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목수 신명섭

20년 전에 우리 아들과 보던 그림책에 나온 이야기 한 편 소개한다. 

"옛날에 부모님과 농사 지으며 사는 총각이 있었다. 나이가 들어감에 농사가 끝나는 그해 겨울에 이웃 마을 처녀와 혼례를 올리게 되었다. 그는 본격적인 농사철이 시작되기 전에 산에서 부지런히 나무를 잘라 와서 껍질을 벗겨 차곡차곡 쌓아 잘 말린다. 

좋은 흙도 퍼 와서 한쪽에 쌓아둔다. 농사철이 시작되어 한창 바쁜 때에도 틈틈이 나무와 흙을 모은다. 구들장으로 쓸 넓적 돌도 모아서 쌓아둔다. 가을이 되고 추수가 끝나고 나면 온 마을 사람들이 모두 달려들어 집을 짓기 시작한다. 

한 달 정도 집을 짓는 동안 온 마을이 매일 저녁 잔치를 벌이는 듯 흥겹다. 신랑신부 얘기로 왁자지껄한 중에 집짓기는 일사천리 진행되어 겨울 추위가 시작되기 전에  총각의 신혼집이 완성된다. 

흙과 물과 나무, 돌과 볏짚, 그리고 마을 사람들. 서민들이 살아갈 집 한 채 짓는데 필요한 전부였다. 그 집에서 자식 넷 낳고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얘기… ." 많이 미화하긴 했지만 농촌 공동체가 무너지기 전인 50여년전만 해도 마을마다 볼 수 있었던 풍경이 아니었을까 싶다. 

상주에 처음 왔을 때 우리 가족도 그렇게 지어졌을 집에서 십 년 넘게 살았다. 겨울이면 춥기는 해도 계절을 그대로 느끼며 살았었다. 아궁이에 불을 넣으며 그 앞에 앉아 불꽃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무념무상이 되었다. 

그렇게 뜨끈하게 데워진 방이라도 이불 밖으로 손을 꺼내면 손이 시려웠다. 얼굴 위로 찬 기운이 쨍하니 느껴질 정도로 외풍이 셌지만 그렇기에 자고 일어나면 정신이 명료하니 맑았다. 

우리는 지금도 아파트에 가면 적응이 잘 안 된다. 한겨울에도 반팔 옷을 입고 지낼 정도로 난방이 잘 되지만 공기가 갇혀있으니 너무 답답하게 느껴진다. 지금은 우리 집도 보일러로 난방을 하고 있지만 온도를 18도에 맞춰놓고 지낸다. 당연히 옷은 두껍게 입고 실내화를 신고 다닌다. 

십 년 넘게 살았던 촌집. 1950년 즈음에 지어졌다는 그 집은 2016년 생명을 다하고 자연으로 다시 돌아갔다. 집을 부수었을 때 폐기물이라고는 새마을운동시절 얹었다는 슬레이트가 전부였다. 나무는 땔감으로, 흙과 돌은 자연으로 다시 돌아갔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집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자연의 일부에 불과한 존재지만 불과 이 백 여 년 만에 지구 생태계를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만들어버린 과학문명과 산업 발전. 

그저 나하나 잘살아보겠다고 정신없이 앞만 보고 내달리며 이제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 하루하루 연명하듯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집이 정말 평안한 쉼터이자 안식처가 되고 있는 것일까. 

우리에게 집은 어떤 의미일까. 그 의미가 명확해져야 내손으로 집을 지을 때,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단순한 주거공간인지 아니면 재테크 수단인지... . 전시용인지 실제 거주 목적인지... . 집에 있을 때 어떤 활동을 주로 할 것인지... . 가족의 생활패턴, 특히 주부의 생활 방식은 어떠한지 등등...

이러한 것들이 명확해져야 어떤 집을 어떻게 지을 지 쉽게 결정할 수 있다. 물론 내 손으로 내 집짓기라는 주제로 한정하면 선택의 폭이 넓지는 않다. 그중에서도 나는 나무집만을 얘기하려한다. 혹시 다른 재료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별 재미가 없을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해 미리 양해를 구하고자 한다(계속).

신명섭  daum.net

신명섭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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