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하나 세상 작은 음악회'에서 느낀 감상을 표현하자면 딱 이렇게 정의할 수 있겠다. '작은 듯하지만 울림이 큰 음악회' 다소 추상적으로 들리지만 의미만은 오롯이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11월 2일) 오후 6시부터 8시 10분까지. 김천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은 음악회를 보러 온 관객들로 가득 찼다.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아무런 구별 없이 하나 되어 어울림 마당을 펼쳤다. 함께 해서 즐거운 시간이었다.

헨리 나우웬은 미국 하버드대학교 교수를 역임한 사람이다. 학문뿐 아니라 문필가로도 이름 높은 사람이었다. 그는 강의에서  또 그가 쓴 글에서도 언행일치와 맑은 정신을 강조했다. 그런 삶을 살려고 노력했다.

그가 학교에 사직서를 내고 어디론지 사라졌다. 학교가 발칵 뒤집혔다. 그를 대신할 교수가 없었다. 아니, 이렇게 좋은 직장을 그만 두다니! 여기보다 더 좋은 직장이 있기라도 하단 말인가? 사람들은 혀를 끌끌 찼다. 

기자들이 나우웬의 행방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다. 수개월을 수소문한 끝에 그의 거주지를 찾아냈다. 놀랍게도 그는 페루의 한 장애인 공동체에서 그들을 수발들며 살고 있었다. 의외의 사실에 놀란 기자들이 물었다.

"좋은 직장 그만 두고 왜 이런 곳에 와 있습니까?" 헨리 나우웬이 대답했다. "전 이분들에게서 아주 큰 것을 얻고 있습니다. 학교나 사회에선 결코 배울 수 없는 원초적 순수를 이 장애인들을 돌보면서 배우고 있어요."

오늘 ‘하나세상 작은 음악회’에 다녀오면서 왜 나우웬이 떠오른 걸까. '순수'라는 메세지를 마음에 담아 왔기 때문이 아닐까. 한 사람의 10m 점프보다 백 사람이 함께  1cm 뛰어 오르는 것을 추구하는 사회가 올바르지 않을까.

'하나세상 작은 음악회'가 올해로 13년째라고 하니 그 연륜이 결코 짧은 게 아니다. 주최가 하나세상으로 되어 있다. 김천YMCA, 경상북도장애인학부모회 김천시지부, 누리복지재단이 힘을 합해 조직한 사업공동체이다. 맑고 밝은 사회를 향한 몸부림이다.

이날의 프로그램을 보면 '하나세상 작은 음악회'가 얼마나 따뜻했는지 또 명칭에 걸맞는 행사였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곧 아름다움과 연결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모두 행사의 주인공들이었으니까. 하나하나 새기면서 읽어 보시기 바란다. 좀 길더라도... .

사전공연, 봉계지역아동센터의 인형극 '우리는 사이좋은 친구랍니다'. 오프닝, 성악가이자 가수인 조정민의 '우리는', '행복을 주는 사람' 외 앵콜 송. 본 공연 프로그램엔 모두 8팀이 무대에 올랐다.

장애인부모회, 울림/난타, '맞지?', '무조건'. 김천시장애인복지관, 합창, '연이야 연이야', '징검다리'. 효동어린이집, 깃발 춤, '나는 대한민국이다'. 김천하모니카 동호회, 하모니카 연주, '즐거운 나의 집', '아름다운 것들' 외 앵콜 연주. 한걸음어린이집, 사물놀이, '쾌지나칭칭나네'. 황악밴드, 색소폰 연주, '님의 향기', '야래향'. 사랑교회, 노래&수화, '사랑해 당신을', '당신이 최고야'. 기타 동아리 아띠, 통기타, '안단테 안단테', '차라도 한 잔' 외 앵콜 송. 

모두가 하나 됨의 의미이겠다. 참가지 모두가 무대에 올라 '아름다운 세상'을 합창했다. 박학기 작곡ㆍ작사의 이 노래는 '하나세상'의 주제가이다. 가사만 읽어도 마음이 울컥한다. 다음과 같다.

"라라 라라 라라 라라 라라라라라라 / 라라 라라라라 라랄라라 라라라라~

문득 외롭다 느낄 땐 하늘을 봐요 / 같은 태양 아래 있어요 우린 하나예요
마주치는 눈빛으로 만들어가요 / 나즈막히 함께 불러요 사랑의 노래를

작은 가슴 가슴마다 고운 사랑 모아 / 우리 함께 만들어가요 아름다운 세상

혼자선 이룰 수 없죠 세상 무엇도  / 마주 잡은 두 손으로 사랑을 키워요

함께 있기에 아름다운 안개꽃처럼 / 서로를 곱게 감싸줘요 모두 여기 모여

작은 가슴 가슴마다 고운 사랑 모아 / 우리 함께 만들어가요 아름다운 세상~"

'사랑',  '하나', '아름다운 세상'. 이 단어들이 중첩되어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사랑으로 하나 되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자'는 뜻일 게다. 이 작업을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애쓰고 있다. 참가 단체 대표들, 김충섭 시장과 김세운 시의회 의장을 비롯한 시의원들, 이날 음악회에 참석해서 마음을 보탠 모든 사람들... .

힘 없는 작은 사람들, 김천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 음악회를 주최한 ‘하나’세상. 결코 큰 이름들이 아니다. 그러나 여기서 울려퍼진 음률과 몸짓은 작지 않았다. ‘작은 듯하지만 울림이 큰 음악회’라고 제목을 단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준비한 손길들의 드러나지 않은 헌신을 생각한다. 사회자의 매끄러운 진행도 돋보였다.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발행인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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