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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수녀 ‘세월호 참사 5주기’ 추모시…‘그 슬픔이 하도 커서’
편집부 | 승인 2019.04.17 11:20

         그 슬픔이 하도 커서

이해인 수녀(시인)

                              이해인(시인, 수녀)

사계절의 시계 위에서 세월이 가도
우리 마음속의 시계는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50분
전 국민이 통곡한 세월호의 비극은
세월을 비껴가지 못하고 멈추어져 있습니다
5년 전의 그 슬픔이 하도 커서 바닷속에 침몰하여 일어서질 못하고 있습니다

여행길이 죽음길이 되어버린 304명의 희생자들과
이들을 구조하다 목숨 잃은 이들
시신으로조차 돌아오지 못한 희생자들을 어찌 추모해야 할지
잘 알지 못해 더욱 슬픕니다
팽목항의 방파제에 펄럭이는 기다림의 깃발과 유품들이
침묵 속에 울음을 삼키고 있습니다

살릴 수 있는데도 못 살려낸 사랑하는 이들
생각 하나만으로도 가슴이 미어지는데
이런저런 오해들과 걸림돌들이 하도 많아
마음 놓고 울지도 못했던 유족들의 슬픔은 누가 달래줄까요
용서하려 애를 써도 용서가 안되는
그 비통함은 어찌 다스려야 하는 걸까요

왜곡된 진실을 밝히기 위해
슬픔조차 뒤로하고 투쟁부터 해야 했던 유족들께 죄송합니다
‘잊으십시오’ ‘기다리십시오’라는 말을 가볍게 내뱉었던
부끄러움 그대로 안고
오늘은 겸손되이 용서를 청해야겠습니다
아무런 조건 없이 맑고 어진 마음 모아 함께 울어야겠습니다

죽음보다 힘든 어둠과 고통의 시간들을 견뎌내고 있는
우리의 유족들과 함께 간절히 기도하고 싶습니다
기도가 되지 않더라도 기도하고 싶습니다
바람에 떨어지는 벚꽃잎을 보며
푸른 바다와 수평선을 바라보며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은
오늘도 변함없이 사랑한다는 것
미안하다는 것, 잊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위기에 처한 이웃을 이기심으로 방관하고
비겁함으로 방치하는 못난 실수와 잘못을
다신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새롭히는 것입니다

힘겹게 몸부림치다 외롭게 떠나갔을 저세상에서
이제는 님들이 이 세상의 우리를 도와주세요
다시는 세월호와 같은 비극이 이 땅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지 못해
가끔은 답답하고 우울한 우리가
속히 안일함의 늪에서 빠져나오도록! 도와주세요

남을 탓하지만 말고 핑계를 대지 말고
눈물 속에 절절히 참회하여 마침내는
파도처럼 일어서는 희망이 되라고
흰옷 입은 부활의 천사로
한줄기 바람으로 가까이 와서
우리를 다시 흔들어 깨워주세요
넋두리가 되어버린 이 부족한 추모글도 용서하세요
사랑합니다. 이제와 영원히!
*****************************************************
* 이 시에 대한 평은 삼갈 일이다. 다만 미안함만 마음 깊이 간직할 뿐... . 세월호 5주기, 시대는 뭔가를 하라고 하는데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용기의 부족, 힘의 결핍... . 막말로 판세를 뒤집으려 하는 뻔뻔한 사람들, 정의는 어디에 피신해 있는가. 4.16 세월호 참사 5주기에 대한 추모글을 쓰려다가 멈췄다. 생각은 뻔한데 몸이 따라 주지를 않는다. 2주기 때 썼던 글을 다듬어 올리려다가 그것도 포기했다. 너무 편하게 4.16을 맞는 듯한 송구함 때문이다. 지역의 작은 군 단위에서도 진리를 향해 촛불을 밝히는데, 이곳엔 그런 기미조차 없다. 이해인 수녀는 참 시인이다. 그는 이념도 모르고 문학의 어느 유파에도 속해 있지 않은 시인이다. 그것을 초월해 있다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한 표현이리라. 그의 세월호 추모시가 그래서 더 마음에 와 닿는다. 하루 늦게 이 시로 나의 마음을 대신한다. 해량(海量)을 바라면서...(耳穆).

* 이 시는 경향신문 2019년 4월 16일자에도 같은 제목으로 게재되었습니다.

사진 = YONHAP NEWS

편집부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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