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푸른 바다, 밝게 빛나는 햇살, 아름다운 야자나무, 흰 모래사장. 그리고 그 속에서 한가롭게 물놀이를 즐기며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 인도양에 있는 섬나라 몰디브의 풍경이다. 

약 2000개의 산호섬으로 이루어진 몰디브는 ‘지상낙원’으로 불린다. 빼어난 자연 풍광과 호젓한 분위기가 잘 어우러진 세계 최고 휴양지 가운데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한데, 몰디브에는 ‘더러운 비밀’ 하나가 숨겨져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인공 쓰레기 섬의 존재가 그것이다. 수도인 말레에서 서쪽으로 7킬로미터 가량 떨어진 곳에 틸라푸시(Tilafushi)라는 섬이 있다. 

이 섬은 넘쳐나는 쓰레기 문제로 오랫동안 골머리를 앓던 몰디브 정부가 지난 1991년에 산호초 바다를 메워 만든 쓰레기 매립용 인공 섬이다. 이 섬이 만들어진 뒤부터 몰디브의 거의 모든 쓰레기는 여기로 모인다. 

몰디브는 관광업으로 먹고사는 나라다. 그렇지만 몰려드는 관광객이 무조건 고맙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들이 버리는 쓰레기가 너무 많은 탓이다. 

사람들이 빼곡하게 모여 사는 말레 시 주민들이 버리는 쓰레기도 만만찮다. 그 결과 날마다 틸라푸시에 버려지는 쓰레기가 330톤이 넘고, 그 바람에 섬 면적이 매일 1제곱미터씩 커지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아름답고 깨끗했던 산호초 바다였던 틸라푸시는 악취가 진동하는 거대한 쓰레기장으로 바뀌고 말았다. 인근 바다도 쓰레기에서 흘러나온 갖가지 유독한 오염물질로 심각하게 망가지고 있다. 

바다를 오염시킨 독성 물질들은 물고기 몸에도 쌓인다. 또한 그런 물고기가 다시 관광객과 이곳 주민들의 식탁에 오른다. 

쓰레기를 태우면서 생기는 유독 가스도 커다란 골칫거리다. 게다가, 이곳에서 쓰레기 처리 일을 도맡고 있는 사람은 주로 가난한 방글라데시에서 온 이주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형편없는 환경 속에서 위험하고도 고된 일에 시달리고 있다.

몰디브는 얼핏 겉으로만 보면 낭만으로 가득 찬 환상의 여행지다. 하지만 그런 화려한 ‘껍데기’를 들추어보면 그 뒤에는 세상에서 가장 큰 인공 쓰레기 섬이라는 부끄러운 모습이 감춰져 있다. 

이는 곧, 몰디브를 떠받치는 기둥이 틸라푸시라는 쓰레기 섬이라는 얘기이기도 하다.  틸라푸시가 없다면 몰디브를 먹여살려주는 관광객들이 버리는 쓰레기를 처리할 방도가 없을 테니까 말이다.  

이처럼 쓰레기라는 창(窓)으로 몰디브를 들여다보면 가려져 있던 몰디브의 또 다른 실체가 드러난다. 그렇다면 다른 곳은 어떨까? 몰디브만 이럴까?혹시 세상 전체가 이런 건 아닐까?

장성익  gcilbonews@daum.net

장성익  gcilbonews@daum.net

<저작권자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