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지례면체육회의 울진 후포(厚浦) 여행....

연말(年末)입니다. 송년회의 계절이기도 하지요. 18일 지례면체육회 임원들과 선수단이 송년회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벌써 두 달도 더 지난 10월15일에 김천시민체육대회가 있었지요. 등수에는 들지도 못했지만 '모범상'을 받았구만요. 
비록 등수에는 못 들었지만 두 달이나 넘게 연습을 하고 마지막까지 열심히 달렸던 선수들 위로회 겸 송년회로 선택한 여행이었습니다.

여행지는 울진 후포입니다. 대한민국 사람치고 울진을 모르는 분도 없을 테고, 또 바다를 끼고 시원하게 달리는 7번 국도의 바다 풍광을 한 번도 안 보신 분도 없을 테지요? 하기사 요즘은 신혼여행을 대부분 외국으로 가지만 옛날에는 7번 국도를 따라서 강원도 설악산으로 신혼여행을 가기도 했었답니다. 그만큼 풍광이 좋다는 뜻이겠지요. 

김천에서 가는 길은 옛날에는 대구 포항을 거쳐서 갔지만 지금은 상주를 지나 영덕으로 가는 고속도로를 주로 이용합니다. 

아침 8시에 출발을 했습니다. 잘 뚫린 고속도로를 부지런히 달렸더니 드디어 영덕에 도착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또 국도를 따라서 달리다 보면 오른쪽으로 펼쳐진 눈부시게 푸른 동해바다에 시선을 빼앗기게 됩니다. 보통 이 길을 7번 국도라 합니다. 지루할 틈이 없답니다. 잠시 달린 듯한데 기사가 벌써 후포에 도착을 했다고 내리랍니다. 

관광버스를 한번이라도 타보신 분들은 잘 아실 것 같습니다. 이미 코스가 정해져 있습니다. 생선회로 이른 점심을 먹고 소주도 거나하게 했겠지요. 그리고는 후포리를 감싸 안은 등기산을 올라갑니다. 높이라고 해봐야 겨우 해발 64m이니 동산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도 같습니다.

전망대에 올랐더니 신경림 시인의 
시비가 떡하니 버티고 서서 우리 일행을 반깁니다. 시가 너무 마음에 듭니다. 이곳에다 옮겨 보겠습니다

         동해 바다 - 후포에서
                                       /신경림
                                                       
친구가 원수보다 더 미워지는 날이 많다.
티끌만한 잘못이 맷방석만 하게
동산만 하게 커 보이는 때가 많다.
그래서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남에게는 엄격하고 내게는 너그러워지나 보다.
돌처럼 잘아지고 굳어지나 보다.

멀리 동해 바다를 내려다보며 생각한다.
널따란 바다처럼 너그러워질 수는 없을까.
깊고 짙푸른 바다처럼
감싸고 끌어안고 받아들일 수는 없을까.
스스로는 억센 파도로 다스리면서
제 몸은 맵고 모진 매로 채찍질하면서

ㅎ...시를 읽고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제가 그동안 남들에게는 엄격했고, 자신에게는 너그럽게만 살았다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갑니다. 바다처럼 너그럽게 살아야 겠다는 생각도 잠시 들었습니다.

스카이워크를 꼭 걸어보고 싶었는데...쩝
바람이 분다고 입구에서 통제를 합니다. 얼마 전에 단양에 있는 스카이워크를 갔을 때에도 폭우가 쏟아져서 못보고 돌아선 기억이 있는데... 오늘도 아쉽기만 합니다. 

이곳 후포항 스카이워크는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다양한 분위기의 연출 사진을 남길 수도 있을 것 같은 멋진 풍광이 보입니다. 

잠시 설명을 덧붙이자면 후포항 뒤쪽 등기산공원에서 출렁다리를 건너 불쑥 튀어나와 푸른 바다를 딛고 우뚝 섰구요. 20m 높이에 길이는 135m(목재 데크 구간이 68m, 스틸그리이팅 구간 10m, 강화유리 구간 57m)라고 합니다. 아래는 바다가 위로는 하늘이 훤히 보이는 그런 길이지요.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하필 오늘따라 파도가 거세고 바람까지 부네요. 저렇게 멋진 푸른 바다위의 스카이워크를 꼭 걸어보고 싶었는데.... 아쉽지만 발길을 돌립니다.

파도가 끝없이 밀려옵니다. 어떤 이는 바다가 그리우면 서해바다 대천으로 간다는데, 저는 파도가 하얗게 포말로 부서지는 동해바다 후포에 가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사실 말이지만 높은 파도는 바다를 일터로 살아가는 어민들한테는 공포의 대상이겠지만, 우리같은 내륙지방 사람들은 눈을 떼기가 힘들게 만드는 이색적인 풍광이기도 하니까요.

이곳은 후포항입니다. 작은 배들이 닻을 내리고 정박 중이군요. 느슨하게 동여맨 밧줄들을 보고 있자니 작은 항구라는 느낌이 듭니다. 한가롭게 보이기도 했었구요. 근데 말입니다. 저 배들은 언제쯤이나 닻을 올리고 떠나갈까요? 뱃고동을 울리며 떠나는 상상을 합니다.

여기저기 다니다 보니 벌써 출발시간이 되었나 봅니다. 후포항 선착장에는 쥐치가 "꼬들꼬들" 말라갑니다. 그물을 수리하는 어부의 손길도 바쁘기만 하구요. 어느새 2019년 마지막 12월도 저물어갑니다. 이쯤에서 송년회도 끝을 맺어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 1년간 사람으로 인해 혹시나 마음에 상처를 받았다면 쥐치가 "꼬들꼬들" 마르듯이 마음속의 상처도 "꺼덕꺼덕" 말라붙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천으로 가는 관광버스는 특유의 음악을 요란하게 틀고서 고속도로를 달려갑니다. 소주잔이 연신 오고 갑니다.

문홍연  gcilbonews@daum.net

문홍연  gcilbonews@daum.net

<저작권자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