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익의 환경칼럼] 거짓말로 쌓아 올린 ‘악마의 성채’, 핵발전

장성익 소장(환경과생명연구소)

이번 한빛원전 사고와 이후 전개과정을 보면서 거짓말로 점철된 핵 발전의 실체를 다시 한 번 확인한다. 핵 발전은 본질적으로 민주주의와 거리가 멀다. 원전 시스템은 그 자체로 첨단 거대 과학기술의 복합체다. 그래서 필연적으로 권력, 돈, 정책 결정 등 원전과 관련된 여러 측면에서 ‘중앙 집중’과 ‘독점’의 문제가 나타나지 않을 수 없다.

전문가주의나 비밀주의는 그 결과다. 극소수의 원전 기득권 엘리트 세력이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한통속이 되어 원전과 관련한 중요한 결정 권한과 정보를 독차지하고 있다. ‘원전 마피아’니 ‘핵 카르텔’이니 하는 말들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원전 산업은 이런 부패와 특혜 속에서 성장한다.

프랑스 철학자 앙드레 고르는 이렇게 말했다. “자본과 국가가 인간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권리를 짓밟는 기술적 도구의 극단적인 경우가 핵발전이다.”

원전이 얼마나 반민주적인 에너지인지는 대형 사고가 터졌을 때 더욱 또렷하게 드러난다. “체르노빌 원전에서 나온 가장 위험한 물질은 방사능이 아닌 ‘거짓말’이었어요. 1986년의 거짓말. 저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이렇게 부릅니다.” 이것은 체르노빌 원전 사고 당시 옛 소련 입법기구에서 일했던 사람의 고백이다. 이는 곧, 당시 소련 정부가 사고에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내부적으로 잘 알고 있는 사람이 털어놓은 얘기라는 뜻이다.

사고 당시 소련 정부 당국은 방사능 피해가 심각하다는 걸 알면서도 이를 철저히 숨겼다. 방사능을 맞아 수많은 사람이 죽거나 병원으로 실려가 고통으로 신음하는 와중에 소련 정부는 방사능 기준치를 갑자기 5배나 올려 환자 수를 줄이는 꼼수를 부렸다. 긴급하게 치료를 받아도 생존을 보장할 수 없는 환자들이 정부가 제멋대로 바꾼 기준치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병원에서 나와야만 했다.

이것은 국가가 저지른 명백한 범죄다. 소련 정부는 이후에도 사망자와 부상자 숫자를 줄이고 숨기는 데 급급했으며, 희생자와 이주민들에 대한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고르바초프는 소련이 무너진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를 체르노빌 원전 사고에서 찾기도 했다.

프랑스도 다르지 않았다. 프랑스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원전 대국이다. 프랑스에서 사용하는 전기의 75퍼센트를 원자력발전이 떠맡고 있다. 체르노빌 사고 당시 프랑스의 원전 관련 정부기관에서는 체르노빌에서 날아온 방사능 낙진이 그다지 높지 않은 수치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어느 단체의 문제제기로 나중에 다시 조사한 결과 실제 방사능 수치는 정부 발표 수치보다 무려 1000배나 더 높았다. 진실을 은폐하고 조작한 것이다.

후쿠시마 사고를 다루는 일본 정부라고 다를 리 없다. 사고가 났을 때 일본 정부는 방사능 물질의 이동 경로를 파악하고 있었으나 공개하지 않았다. 공개하면 사람들이 한쪽으로 몰려 큰 혼란이 일어날 것이 우려된다는 이유를 내세우면서 말이다.

또한, 지금도 사고 원전에서는 방사능으로 오염된 상당한 양의 물이 바다와 지하수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일본 총리는 “후쿠시마 원전은 완벽하게 통제되고 있다”고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단비뉴스>라는 인터넷 매체에 따르면, 후쿠시마 현에서 지난 2016년 발표한 주민 건강 조사 결과를 보면 사고 후 2016년 3월까지 18세 이하 어린이와 청소년이 갑상선암에 걸렸거나 걸렸을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모두 191명으로 나타났다. 소아갑상선암은 100만 명 중 2~3명꼴로 발생하는 희귀병이다. 조사 대상인 후쿠시마 어린이와 청소년 약 37만여 명을 100만 명 기준으로 바꾸어 계산하면 환자로 의심되는 사람 수는 무려 516.2명에 이르는 셈이다.

원전 사고가 사람들 건강과 생명에 얼마나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는 방사능 물질과 갑상선암 발병 사이의 관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를 겪은 뒤 용기 있게 원전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는 간 나오토 전 일본 총리는 이렇게 얘기한다.

“원자력 패거리는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사안에서 최고 지도자인 총리까지 배제시킬 정도로 폐쇄적인 집단입니다. (․․․)지난 10~20년간 원자력의 위험을 알리는 사람들에 대해 온갖 형태의 압력이 굉장히 늘었습니다. 대학 연구자가 원전에 위험이 따른다고 말하면 출세 기회는 절대로 오지 않습니다. 정치가는 온갖 지원을 전력회사 등으로부터 받고 있습니다. 그들이 원전의 위험성 따위를 문제 삼는다면 그런 지원은 바로 끊깁니다. 반대로 원전을 추진하고 찬성하면 많은 종류의 헌금이 들어옵니다. 여기에는 문화, 스포츠, 언론 등이 모두 포함됩니다. 이런 식으로 끈이 밀접하게 빙 둘러쳐져 있어서 원전에 대한 비판이 절대 허용되지 않는 환경이 만들어져버린 것입니다.”

이것이 일본에만 해당하는 이야기일까? 어쩌면, 우리나라는 더 심하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장성익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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