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초 김천에서의 첫 발령지가 남면이었다.

총각 시절이었는데 지금은 폐교가 된 농남중학교 앞 옥산리 마을에서 자취를 했었다.

쉬는 날이면 현재의 혁신도시 부지인 용전리와 종상마을 그리고 너머 봉천마을까지 뻔질나게 돌아다녔던 기억이 난다.

오늘날 KTX역사가 들어서고 대단지 아파트와 상가가 들어섬을 보니 감개무량하고 옛 생각이 절로 난다.

옛 흔적을 찾으러 이사 온 후 몇 번을 둘러봐도 어렴풋한 기억만 있을 뿐 어디가 어딘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외지에서 전입한 분들은 용전, 모산, 우래실, 종상, 석정이라는 지명이 낯설 것이다.

앞으로 혁신도시에 살다보면 자주 접하게 될 지명이기 때문에 각 마을의 지명과 그에 따른 유래를 알게 되면 새로운 의미와 좀 더 애틋한 애정이 느껴지리라 생각되어 몇 글자 또닥 거려본다.

용전.. 밭에서 용이 나와 승천하였다고 용밭 즉 용전이 되었다.

'용전로' 명칭을 쓰는 엠코타운과 한신, 부영아파트의 주변은 나지막한 야산과 논, 밭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용전마을은 남면소재지에서 약 3㎞ 정도 떨어져 있었는데 용전1,2리의 행정리가 있었고 밀양 박씨 집성촌으로 박씨 성을 가진 분이 많이 살았었다.

2007년도 혁신도시 조성 공사가 시작되면서 보상이 이루어지고 주민들이 타지로 이주하면서 마을이 사라졌다.

그나마 다행으로 부항댐이나 성주댐, 안동댐처럼 고향마을이 완전 수몰되어 사라진 것보다는 낮다며 위안을 삼는 분들도 있다. 이는 고향마을과 삶의 터전을 잃어 본 사람만이 아는 심정일거다.

용전에는 정려각이 있었는데 도씨라는 여인이 남편이 호랑이에게 물려가자 밤을 새워 호랑이와 싸워서 남편을 구했다는 소문과 열부로 조정에 알려지자 임금이 도씨에게 정려각(팔거도씨)을 내리고 남편은 고을 현령에 제수하였다는 전설이 있는데 지금은 그 정려각이 어디에 있는지 기억이 없다.

또 용전2리는 우래실이라고도 하고 우래 마을로 불리었는데

불당골산 아래 우래못 가까이 터를 잡은 작은 마을로 동래 정씨들이 주로 살았다.

옛날에 부상역(지금 부상리)에서 개령면 양천역으로 공물을 수송하던 도로변에 있어 많은 사람들이 내왕하여 ‘벗이 오고가는 '래來' 마을’이라 하여 붙인 지명이라고 했다.

일설에는 용전에서 나온 용이 운남리 종상으로 거슬러 올라갔다가 운남산에서 구름을 타고 승천할 때 우래 마을에서 천둥소리가 났다고 하여 '우레'라고 하였는데 이를 굳이 한자로 적으면서 우래(友來)가 되었다고도 한다.

나는 용이 승천할 때 천둥소리가 우레와 같이 났다는 전설을 왠지 믿고 싶다.

농산물품질관리원 일대가 운남리로 추정되는데 운남리는 운남1,2리 두 개의 행정리가 있었다.

진주 강씨와 수원 백씨 집성촌으로 종상마을 입구에 금오산 초등학교가 있었는데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의원 선거 때면 으레 금오산 초등학교에서 행렬을 지어 투표를 하던 마을 어르신들이 생각난다.

모 국회의원 후보가 당시 부의 상징인 각그랜저를 타고와 운동장을 가로질러 먼지를 일으키며 질주하던 장면도 그려진다.

종상마을에는 강감찬 장군의 부하로 거란족을 섬멸하는데 큰 공을 세운 강민첨 장군을 모신 사당이 있었는데 국사과목을 유난히 좋아했던 내가 관심있게 둘러보았던 기억이 나는데 사당이 마을이 이주하면서 따라 옮겨갔는지 보이질 않는다. 아님 내가 찾지를 못했던가...

자연 부락인 종상과 석정마을은 지금도 그 자리에 있다.

종상 마을 남쪽에 우뚝 솟아 오른 산이 운남산이다.

종상은 용전에서 나온 용이 솟아올라 이 마을로 따라 올라왔다 하여 붙인 지명인데, 운남산은 용의 승천을 위해 구름이 필요함에 따라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그런데 감천을 사이에 두고 있는 개령면 개령현감으로 부임한 이종상이 마을 이름이 자신의 이름과 같다 하여 다른 지명으로 고쳐 부르게 하다가 이종상이 다른 지역으로 부임하자 마을사람들이 다시 종상으로 환원시켜 불렀다고 한다.

종상 마을은 조마면 강밭 마을과 같이 진주 강씨들이 많이 살았었다. 거의 진주 강씨 집성촌으로 보면 된다.

석정마을은 종상에서 옥산리로 넘어가는 아릇고개 못 미쳐 자리 잡고 있다. 영무2차 앞 동쪽으로 바로 보이는 마을이 석정 마을이다.

마을 뒤로 노고봉이 솟아 있고, 서쪽으로 옥산리와 이웃한다.

예전엔 벼농사가 많았었는데 산책하면서 둘러보니 사과와 포도 재배 농가가 많았다.

석정이라는 지명은 마을을 개척할 당시에 돌로 된 우물이 마을 한가운데 있어 붙인 이름이다.

우리말로는 돌정지라고 하는데 물맛이 좋아 마을 주민의 식수원 구실을 하다가 새마을운동 과정에서 용도를 잃고 방치되어 지금은 마을회관 인근 백00 자택 마당에 그 흔적만 남아 있을 뿐이다.

부영아파트 바로 앞 모산 마을은 약 1500년 전 이 마을을 지나던 어떤 고승이 따뜻하고 아늑한 곳이므로 동네를 이루면 번창할 수 있다고 예언하였다고 한다.

마을 앞에는 못이 있고 뒤로는 산이 있다고 하여 지산(地山), 즉 모산으로 불리어지고 있는데 스님의 예언이 적중했을까 지금의 혁신도시가 형성되고 번창함이 무관하지 않으리라..

아이러니하게도..

필자는 20여년전 용전리와 운남리, 모산, 석정리 일대를 배회하면서 청춘과 신혼시절을 불태웠고 첫 아이를 선물 받았다.

오늘..

어머니의 품속 같은 옛 고향 마을로 돌아온 느낌이랄까

한걸음 한걸음 내딛는 발걸음에 포근함과 안락함이 안겨오는 것은 왜 일까?

​김천혁신도시는 용이 승천한 터였다.

-최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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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iTV  gcnews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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