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철학박사)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1919년 3월 1일). 또 상하이(上海) 임시정부 수립 10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1919년 4월 11일). 일제 강점기 3.1운동이 없었다면 식민지 시대 36년 전체를 암흑기로 불러야 했을 것이다. 

3.1운동은 우리 민족에겐 한 가닥 빛이었다. 그 빛이 꺼지지 않고 이어져 1945년 광복을 가져올 수 있었다. 3.1운동은 한민족의 기개를 보여 준 것이었고, 독립 의지의 표출이었으며 우리의 자부심이었다. 일제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충 궐기였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여러 곳에서 기념행사가 열리고 있다.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학술 행사 등을 개최해 그 의미를 되새기고 있는 것을 본다. 3.1운동이 이념과 계급 계층을 초월해 거국적으로 참여한 운동임을 생각할 때 당연한 현상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3.1운동의 명칭을 '3.1혁명'으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일부에서 지지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본다. 학문은 다양한 의견과 주장이 합치되어 정리되는 과정이라고 할 때 이런 움직임은 바람직하다 할 것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3.1운동'을 '3.1혁명'으로 부르는 데는 보다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이유가 없지 않다. 첫째, 혁명은 민중 전체가 참여하여 기존 체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체제를 수립했을 때 쓰는 명칭이다. 구체제 앙시앵 레짐을 무너뜨린 프랑스 대혁명이 대표적이다(1789년).

가까이 우리의 4.19혁명도 있다. 부정 선거로 독재 정권을 유지하려던 이승만 정부가 학생 중심의 항거에 의해 무너졌다. 그리고 제2공화국이 들어섰다. 정치 체제가 바뀐 것이다. '4.19의거'로 불리다가 '4.19혁명'으로 제 자리를 잡았다. 학문적 연구 결과이다.

3.1운동은 전 민중이 참여하고, 짧지 않은 기간 전국적으로 이어진 대일(對日) 항쟁이었다. 그러나 일제를 몰아내지는 못했다. 독립을 쟁취하는 데까지 이르지 못했다. 혁명의 구성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이다. 3.1운동이 독립으로 이어졌다면 온전한 ‘혁명’이 되었을 것이다.

둘째, 역사에 대한 해석과 평가가 시대 상황에 민감하게 영향 받아서는 안 된다. 3.1운동을 3.1혁명으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이 지금 와서 제기되는 까닭은 어디에 기인하는가. 임시정부 수립과 그 전통을 중시하는 문재인 정부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다고 볼 수 없다. 역사는 학문 연구로 증명하는 것이다.

셋째, 영광의 역사와 함께 오욕의 역사도 분명히 우리의 역사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3.1운동이 3.1혁명으로 불린다면 그 역사적 위상이 높아지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이것이 역사적 사실을 적절하게 표현해 주는 것과는 별개이다. 역사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할 때 의미가 있다.

일본의 우경화는 역사를 자기 나라 중심으로 미화하는 우(愚)를 범하고 있다. 4-6세기 일본이 한반도 남부지역을 지배했다는 임나일본부설(任那日本府說)이 대표적이다. 중국의 동북공정도 마찬가지이다. 한반도의 과거를 몽땅 그들의 역사로 편입시키려는 프로젝트다. 자국 중심의 역사관들이어서 비판받고 있다.

운동(Movement)은 민(民)이 중심이 되어 변화를 꾀하는 끊임없는 움직임을 일컫는다. 운동이 변하여 혁명이 될 수 있다. 연구의 미비로 사실대로 정리되지 못한 것을 새로운 자료에 근거 심층 연구함으로써 혁명으로 수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3.1운동은 역사적 평가가 끝난 사안이다.

역사적 명칭보다도 그 사건의 의미를 현재화시켜 실천궁행(實踐躬行)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3.1운동의 정신적 가치를 지금까지 우리는 너무나 도외시해왔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그 정신-정의ㆍ인도ㆍ박애-을 기억하고 실천하는 우리가 되면 좋겠다. 3.1절 아침에 생각해 본다.

발행인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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