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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시평] 경제 전쟁에 대하여 -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철학박사)
발행인 | 승인 2019.07.08 20:07

얼마 전 한 보수 경제평론가의 유튜브 방송을 우연히 본 적이 있다. 그는 다소 흥분한 목소리로 한국과 일본의 경제 전쟁이 시작되었다고 단언했다. 이 전쟁은 경제 강국 일본에 대해 우리가 '필패(必敗)'할 전쟁이라고 했다. 전쟁의 단초를 문재인 정권이 제공했으니 더 악화되기 전에 일본에 사죄를 하고 원상회복시키는 것만이 살 길이라고 했다.

그는 방송 중간 중간에 "경제 전문가인 내가 보기에는..." 운운하면서 자신의 식견을 내세워 경제에 대해 아는 것이 없는 일반 사람들의 귀를 솔깃하게 만들었다. 그를 보수 경제학자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가 평소 주장한 지론이 '노(勞)'를 폄하하고 '사(使)'를 두둔하는 것으로 일관했기 때문에 나는 신뢰를 하지 않고 있었다.

일본 아베 신조(安倍 晉三) 수상의 최근 대한(對韓) 관계 발언과 행동은 우리의 입장으로 볼 때 두 가지 측면에서 이해 불가이다. 하나는 자본주의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본 나라 중의 하나인 일본이 자신의 편익을 위해 자본주의 원리를 헌신짝 버리듯 내찼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아시아에서는 그래도 민주주의가 만개한 것으로 알려진 일본이 민주주의 원리를 무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 알다시피 자본주의는 경쟁의 원리에 의해 유지된다. 경쟁에서 살아남은 자만이 승자가 될 수 있다. 승자 독식의 폐해가 많이 지적되고 또 보완의 움직임이 없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도 경쟁의 원칙을 배제할 수는 없다. 일본 아베 정부는 국가 권력으로 경쟁의 길을 봉쇄하고 있다. 한국이 필요로 하는 부품의 수출을 막는 것이 그것의 예가 될 것이다.

아베는 민주주의 원칙에도 정면 배치되는 일을 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한 사람의 독단적 결정보다도 다수 의견의 총합에 따라 움직이는 시스템이다. 일본의 대한 수출 금지 결정은 다수의 의견이라기보다 아베를 비롯한 그 주위의 몇몇 극우 사람들이 결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결정을 국민들에게 강요하고 있는 격이다. 민주주의에 배치되는 것임은 두 말할 것 없다.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한가. 일본은 오는 7월 21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다. 아베의 대한 수출 규제는 다분히 선거용이란 냄새가 짙게 풍겨난다. 혐한 분위기를 촉발해서 보수의 표를 모아보자는 계산이다. 아베로 봐서는 밑질 게 없는 장사로 생각할 만하다. 경제 나아가 대외 무역을 정치의 도구를 사용하는 그의 사고(思考)가 놀랍기만 하다.

또 일본의 군국주의적 속성으로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본인 개개인은 예의 바르고 착하지만 개인이 모여 집단화 되면 집단의 이익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뭉치는 속성을 일본인들은 갖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인류학자 루드 베네딕트(Ruth Benedict) 여사는 이런 일본인의 속성을 '국화와 칼'의 이중성으로 적절하게 표현했다. 탁견이란 생각이 든다.

이태 전에 일본 후쿠오카를 다녀온 적이 있다. 마침 그 도시의 축제 기간과 맞물려 어렵지 않게 군중들 속에 몸을 섞게 되었다. 그 축제 이름이 하카타기욘야마카사(博多祇園山笠)로 기억한다. 후쿠오카 관내 18개 지역 및 단체가 참가해서 자웅을 겨룬다. 지역에서 건장한청장년 26명씩을 차출해서 장식가마(飾り山)를 메고 5.5km를 달려 우승을 다투는 게임이다.

일종의 마을 단결력을 과시하기 위한 경기인데, 여기에 함께 하지 않으면 왕따(이지메)를 시킨다. 지역 출신으로 도쿄 등 대도시에서 기반을 잡은 사람들은 찬조금 명목으로 후원을 하는데, 내지 않으면 그 역시 홀대를 받아 고향에서 배척을 당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군국주의와 맥을 같이 하는 것 같아 구경하는 내내 씁쓸한 기분이었다. 총리의 독단적 결정이 아직도 통할 수 있는 일본은 이런 데 기반하고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 무역량 10위권 안에서 유일한 무역수지 적자 국가이다(2019년 현재까지 기준). 수출에 비해 수입이 절대 우위를 점하고 있다. 즉 일본은 공급자, 우리는 소비자 입장이다. 칼자루를 쥐고 있는 쪽은 우리이다. 그러나 문제는 수출 제한에 묶인 것들이 우리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의 핵심품목이라는 데 있다. 즉 일본으로부터 부품을 사 오지 않으면 제조에 큰 타격을 입게 되는 품목들이다.

정부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일본의 수출 제한 조치는 WTO에 위반될 뿐 아니라 WTO 정신에도 맞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WTO는 근본적으로 전 세계 무역 자유화를 추구하고 있다. 일본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 부품 산업의 탈 일본화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산업에 투자해서 대안을 찾거나 일본 외 다른 나라와의 거래를 모색해 볼 때다.

잘 하는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지금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또 일본 여행 자제 움직임도 호응을 얻고 있다. 경제적 수치로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상징적인 의미는 결코 적지 않다. 우리 주위엔 일본 상품이 의외로 많다. 일본 제품인 줄 인식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구매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우리나라가 일본 상품의 큰 소비지임을 알 수 있다.

극우 경제평론가들을 비롯해서 일부 사람들이 문재인 정부더러 일본에 사죄하라고 말한다. 이런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우리와 일본과의 관계는 특별하다. 과거 일제 36년은 굳이 꺼집어내지 않더라도 돈보다 더 중요한 명분이 가로놓여 있다. 자한당을 비롯하여 야당 일각에서도 이번 문제의 책임을 일본이 아닌 문재인 정부에 씌우려 하고 있다. 잘못이다. 친일적 사고방식이다. 자한당을 토착 왜구 또는 친일파의 잔재라고 비판하는 말을 그들은 귀담아 들어야 한다.

이명재 목사(본 신문 발행인, Ph. D)

민족주의의 종언 이야기가 나온 지가 오래 되었다. 민족주의적 입장에서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래도 피아(被我)의 개념은 엄연히 존재한다. 그들의 말대로 경제 전쟁(economic warfare)도 전쟁이다. 전쟁에서 완전 승자는 있을 수 없다. 아무리 경제대국이라고 하지만 일본도 타격이 없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피아를 구별하지 못하고 총부리를 아군에게 겨냥하는 것은 일본만을 이롭게 하는 짓임을 알아야 한다.

발행인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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