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시국이다. 국내 상황이기도 하고 국제적 문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해법이 쉽지 않다. 우방이라는 이웃나라 일본이 경제전쟁을 선포했다. 우리나라를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시켜 버렸다. 우방 관계를 끊어버린 것이다.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을 그들은 저질렀다.

일본을 경제적 동물의 나라라고 부른다. 여러 가지 함의를 갖고 있을 것이다. 그 나라 내각 총리대신인 아베 신조(安倍晋三)가 이 건(한국 화이트 리스트 제외)을 밀어붙였다. 그들로서는 어떤 이득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건 국제 질서를 어지럽히는 일이다.

한일 간의 일련의 사태를 두고 사람들은 ‘경제 전쟁’이라고 했다. 전쟁의 목적이 오로지 경제적 이득에만 있다면 일본의 이번 결정은 그들 국익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경제 전쟁도 자유 무역의 원칙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다 잘 알 것이다. 어떤 전쟁이든 완전한 승리는 없다는 것을... . 전쟁은 쌍방 간에 큰 상처를 안겨준다. 당장 지난 세기 6.25 전쟁을 생각해 보라. 남북이 서로 입은 상흔은 오랫동안 아물지 않았다. 70 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우리에게 씻지 못할 아픔으로 자리하고 있다.

사진 = 전자신문(케티이미지)

경제 전쟁이라고 다를까. 경제적 우위를 등에 업고 일본의 아베가 칼을 빼 들었다. 내가 보기에는 이건 자충수 중에 자충수다. 한 나라를 위기에 빠뜨리겠다는 것은 현 시류에 맞지 않는 군국주의적 발상이다. 아베의 언행은 1세기 전 대동아공영권을 외치던 그때로 회귀했다.

부자 나라가 덜 가진 나라를 후려치면 당장은 통쾌할지 모른다. 그러나 시야를 좀 멀리 두고 보면 결코 그들에게 유리하게 돌아가지만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경제는 생산과 소비가 균형을 맞출 때 원활하게 돌아간다. 이것이 깨지면 경제에 빨간 불이 켜지게 된다.

이것은 국내 상거래뿐 아니라 무역에서도 동일하다. 일본이 생산하는 물건을 사 주는 나라가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일본 제품의 좋은 소비시장이다. 1965년 일본과의 국교 정상화가 이루어진 후만 따지더라도 일본과의 무역에서 흑자를 기록한 해가 단 한 번도 없었다.

이런 소비처를 내팽개치는 무리수를 일본은 둔 것이다. 일본이 입을 경제적 타격은 우리 이상이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한국의 화이트 리스트 제외 결정이 강제 징용 피해자들에게 손해 배상을 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빌미가 되었지만 그게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따지고 보면 일본의 한국 견제심리가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일본은 한국의 경제 발전에 대해 요즘 강한 우려감을 갖고 있다. 일본이 추월당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4강국들 중 남북통일에 표 나게 소극적인 것도 이런 섬나라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

자, 이쯤에서 우리를 한 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지금 일본과의 경제전쟁에서 올바로 대처하고 있는가?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피아(彼我)의 구분이다. 그리고 '아(我)'의 하나 됨 즉 단결이다. 총칼 없는 경제전쟁도 예외가 아니다. 단결만하면 이길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오로지 공격의 초점을 문재인 정권에게 맞추려는 사람들이 있다. 일본의  화이트 리스트 제외도 문재인 정권이 자초한 일이라며 화살을 정권으로 돌린다. 이완용의 후예들, 현대판 친일파들이 여기에 속한다.

부끄러운 짓이라는 것도 모르고 내부 총질을 해 대고 있다. 극우 성향의 이성 상실자들이야 그렇다고 치다. 그러나 제1야당인 자한당 의원들조차 이러한 작태를 즐기는 사람들이 없지 않다. 전쟁에서의 내부 총질은 패배의 지름길이다. 어쨌든 전쟁은 승리하고 봐야 한다.

이 마당에 어떡하겠는가. 일본에 싸움의 초점을 맞추어야지….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이 있다. 빈 말이 아니다. 기술의 자체 개발, 고 부품 수입 국가의 다변화 등에 박차를 가해 일본 의존의 무역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경제적 자립성을 기르는 방법이다. 곧 기술의 독립이다.

우리가 해방을 맞은 지 74년의 기간이 흘렀다. 정치 경제 그리고 문화적으로 어디에 내 놓아도 뒤지지 않을 정도의 국가가 되었다. 이젠 경제적 독립을 깊이 생각해야 한다. 앞으로의 식민지는 정치적 방법이 아니라 경제적 지배로 나타난다고 하지 않나.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항간에는 국내 친일파들과 일본의 아베류의 극우 정치세력이 손 잡고 제2의 군국주의를 부활시켜려 한다는 말도 들린다. 1910년 이완용의 한일합방에 대한 괴변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아베가 조센진을 개화시켜 달라는 망언도 서슴지 않는다.

이명재 목사(본 신문 발행인, Ph. D)

친일이 부끄럽지 않은 사회는 결코 정상이 아니다. 일제 36년을 생각한다면 그것이 죄 되는 일임이 분명하다. 일본과의 경제 전쟁,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적전 분열로 일제에 다시 휘둘릴 것 같은 염려가 엄습한다. 내부 총질은 매국행위에 다름 아니다.

발행인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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