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개회 중이다. 국회로선 장날과도 같은 때이다. 메뚜기도 한 철이라고 지금을 기다렸을 의원들이 많을 것이다. 치열하다. 특히 예결특위에선 불꽃이 틘다. 의원들이 들으면 기분 나빠하겠지만 마치 장터 야바위판을 방불케 한다. 내년 예산이 여기서 결정된다. 희비가 엇갈리는 현장이다.

국회의원은 국가를 대표하는 헌법 기관이다. 그럼에도 예산 심의 때는 이것을 까마득히 망각한다. 자신의 지역구에 보다 많은 예산을 끌어오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국가 대표가 아니라 지역 대표로 돌변한다. 지역 발전이 곧 국가 발전이라는 궤변을 늘어놓으면서 말이다.

모든 국회의원에게 통용되는 것이라 부끄러울 것도 없다. 어떻게 보면 꿩 먹고 알 먹고다. 1년 반 뒤에 있을 총선 대비용으로 지역구 예산 챙기기보다 좋은 게 없다. 표로 연결되는 확실한 선거 운동이다. 국회의원들이 지역 예산 확보에 기를 쓰고 매달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1월 5일 국회 예결특위 첫 회의에서 송언석 의원이 질문하고 있다(JTBC 사진)

우리 지역 송언석 의원은 어떤가. 미안하지만 예외가 아니다. 한 고등학교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10 억이 넘은 예산을 확보했다고 해서 쾌재를 부르고 있다. 또 ‘2018 국회의원 아름다운 선플상’을 수상했다는 보도도 떴다. 초선의원의 돋보이는 활동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다음과 같은 뉴스는 그냥 지나쳤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지난 11월 5일 예결특위 첫 회의 때였다. 여야 의원들이 육탄전 일보 직전까지 갔다고 해서 온 종일 인터넷을 달구었다. 싸움꾼 대표는 장제원(야) 박완주(여) 의원. 막말 역시 빠지지 않았다.

경제 관료 30년, 송언석 의원이 가뭄에 물 만난 고기마냥 대 활약을 했다고 해서 SNS 홍보가 대단하다. 소득주도성장 등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맹공했다. 야당의 막내 의원으로써 자기 분야에서 귀염을 토할 만 하다.

능력에 따라 대우 받는 게 바람직한 사회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아직 그렇지 못하다. 국회도 예외 지역이 아니다. 선수(選數) 따지기를 좋아한다. 초선이 날뛰는 것(?)을 곱게 보아주지 않는 풍토다. 송 의원의 맹공에 엄호 사격수로 나온 이가 4선의 여당 박영선 의원이다.

장제원과 박완주의 막말 퍼레이드에 이어 육탄전 일보 직전까지 간 것은 그러니까 송언석 의원으로부터 비롯되었는 후문이다. 선배 의원들의 싸움에 원인을 제공한 셈이다. 그의 전공과 경력을 살리는 건 좋으나 장래 나아 갈 길이 험해지지 않을까 염려된다.

송언석 의원은 어디에 내 놓아도 뒤질 게 없는 사람이다. 솔직한 마음에서 나온 평가다. 지난 6.13 국회의원 보선 때 김천에 출마하는 그를 두고 아깝다고 말한 사람들이 많았다. 송언석 정도라면 서울 어느 지역구에 출전해도 당선될 수 있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

송언석 의원을 두고 이런 말을 하는 이유가 있다. 구태 정치를 답습하지 말라는 말이다. 싸움꾼이 되지 말라는 것이다. 싸움을 붙이는 것도 약삭빠르고 볼썽사납게 보인다. 경제학 박사에 경제 관료 30년이면 이론을 앞세우고 이성에 기초해서 상대 당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하지 않나.

‘헤쳐모여식’에 당명까지 바꾸고 대대적인 자기개혁을 주창했던 자유한국당이다. 하지만 시나브로 예전 구태 정치에 몰입해 있는 모습을 본다. 1970년대 말, 박정희 유신정권이 붕괴된 뒤 젊은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정풍운동이라는 게 일어났었다.

지금의 자유한국당 상황이 그 때보다 나을 게 없을 성 싶다. 그런데도 자체 개혁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지난 지자제 선거에서 사망 선고를 받다시피 했으면서도 정신을 못 차린다. 이건 지역 정치도 대동소이하다. 자신들의 진정성을 몰라준다며 볼 멘 소리다. 착각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나는 솔직히 송언석 의원이 국회의원이 되면 자유한국당을 갱신하는 데 역할을 할 줄 알았다. 그러나 실망이다. 도리어 만신창이가 된 자유한국당의 홍위병이 되어 그의 장점인 참신성을 상실해 가는 건 아닌지. 여의도에서의 싸움은, 머리는 없고 육체적 힘이 넘치는 사람만으로 족하다.

발행인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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