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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개혁은 물건너 가는가?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철학박사)
발행인 | 승인 2019.09.05 23:04

검찰 개혁, 아직 멀었습니다. 국민이, 대통령이, 현 정권이 아무리 개혁을 외치지만 검찰은 난공불락(難攻不落) 성채와도 같습니다. 거창한 데서 찾을 필요가 없습니다. 검찰의 강고한 권위는 검찰청 한 번 만 가 보면 대번에 느낄 수 있습니다.

국민을 위한 검찰이 아니라 검찰을 위한 국민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적절할 것 같습니다. 오늘 일이 있어서 대구지방검찰청에 다녀왔습니다. 육중한 건물은 위압감을 느끼기에 충분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첫 번째 장벽에 부딪쳤습니다.

21세기에 공공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검찰청 입구에 계단만 있지 장애인용 경사로가 없었습니다. 장애인들에게 이런 건물은 군림하는 듯이 보여 일을 보기 전에 기분이 가라앉게 됩니다.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 없는 기관의 지향점은 뻔합니다.

장애인복지법에 공공 기관의 경사로 설치가 의무화되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작년부터는 장애인 편의시설 관련 법령이 개정되면서 공공 기관의 공연장, 집회장, 강당 등 무대에 단차(높이 차이)가 있을 경우 경사로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지검 1층 안내를 맡은 분에게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이유를 물었습니다. 1972년 지은 건물이 되어 그렇다고 답했는데, 경사로 설치하고 건물 연수 하고 무슨 상관이 있는지 의아했습니다. 지금은 동네 파출소도 경사로를 설치하고 있는데 말이지요.

더 가관인 것은 점심 식사를 하고 들어오는 길에 발견한 격문(?)입니다. '비산동 민중 OOO'이란 이름으로 버젓이 붙어 있는 종이에는 확신에 찬 듯한 어투로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오고 가는 사람이 많은 입구 담벽에 붙어 있었습니다.

“NO 조국 / 친애하는 대구 검사님들 / 대구 자존심을 위해 신적폐의 아이콘 / 조국의 명령을 거부하여 주세요 / 탐관오리 조국을 참수하라 / 비산동 민중 OOO”

마지막 구절 ‘참수하라’는 종이를 붙여 수정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비장미가 엿보입니다. 두 가지 생각이 떠오르더군요. 하나는 법무부 장관 후보를 능멸할 정도로 검찰의 분위기가 험악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국이 아니라 나라의 정치가 염려되었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내가 입구 안내를 하는 분에게 가서 이야기할 때까지 이런 의분 넘치는 격문을 아무도 보지 않았느냐는 것입니다.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오가는 사람이 많은 점심시간 대에, 그것도 검찰청 입구 담벼락과 기둥에 붙어 있었으니까요.

검찰 개혁 없이는 사회 개혁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개혁은 소수의 권력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 다수를 위해서 필요합니다. 위의 벽보에서 보았듯이 ‘비산동 민중’이라는 자가 ‘신적폐 아이콘 조국의 명령을 거부하라’ 운운한 것은 문제의 본질을 착각하는 데에서 기인합니다.

좀 비약하는 얘기가 되겠습니다. 윤석열의 검찰총장 임명을 저는 지지했습니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고 조직에 충성한다는 말에 대한 진심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 그가 청와대(대통령)와 여권에 대립하는 것을 보면 그의 조직은 국가가 아니고 검찰인 것 같습니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윤석열에 해당하지 않나 싶습니다. 검찰 공화국이라는 말이 유행했던 적이 있습니다. 검찰의 칼자루 앞엔 대통령도 또 대통령을 지낸 사람도 왜소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생긴 말입니다. 청와대에 반기를 드는 검찰총장?

다른 말 필요 없습니다. 거북하지만 ‘검찰 쿠데타’에 다름 아닙니다. 검찰이 걸어온 이력을 들춰볼 때 석고대죄(席藁待罪)하며 반성을 앞세우고 참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국민 앞에 취해야 할 도리입니다. 그런데 아무도 무서워하지 않는 그들을 지금 봅니다.

대통령도, 국민의 대표도 무서워하지 않는 것은 국민 위에 군림하겠다는 말과 같습니다. 21세기 대명천지에 장애인을 위한 경사로 하나 만들지 못하는 검찰, 백주대낮에 입구 기둥과 담벼락에 ‘NO 조국!’ 벽보를 붙여도 무관심한 검찰, 검찰을 위한 검찰에 더 이상 기대할 게 있을까요?

발행인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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