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小雪)이 지나고 첫눈이 내리면서 더욱 황량하게 느껴지는 들판입니다. 초겨울 바람이 목을 움츠리고 옷깃을 절로 여미게 합니다.

이번 답사는 우리고장 3개의 향교-개령, 김산, 지례향교- 중 남은 한 곳, 지례향교를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지례향교는 김천시 지례면 교리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지례향교에 간 길에 지례면의 진산인 주악산과 그 인근에 있는 만취정을 함께 답사했습니다. 주악산 구산봉 토성은 옛 정취를 맛보기에 안성맞춤의 곳입니다.

예절에 밝다는 의미를 지닌 지례면(知禮面)은 한반도 남삼국(南三國-신라 가야 백제)의 접경지역으로 군사와 교통의 요충지였습니다.

삼한시대에는 변한(弁韓)에 속한 지역으로 감문국(甘文國)과 주조마국(走漕馬國)에 소속되어 있었다. 신라 진흥왕 때는 사벌주(상주)에 속한 지품천현(知品川縣)이었고, 경덕왕 때는 개령군 지례현으로 이어져 내려왔다. 고려 현종 때는 경산부(성주)에 예속되었다가 조선 태종10년(1410)에 지례현감이 파견되면서 향교가 세워졌습니다.

지례향교(경북 문화재자료 제118호)는 주악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문필봉을 바라보면서 감천이 흐르고 있어서 전형적인 배산임수(背山臨水)의 지세를 갖고 있습니다. 향교는 소설위로서 학생 수는 양반 자제 15인, 평민 자제 15인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앞쪽에 외삼문을 겸하는 사반루(思冸樓)와 명륜당, 동재, 서재를 앉히고 뒤로는 내삼문과 대성전이 있는 형태로 김산, 개령향교와는 배치가 다릅니다. 명륜당을 대성전과 동일 축 선상에 두지 않고 우측으로 비켜 세운 것이 특징입니다.

만취정(晩翠亭)은 지례면 활람마을의 우뚝 솟은 정자로 관덕1리 경로당 뒤에 위치해 있습니다. 누정(樓亭)은 병자호란 때 의병장으로 전사한 송정 김대홍과 아우 김대붕  등을 추모하기 위해 고종27년(1890)에 후손들이 창건하였습니다.

정자의 주인공인 김대홍은 병자호란이 일어나자 아우 대붕 등과 함께 지례현 일대에 의병 수백 명을 규합했습니다. 남한산성으로 향하기 위해서입니다. 청나라 군대로부터 임금(인조)을 보호하려는 충정에서였습니다. 추풍령에서 적을 만나 수십 명의 수급(首級)을 베고 항복을 받는 등 용맹을 드러냈습니다. 그러나 경기도 쌍령 전투에서 아우와 함께 한 가문에 두 사람이 순절을 하였습니다. 조정에서 공적을 인정해 김대홍에게 병조참의를 증직했습니다.

지례 담당공무원의 친절한 안내와 향교를 관리하는 주민(대밭가든 박정주 대표)의 따뜻한 협조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지례향교~주악산~문씨재실~만취정]

교리마을의 깊숙한 안쪽 골목에 자리한 향교 입구에서 역사 속에 살아 숨 쉬는 선조들의 단아한 미학과 의기가 돋보인다.

경상도 관찰사 한준겸이 시를 한 편 남겼다.

"우리 도는 원천이 있어 외롭지 않으니, 
누런 초가집 깊은 곳에서 참된 유자 보았네.
읍명이 지례라 군자 나기에 마땅하고 토성에는 문장 하는 이들이 많아 
학도라 칭하네(이하 생략)"

향교 왼편에 향교 운영을 지원하던 교직사(交織祠)와 화장실이 있다.

외삼문을 통과하면 부속건물인 3칸의 사반루가 있다. 봉황 머리를 조각하였고 삼문에는 삼태극을 새겨 천지인(天地人) 삼재사상(三才思想)을 담았다.

5칸의 명륜당 대청마루 중앙 상단의 대성전 현판을 중심으로 중수기문(重修記文)과 시판(時版) 등이 걸려 있으며, 천장은 서까래가 노출된 연등천장이다.

명륜당 앞 좌우에는 교생들의 기숙사인 동재, 서재가 있다.

지례향교의 역대 중수에 얽힌 내력을 기록한 비석이다.

3칸의 내삼문에도 삼태극을 새겼으며 앞에는 배롱나무와 은행나무가 있다.

3칸의 대성전에는 5성, 송조 4현, 동방 18현 등 27위의 위패를 봉안하고 있다.

6.25 동란 대성전의 피화를 염려하여 전교 문맹곤 등이 영정과 위패를 도곡리 남평문씨재실(이로재)에 봉안하였다.

향교 앞에는 당산나무로 생각되는 큰 느티나무가 지킴이로 주민들과 소통하고 있다.

향교를 품고 있는 주악산과 이어진 토성 종주 산행이다. 향교 앞에서 문필봉이 
바라보인다.

숲 사이로 백옥 같은 자작나무가 있다. 흰빛 자작나무 껍질에 연서를 쓰는 낭만적인 교목이 더 울창한 숲으로 조성되기를 소원해 본다.

수북이 쌓인 낙엽 위를 걸으면 폭신한 스펀지를 밟는 느낌이다. 희미한 능선 길을 돌아가면 남평 문씨의 무덤이 있는데 이 곳이 구산봉 정상으로 김천시 경계 종주팀 리본이 달려있다.

이정목에서 지례면사무소로 진행하면 면사무소 앞마당이 나오고 예의바른 소나무가 주민들의 방문에 낮은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보이는 듯하다. 원점회귀 길에는 대구대교구 소속의 아름다운 지례성당이 있다. <지례향교-주악산(342.8m)-구산봉(368.2m)-지례면사무소-향교 원점회귀/약4km/50분>

만취정은 3칸의 팔작지붕 구조로 왼편에 나무계단 통로가 있고 누정 가운데 사방이 여닫이문으로 된 온돌방이 있다. 방 위에는 서책이나 비품을 보관할 수 있는 함이 있는데 김천지역에서 유일한 구조라고 한다.

만취정 옆에 있는 경현사(景賢祠)는 김해김씨 문중 재실 겸 서당이다.

만취정 앞에 수령 약 470년 느티나무(김천시 보호수)가 있다.
만취정에서 바라본
조선 17대 효종임금의 두 공주의 태를 안치한 궁을산의 태봉 전경이다.

 

문상연  daum.net

문상연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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