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철학박사)

완전무결한 정권은 없다. 다만 그것을 향해 노력하는 정권만 있을 뿐이다. 맞는 말이다. 어떤 정권, 어느 정파도 여기에 벗어나 있지 않다. 촛불 혁명의 결과로 출범한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지 1년 반이 지났다. 5년 중 1/3이 지나고 있는 셈이다.

지난 정권과 대비해 볼 때 많은 변화가 있었다. 특히 남북 관계와 국제 문제에서는 상전벽해(桑田碧海)의 상황을 만들어냈다. 국민들에게 좋은 선물이었다. 막연하게 생각했던 남북의 평화 통일이 우리 세대에 가능하다는 희망을 갖게 했다.

그동안 한반도를 둘러싼 4대 강국들과의 사이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 우리나라였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강대국 간 또는 강대국과 북한 사이에 중재를 설 정도로 위치를 정립하지 않았나. 모처럼 떳떳한 나라로서의 위상을 확보한 것 같아 기쁘다.

이럴 때 신바람 나는 것은 국민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태극기를 들고 광화문에 집결하지 않아도 애국자 반열에 올라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21세기에 ‘민족’이라는 범주를 되새기게 된 것은 큰 수확이다. 통일이 되어 세계의 주역으로 우뚝 서기를 바란다.

그런데 요즘 다소 걱정스러운 일들이 돌출해 국민들의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만든다. 문제가 되는 일들의 공통점은 현 정부 여당의 교만과 관련이 있다. 하지 않아도 될 일을 자초함으로써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드는 격이다. 집권 경력이 미미한 탓인가.

현 문재인 정권의 특장(特長)은 자기 겸손과 도덕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명박 박근혜 두 전 정권은 겸손이 부족했고 도덕성이 없었다. 결국 이게 단초가 되어 박근혜는 임기 중 탄핵되고, 두 사람 모두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집권 초반 문재인 대통령의 서민 행보는 겸손과 관련이 있다.

그런데 지금은? 도덕성 없고 오만했던 전 정부의 전철을 밟아 가는 것 같아 적이 염려된다. 권력은 사람을 쉬 오만에 빠지게 만든다. 마약과도 같다.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교만에 빠져 판단력까지 흐리게 된다. 요즘 권력 중심들이 그렇다면 나의 착각일까.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경우를 보자. 본인은 여러 가지 이유를 대지만 그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다. 극우세력들은 임종석을 주사파니 김정은이 밀파한 간첩이니 등으로 가짜 뉴스를 퍼 나르지만 나는 적어도 그의 진정성을 아직은 믿고 있다.

학창시절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젊음을 불사른 열정을 알기 때문이다. 혹자들은 '주사파'  그러면 무조건 김일성 김정일 추종자 운운 하는데 이건 아주 무지몽매한 생각이요 발언이다. 한때, 의식 있는 젊은이들이 북한의 통치 이념인 주체사상을 알아보는 학습 수준이었다.

왜 그런 것 있지 않은가. 자신과 동떨어져 경험할 수 없는 것에 대한 호기심 같은 것, 주체사상이 바로 그와 같은 것이었다. 마치 일제강점기 때 조국 독립의 방도로 마르크스 사상을 공부했던 항일투사들처럼… .

군사독재가 마지막 기승을 부리고 그 아류 정권이 민주주의를 결박하고 있을 당시 개인의 영달과 출세를 위해 앞만 보며 달려가던 대학생들과는 분명 결이 달랐다. 사고의 폭과 깊이가 민족의 평화 통일과 인류 공영에 까지 뻗혀 있었다. 나는 지금의 민주주의에 이들의 공헌도 분명 있었다고 생각한다.

10월 17일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안보실장, 통일부장관, 국방부장관과 함께 DMZ를 시찰했다. 임 실장이 선글라스를 끼고 시찰하는 모습.

임종석과 관련된 말들이 많이 회자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허수아비고 임종석이 실세라는 둥, 현 정권의 2인자로 차기 대선 후보 옹립을 위해 작업 중이라는 둥... . 물론 가짜 뉴스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이런 가짜 뉴스에 솔깃하고 있는 현실을 우습게 보면 안 된다.

성경에 "선 줄로 생각하는 자는 넘어질까 조심하라"(고전 10:12)는 말씀이 있다. 문재인 정부, 지금 조심할 때이다. 적폐 청산 등 개혁을 지속하기 위해서 생각을 다시 추슬러야 한다. 그리고 겸손해야 한다. 의례적인 겸손이 아니라 국민 앞에 바로 엎드려야 한다.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 내는 것은 겸손한 자세로 정도를 걷는 길밖에 없다. 이즈음 임종석의 일련의 처신은 국민의 정서에 반하는 것이다. 가짜 뉴스를 진짜로 둔갑시키기에 알맞은 소재를 그 스스로 제공하고 있다. 왜 이렇게 생각이 짧은가.

대통령의 외국 순방 기간에 DMZ를 시찰하면서 청와대 안보실장과 통일부 장관, 국방부 장관을 대동한 것은 어느 모로 보나 부자연스럽다. 아마 국무총리도 이런 위세까지 부리지는 못할 것이다. 야당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청와대 비서실장이 남북공동선언 이행추진위원장을 맡은 것부터 어딘가 어색하다.

그 나름대로 이유가 없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임종석이 선글라스를 끼고 DMZ를 시찰하는 모습은 국민의 눈높이에 벗어나 있다. 그는 젊은 비서실장이다. 사리판단에 온전함을 기대하지 않는다. 허나 지켜야 할 선이 있다. 권위주의 정권에 저항하며 투쟁해 온 그가 정권의 중심에 진입하자 똑 같이 권위주의에 매몰된다면 그의 앞날은 밝지 못하다.

이러한 현상이 정권 전반에 퍼져 있다면 현 집권 여당의 장래도 어두울 수밖에 없다. 여당의 이해찬 대표를 비롯해서 여권의 많은 인사들이 50년 나아가 100년까지의 집권을 호언했다. 호언하는 건 자유다. 그러나 이런 팽배한 권위주의적 교만은 5년(실제로는 3년 반) 이후도 장담하기 어렵게 만든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애정에서 하는 말이다.

발행인  lmj2284@hanmail.net

발행인  lmj2284@hanmail.net

<저작권자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