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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줄탁동시(啐啄同時)
취재부 | 승인 2019.01.05 00:13

취재를 갈 때 먼저 분위기를 살핀다. 그 분위기에서 대충 사람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취미가 뭔지, 무엇을 하고 살아가는지, 추구하는 바가 뭔지 등등이 눈에 잡힌다.

한 장(長)의 사무실에는 온통 스포츠 관련 물건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운동 도구뿐 아니라 운동에 필요한 복장이 걸려 있고, 운동화는 열병식 하듯 짝을 지어 늘려 있다.

여기서 더 나가는 이는 골프 연습 기구까지 설치해 놓고 수시로 골프 연습을 한다. 사진도 온통 운동하며 포즈를 취하고 찍은 것들이다. 이런 사람의 의식 구조는 나완 동떨어져 있다.

또 어떤 이는 책에 한이 맺혔는지 사방을 책으로 둘러쌌다. 그 중엔 사업에 필요하고 대인관계에 필요한 책들도 없지 않겠지만 대부분 양장 케이스의 전집류다. 재테크 책도 제법 많다.

전집들은 손때가 묻지 않은 장식용이다. 책을 많이 읽어서 대단히 유식하다고 생각해 주기를 바라겠지만 몇 마디 대화로 그의 지적 수준을 읽을 수 있다. 밑천이 금세 드러난다.

오늘(1월 4일) 김천교육지원청에 들렸다. 교육장과 신년 대담을 하기 위해서이다. 처음 방문하는 자리여서 신경을 바짝 썼지만 방향 감각을 견지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런 것을 두고 '촌놈 표 난다'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교육장실에 들어가 차를 마시면서 사위(四圍)를 휘 둘러 보았다. 나름 특유의 분위기 탐색이다. 든 느낌이 '소박하다'였다.

군더더기가 없었다. '정갈하다'는 것도 덧붙여야겠다. 교육의 야전 사령관에게 뭔 장식품이 필요할까. 권위 내 세우기를 좋아하는 우리나라다. 교육계라고 예외가 아니다. 장유유서다.

그런데 여긴 위아래가 없다. 사각의 테이블을 둘러싸고 있는 소파군(群). 위 안쪽 가운데가 주인장 자리인 게 일반적이다. 가장 상석에 속한다. 교육장 실은 테이블이 원탁이었다.

모두가 위고 또 모두가 아래다. 주눅 들기 쉬운 분위기를 단박에 날려 버리는 통쾌함이 있다. 대화가 술술 풀린다. 주인장들은 이런 걸 해야 한다. 소통 부재가 한동안 사회의 화두 아니었나.

대화가 진지했고 대담이 잘 끝났음은 물론이다. 나올 때 벽에 걸려 있는 액자 하나가 눈에 띄었다. 처음엔 방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액자라고 생각했다. 그저 글씨를 담은 서예 작품.

마치 금아(琴兒) 선생의 수필 '수필'에 나오는 가지런한 연꽃 잎 중 옆으로 꼬부라진 하나를 생각했다. 파격의 아름다움이라고 했지 아마. 그러나 글자의 뜻은 보다 깊고 오묘한 것이었다.

김천교육지원청 교육장실에 걸려 있는 '줄탁동시(啐啄同時)' 액자. 오른 쪽에 '용비봉무(龍飛鳳舞)' 글씨가 적힌 액자도 보인다.

'줄탁동시(啐啄同時)' 이런 뜻 아닌가.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새끼와 어미 닭이 안팎에서 서로 쪼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상적인 사제지간의 협동을 비유할 때 쓰는 말이다.

제자가 안에서 ‘줄(啐)’하고 스승이 밖에서 ‘탁(啄)’하면 못할 일이 뭐가 있겠는가. 그것도 동시(同時)에 말이다. 그 서예 액자를 걸어두고 스승으로서의 자세를 담금질한다고 생각하니 든든함이 몰려왔다.

그가 대담 때 강조한 신이 나서 가르치고, 즐겁게 배우며 사랑으로 돕는 가정은 '줄탁동시'를 풀어 현재화한 게 아닐까. 대담을 마치고 나오는 발걸음이 무척 가볍고 따뜻했다. 한겨울임에도….

취재부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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