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똑바로 써야 세상이 똑바로 선다. 세 가지 사례만 살펴보자.

1. 지방과 지역

‘지방’과 ‘지역’을 혼동하기 쉽다. 하지만 이 둘은 엄연히 뜻이 다르다. 지방은 ‘서울 이외의 지역’ 또는 ‘중앙의 지도나 지휘를 받는 아래 단위의 기구나 조직을 중앙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이다.

지역은 ‘일정하게 구획된 어느 범위의 토지’ 또는 ‘전체 사회를 어떤 특징으로 나눈 일정한 공간 영역’을 가리킨다. 서울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이 둘의 차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즉, 지방은 서울이나 중앙의 반대 또는 하위 개념인 데 반해 지역 개념에 따르면 서울 또한 하나의 지역이다. 그래서 사실은 우리에게 익숙한 ‘지방자치’란 말 대신에 ‘지역자치’란 말을 써는 게 더 타당하지 않을까 싶다.

지역은 서울과 지방을 동등하게 두루 아우르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또한 서울에서도 자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에서도 ‘지역자치’란 말이 더 어울릴 법하다.

2. 공간과 장소

이 둘도 자주 뒤섞여 쓰이지만, 공간(space)과 장소(place)는 서로 다른 것이다. 공간은 단지 일정한 물리적 크기를 지닌 곳을 객관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이에 비해 장소는 그 가운데서도 ‘특별한’ 어떤 곳으로서, 주관적 성격을 강하게 띤다.

개인이나 집단의 이야기, 관계, 기억, 경험 등이 녹아 있는 곳이 장소다. 삶과 생활, 사연과 인연, 문화와 역사가 저장되고 축적되는 곳이 장소다. 그러므로 공간이 ‘물리적’ 세계라면 장소는 ‘인문적’ 세계라고 할 수 있다.

자기 정체성과 삶의 의미를 쌓아 올리는 곳이 장소인 셈이다. ‘삶의 자리’가 곧 장소다.

미국의 농부이자 사상가인 리 호이나키((Lee Honiacki)는 한 장소에 밀착하여 그 장소와 긴밀한 접촉을 이어가면서 그 장소에 뿌리내리고 사는 삶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각별히 강조한 사람이다.

안정된 대학교수 자리를 내던지고 시골로 들어간 그는, 한 장소에 뿌리내리고 사는 삶을 “끊임없는 경이로움의 순간이 계속되고 미처 생각하지 못한 풍요로움을 얻을 수 있는 삶”이라고 노래했다.

그는 이렇게도 말했다. “만일 좋은 세계가 있다면 그것은 한 장소에 뿌리박고 사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세계일 것이다.”

‘부동산 불패 신화’가 판치는 ‘부동산 계급 사회’ 아래서 이제 집과 땅도 ‘장소’의 본래 가치와 의미를 되찾아야 한다. 개발 이익의 사유화, 시세차익과 불로소득의 소수 독점, 재산 증식과 신분 과시 수단으로 전락한 주택 문화, 부동산 투기 따위로 덕지덕지 얼룩진 집과 땅의 본래 뜻을 되살려내야 한다.

3. 핵발전과 원자력발전

‘원자력발전’이 아닌 ‘핵발전’이 맞는 말이다. 흔히 원자력발전이라 불리기도 하는 핵발전은 우라늄의 핵분열로 발생하는 엄청난 양의 열에너지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이다.

핵분열이 전기 생산의 핵심 과정이므로 핵발전이라 불러야 마땅하다. ‘핵무기’를 ‘원자력 무기’라 부르는가? ‘반핵 운동’을 ‘반원자력 운동’이라 부르는가?

사실 핵무기와 핵발전은 일란성 쌍둥이다. 똑같은 원료와 똑같은 기술적 원리로 무기를 만들면 핵무기가 되고, 전기를 생산하면 핵발전이 될 뿐이다.

그럼에도 원자력발전이라는 ‘괴상한(?)’ 용어가 널리 쓰이게 된 이유는 뭘까? 거기에는 핵발전

장성익 / 환경과생명연구소 소장

이 안고 있는 수많은 문제들을 은근슬쩍 숨기고 핵발전을 일반 사람들에게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하려는 원전 추진 세력의 의도가 깔려 있다.

영어 명칭인 ‘Nuclear Power Plant’ 또한 정확하게 핵발전소를 가리키는 말이다.

장성익  daum.net

장성익  daum.net

<저작권자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