는 골목길의 핫플레이스를 찾아 도시 공간을 소모품처럼 취급하는 밀레니얼의 소비 행태는 골목길 쇠퇴의 원인이 되고 있다.  

모든 골목길이 핫플레이스가 될 필요는 없다. 다만 저자는 그동안 소외받던 강북의 좁고 오래된 골목길에 나타난 재미있는 변화가 우리의 욕심과 변덕으로 버려지고 황폐해지기 전에, 우리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본주의의 어두운 그림자는 더 많은 이익을 추구하려는 개인의 욕망에서 비롯된다. 우리가 극도의 이윤을 추구하기 보다는 우리를 위한 민주주의, 사회 공익과 정의에 더 가치를 둔다면, 자본주의는 지금처럼 폭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저자의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편집부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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