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시평 - 정부여당, 춘풍추상(春風秋霜)을 심비(心碑)에 새겨라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더불어민주당이 점점 정상 궤도를 이탈해 가는 것 같다. 세차게 휘날려야 할 적폐청산이라는 개혁의 깃발이 축 늘어져가는 느낌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초심의 상실 때문이라고 나는 본다.

과거엔 총칼로 개혁을 하려 한 적도 있다. 5.16 정변도 개혁을 들먹였다. 그것이 약효를 다 하자 군사정권은 유신이란 이름으로 국가 개조 운운했다. 일본의 명치유신을 흉내내서 말이다.

문재인 정권이 내 건 개혁은 과거의 잘못된 것을 바꾸겠다는 것이었다. 기득권 중심의 계층 구조를 국민 다수 중심으로 변화시키겠다는 거였다. 여기에 반발이 따르는 것은 예상했던 것!

문재인 정부의 개혁 동력은 무엇일까. 국민의 지지와 도덕성밖에 없다. 그러나 안팎에서 나오는 모습들은 국민을 점점 멀어지게 한다. 도덕성도 앞 정권들과 진배없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이런 여론을 읽은 문 대통령이 청와대 비서실을 개편하는 처방전을 냈다. 하지만 돌아가는 상황은 처방이 무색할 정도다. 혁대 풀린 취객처럼 갈지(之) 자 행보가 곳곳에서 보이기 시작한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출범 초기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대통령만으로는 안 된다. 집권에 관계하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일제강점기 독립투사의 마음을 가져라.

이 땅의 기득권층은 의외로 강고하다. 난공불락(難攻不落)이라고 스스로 호언하고 있을 정도다. 이것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노력이 따라야 한다.

확언컨대 여느 정권처럼 권력의 단물에 안주하려 할 때 이 정권도 단명으로 끝나기 쉽다. 20년이 아니라 5년도 어려움에 처할 수가 있다. 노무현 정권 때 우리가 경험한 게 있지 않은가.

자꾸 도덕성을 말하는 이유가 있다. 박근혜 정권은 도덕성의 마비로 무너졌다. 비상식이 상식인 사회였다는 말이 그것을 웅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뭔가 달라야 한다고 주장하는 핵심은 도덕성이다.

사자성어에 춘풍추상(春風秋霜)이라는 말이 있다. 다른 사람에게는 따스한 봄바람처럼 대하고 자기 자신에게는 가을 서리처럼 냉혹하게 하라는 뜻이다. 지금 집권 여당에 필요한 것이 바로 이런 자세다.

얼마 전부터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청와대와 정부 여당의 도덕적 해이, 이것을 개인 일탈로 말하지만 자칫 역사 앞에 죄 짓는 일이 될 수 있다. 나라를 바로 세우는 것을 훼방하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이 의사당 파견 근무를 하는 법관에게 지역구 재판 민원을 부탁하는 일, 옛날에는 관례였다. 그러나 이제는 안 된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이 점을 착각했다. 벌써 두 번째다.

근대 문화유적이 사라질 것을 우려해서 해당 지역 가옥을 여러 채 구입하는 일, 옛날에는 비일비재(非一非再)했다. 국회의원뿐 아니라 권력에 조금이라도 빨대를 대고 있는 이들 다수가 이런 방식으로 돈을 벌었다. 그러나 이제는 안 통한다.

관례와 왜곡된 애정이 정의를 넘어설 수는 없다. 서영교 손혜원 두 의원은 지금 진실 게임을 할 때가 아니다. 무조건 무릎 꿇고 잘못을 비는 일이 우선이다. 한 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문재인 정권의 성공을 위해서 그렇게 해야 한다. 재집권을 위해서 그렇다. 궁극적으로 정의로운 국가를 만들기 위해서다. 행복이 일부 소수에게만 독점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 다수가 균점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다.

기대를 버리지 않았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다시 한 번 권고한다. 정부 여당은 초심으로 돌아가라. 춘풍추상(春風秋霜)의 자세로 돌아가라. 상대방을 끌어안되 자신에게는 냉혹하리만치 채찍을 가하라.

지금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들, 내가 보기에도 한심하기 짝이 없다. 구태 정치로 회귀하려고 한다. 그러나 어떡하겠는가. 수준이 그것밖에 안 되는 것을…. 인내로 이들을 끌어 안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도덕성 앞에 떳떳한 것, 이것은 개인뿐 아니라 정당 나아가 정권에게 무엇보다도 든든한 자산이다. 정치는 국민이 지지를 거둘 때 존재 의미를 상실한다. 그래서 혹자는 정치를 ‘국민지지를 얻는 게임’이라고 말하지 않았나.

국민들은 다른 것 없다. 정치를 도덕성과 쉬 연결지어 생각한다. 도덕적으로 깨끗한 정치인들에게 박수를 치며 지지를 보낸다. 권력이라는 마약은 가끔 이 당연 논리를 잊게 만드는 맹점을 가지고 있다.

다시 한 번 말한다. 춘풍추상이다. 자리를 이용해서 내 잇속을 챙기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나를 희생할 때 나올 수 있는 자세가 춘풍추상이다. 문재인 정부에 관계하는 모든 사람들, 춘풍추상을 심비(心碑)에 새겨라.

발행인 lmj228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