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철학박사)

사람은 이성적 동물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이다. 그런데 가끔 감성과 감정의 지배를 받을 때가 있다. 막말이 오가고 급기야 일탈된 행동으로까지 이어진다. 해방 정국의 혼란을 떠 올리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해방 되고 74년이 흘렀다. 1세기의 3/4에 해당하는 기간이다.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바뀌지 않은 것이 있다. 정치권이 대표적이다. 막말로 자기 존재를 드러내려고 하는 것, 유치한 짓이다.

요즘이 제1야당 자한당의 전당대회 합동연설회 기간인 것 같다. 2월 27일 당 대표를 전당대회에서 선출하고 최고위원들을 뽑는다. 자당의 행사라고 하지만,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정책은 실종되고 막말만 쏟아내고 있다.

어제(18일)는 청년 몫 최고위원 후보로 나온 한 젊은이가 막말을 쏟아냈다고 해서 시끄럽다. 정부 여당 특히 대통령에 대한 공격이 진리라도 되는 양 극단적 말들을 뱉어냈다. 이 한 몸 죽어도 좋단다. 독립투사로 착각하는 모양이다.

지면이 더러워질 것 같아 주저되지만 그 젊은이가 당 대표 대구경북 최고위원 합동연설회에 와서 한 말들을 몇 개 소개해 보자.

"주사파 문재인 정권을 탄핵시키지 않으면 자유대한민국이 멸망하고, 적화 통일이 되어 북한 김정은의 노예가 될 것이다."
"문재인은 지금 나라를 팔아먹고 있다."
"저딴 게 무슨 대통령인가."
"나는 저자를 절대로 우리 지도자로 인정할 수 없다."
"짐승만도 못한 주사파 정권과 문재인 민족 반역자 종북 문재인을 탄핵하자."

무슨 어록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 따옴표까지 해 가며 길게 인용했다. 이유가 없지 않다. 몇 가지 생각이 교차한다. 이 젊은이가 우리의 현대사를 조금이라도 알고 극혐(極嫌)의 말을 쏟아내는 걸까. 아니다.

역사는 객관적 시각을 갖게 한다. 그래서 누구나 역사를 공부할 필요가 있다. 한자 역사(歷史)도 발자취를 중립적으로 서술한다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 단언컨대 막말이 판을 치는 것은 정치인들의 역사의식 결핍의 결과이다.

2월 18일 자한당 전당대회 당 대표 및 최고위원 합동연설회에서 청년 최고위원 후보 김준교가 한 팔을 치켜들며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 = news 1)

이 젊은이가 주사파를 알기나 하고 문재인 정권을  저주하는 걸까. 종북이라는 단어로 북한과 연결 지으면 그들의 목표가 달성되는 것인가. 젊은이의 치기 치고는 어설프기 한이 없다. 인간성 상실이어서 미래마저 아득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 젊은이만의 책임이 아니라는 데 있다. 자한당이 민주주의 질서와 분명한 목적을 갖고 있는 정당이라면 이런 젊은이가 나올 수 없다. 악한 씨앗은 그런 토양에서 잘 자라는 법이다. 자한당 정말 자성해야 한다.

지난 지자제 선거는 이 점을 증명했다. 자한당이 완패한 것은 민주주의를 훼손한 대가였다. 공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권력을 휘두른 박근혜에게만 책임을 돌릴 수 없다. 그를 엄호하던 사람들 모두의 책임이다.

당명까지 바꾸고 환골탈태(換骨奪胎)하겠다던 그들의 다짐은 어디로 갔나. 또 다시 준엄한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정신 차린다는 건가. 그땐 이미 늦다. 사공 잃은 돗단배 마냥 통제 불능의 블랙홀로 빠져드는 자한당 행태다.

박근혜 탄핵 전보다 더 하다. 태극기부대가 합동연설회장을 장악하고 박근혜 석방을 외치고 있다. 범죄자 박근혜가 한순간 양심수로 둔갑한다. 왜곡도 이런 왜곡이 없다. 그 젊은이 표현대로 ‘주사파 문재인’이 아니라 이들이 망조다.

자한당 전당대회장에서 한 젊은이가 쏟아낸 막말들은 자한당 전체가 져야 할 공동책임이다. 막말은 다른 막말을 낳기 마련이다. 이들의 막말이 어디까지 튈까. 튀면 튈수록 우리의 정치는 그것만큼 추락한다. 정치를 오염시키는 것이다.

발행인  lmj2284@hanmail.net

발행인  lmj2284@hanmail.net

<저작권자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