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공학의 거침없는 질주는 마침내 ‘맞춤 아기’라는 것도 만들어낼 지경에 이르렀다. 특히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같은 이른바 ‘유전자 편집 기술’의 발달(<DNA 혁명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전방욱 지음, 이상북스, 2017))이 눈부시다.

실제로, 지난해 말 중국에서 세계 최초로 배아 상태에서 유전자를 편집한 맞춤 아기(Designer Baby)’가 탄생했다. 유전자 편집이란 유전체에서 특정 유전자의 염기서열 중 일부 DNA를 삭제하거나 교정하거나 삽입해서 염기서열을 재구성하는 기술을 말한다.

이런 신기하고도 놀라운 기술의 종착역은 어디일까? 인간의 욕망이란 끝이 없어서 질병이 없고 신체적으로 완벽한 인간의 탄생을 추구하지 않을까? 인간 종의 개량과 ‘성능 향상’을 꿈꾸게 되지 않을까?

예컨대, 아예 처음부터 인공적으로 건강하고 머리도 좋고 운동도 잘하고 얼굴도 잘 생긴 인간을 태어나도록 하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 이런 일이 널리 퍼진다면 이 세상은 ‘유전자 계급 사회’로 전락할 가능성이 클 것 같다. 

태어날 때부터 어떤 사람의 조건이나 능력 같은 게 인공적으로 조작된다면 이는 고도로 불평등하고 불공평한 세상으로 치달을 위험이 크다. 돈을 많이 가진 자일수록 이런 최첨단 고비용 기술을 악착같이 사용하려고 할 것이며, 돈 없는 사람들은 이런 기술에 대한 접근 자체가 어려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자식에 대한 이기적 욕망과 비뚤어진 집착이 유난히 강한 우리 사회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만약 그리된다면 세상은 부자냐 가난한 사람이냐에 따라 태생적으로 ‘유전자 귀족 계급’과 ‘유전자 천민 계급’으로 갈라질 것이다. 새로운 신분사회가 도래하는 것이다.

한데, 순전히 인공적인 방식으로 완벽한 유전자를 갖춘 사람이 과연 진짜로 행복할까? 행복이란 주어진 조건이나 환경에 안주하는 게 아니라, 힘들고 더디더라도 그것을 극복하면서 꿈과 소망을 이루어가는 과정에서 진정으로 맛볼 수 있는 게 아닐까? 

예를 들면, 열심히 노력해서 공부를 잘하게 되고 피땀 흘려 훈련한 덕분에 뛰어난 운동선수가 되는 것이 바람직한 삶의 방식이 아닐까? 하지만 맞춤 아기는 이런 소중한 의미와 가치가 담긴 노력, 의지, 도전 같은 것들을 비웃음거리로 만들어버릴 가능성이 높다. 

인위적인 조작과 공학적인 설계로 만들어지는 삶은 오히려 사람을 공허하고 황폐하고 무의미한 사막으로 이끌어갈 것이다. 이제 인간은 과학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이전에는 신의 영역으로만 여겨졌던 생명 창조와 지배의 길로 성큼성큼 들어서고 있다. 

자연에는 없는 인공의 생명체를 마음대로 만들어낼 수도 있고, 기존 생명체의 한 부분을 바꾸거나 없애거나 조작함으로써 새로운 성질을 지닌 생명체로 다시 탄생시킬 수도 있다. 

물론, 이런 식의 기술이 인류에게 혜택과 이득을 안겨주는 측면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희귀병, 난치병, 불치병 치료 등에 도움이 될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이런 기술이 꿈꾸는 맞춤 아기나 생명 복제 같은 것이 생명 윤리와 인간 문명의 토대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일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생명공학의 바탕 한구석에는 사람이 ‘모든 것’을 알고 지배하고 통제하고야 말겠다는, 그리고 그럴 수 있다는 인간의 끝없는 탐욕과 오만이 깔려 있다. 이런 사고방식에서 생명은 신비롭거나 거룩한 존재로 여겨지지 않는다. 

인간의 필요와 욕구에 따라 마음대로 조작하고 변형하고 심지어는 죽여도 되는 것으로 여겨지기 십상이다. 우리는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이렇게 마구 내달리는 길의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장성익 소장(환경과생명연구소)

폭주하는 생명공학의 끝은 ‘천국’이 아니라 ‘지옥’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당장 현실적으로는 적절하면서도 강력한 규제와 관리가 절실히 요구된다. 하지만 그 이전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삶과 생명에 대한 깊은 성찰과, 이와 관련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다.

장성익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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