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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스테판 비알 지음 <멈추고, 디자인을 생각하다>윤정윤 (백석예술대학교 디자인미술학부 교수, 시각디자인 전문가)
편집부 | 승인 2019.02.11 00:51
스테판 비알 지음, 이소영 옮김 <멈추고 디자인을 생각하다>(홍디자인, 2018년9월)

이 책은 『철학자의 디자인 공부』의 개정판으로 프랑스 철학자의 눈으로 바라본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 스테판 비알은 철학자이며, 교수이고, 프랑스인이다.

이러한 저자의 학문적, 문화적 배경은 1장에서 4장까지 디자인의 개념과 역사를 다룰 때 확연히 드러나는데 특히 디자인 정의에 대하여 면밀히 다루는 점이 그러하다. 그동안 많은 디자인 책들이 다루었지만 쉽게 정리하지 못했던 디자인의 존재 이유에 대해 다시금 질문을 던지고 디자인 역사들을 재해석 하여 디자인의 목적을 분명하게 설명한다. 

저자는 예술은 철학적 정의와 고찰을 가지고 있지만 디자인은 그 자신에 대한 사유 없이 오직 디자인을 하기 위해 끊임없이 사유한다고 지적한다. 물론 디자인과 실제로 밀접하게 연결된 영역들(예를 들어 미술이나 공학) 사이에 존재하는 상호침투성으로 인한 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저자는 ‘디자인’과 ‘기술’의 혼돈을 경계하며 디자인 자체의 사유를 위해 단어의 기원부터 차근차근 설명한다. 이 책은 이렇게 디자인에 대해 ‘고찰’을 하고 있다. 

근래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사회를 위한 디자인에 대한 관심과 실천은 디자인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담론을 다시금 활발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가 커질수록 디자이너의 죄책감은 더 커진다. 디자인은 산업화에 맞서 저항하는 과정에서 생겨났지만 공업생산을 받아들이면서 성장했고 20세기 소비 패러다임 속에서 끊임없이 마케팅에 합류하거나 융합되어 마케팅 전략의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디자인과 마케팅 사이의 혼돈이 디자이너의 의식에 미치는 영향을 언급한다. 현재 현장에 있는 디자이너들은 ‘잘 팔리는 것이 좋은 디자인’ 이라고 배웠지만 빅터 파파넥이 주장한 디자인의 비도덕적성과 비윤리성에 공감한다. 따라서 20세기 후반에 나타났다는 ‘디자이너 증후군’을 그들은 여전히 앓고 있는 것이다.

사회는 여전히 디자이너에게 디자인을 통한 이익창출을 요구하면서 동시에 산업 논리에 휘말리지 말기를 요구한다. 저자는 이러한 요구는 디자이너를 미치게 한다고 말한다. 디자이너는 ‘디자인 할 것이냐 디자인하지 않을 것이냐’ 사이에서 자신의 윤리와 도덕성을 계속 의심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디자인 이론서들이 디자이너의 사회적 책임을 디자이너 개인의 책임으로 모호하게 몰고 갔다면 이 책은 디자이너에게 분명한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이 신선하다. 저자는 디자이너의 노력을 자본의 논리와 분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본은 분명 디자이너의 수단이기는 하지만 목표가 될 수 없고, 수단과 목표가 혼동될 때 디자인은 마케팅 속에 섞여버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명료하게 주장한다. “그대가 사용자들에게 제공하는 디자인 프로젝트에서 만큼이나 디자이너로 살아가는 그대의 사람됨에서도 언제나 시장을 결코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다룰 수 있도록 행동하라” 

철학자로서 저자는 디자인의 본질은 효과라고 정의하고 3가지 효과를 설명하고 있다. 이것은 디자인이 존재자가 아니라 사건이고, 사물이 아니라 반향이며, 소유물이 아니라 파급효과라는 뜻이다.

따라서 빌렘 프루세르의 주장 “오늘날 모든 것은 디자인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과장된 것이다. 모든 것이 디자인과 ‘잠재적으로 관련’된다고 할지라도 그것들이 전부 디자인은 아니라는 말이다. 디자인은 산업 없이는 존재할 수 없지만, 산업은 디자인 없이도 충분히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술가는 새로운 질서와 자신의 취향에 따라 자신의 세계를 이루는 것들은 배열한다. 그 누구에게도 설명할 필요를 느끼지 않으며, 타인에 대해서 그 어떤 의무도 없다. 반대로 디자이너는 한없는 자유를 누리지 못한다. 디자이너는 자신의 창조 과정을 자율적인 행위에 결코 포함시킬 수 없으며 그것을 베풀고 함께 나눠야 하는데, 그 까닭은 그가 고안하는 물건이 근본적으로 타인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디자이너는 사람을 위해서 일하고, 이런 자격에서 타인에 대한 책임이 있는 것이다. 디자이너는 항상 자신의 방식을 증명하고 작업의 정당성을 설명해야 한다. 따라서 디자인은 미래지향적이고 긍정적인 의도가 기반이 되는 창조 행위임을 강조하고 있다. 

어쩌면 지금까지 정치는 디자인을 보여주기 수단으로 사용해 왔다. 디자인과 디자이너를 소비재로 사용하고 결과에 따라 때때로 모든 책임을 전가하기도 했다. 이것은 디자이너도 디자이너를 고용하는 쪽도 디자인에 대한 정확한 개념정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멈추고, 디자인을 생각하다]는 디자인을 본질을 이해하기에 유용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한권의 책으로 디자인에 대한 이해가 단번에 명쾌해 질리는 없지만 디자인 프로젝트를 새로 시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저자의 바램대로 디자인을 이해한다면 그 프로젝트는 세상을 이롭게 하는 효과를 보여줄 것이다.

편집부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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