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희(시사평론가)

유시민이 노무현 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급여가 없는 비상근 임원직이지만, 그 직책이 갖는 정치적 상징성 때문에 여기저기서 그의 정계복귀를 이야기한다. 

유시민은 그만의 독창적인 길을 걸으며 정치를 해왔다. 서울대 재학시절 이른바 "서울대 프락치 사건"과 관련해 폭행범으로 몰린 상태에서 옥중에서 홀로 작성한 "항소이유서"는 아직도 시대의 명문장으로 꼽힌다. 그 이후 독일 유학과, 귀국 후 노무현 전 대통령을 도와 정치를 할 때에도, 그의 행보는 항상 파격의 연속이었다. 

시대가 지식인에게 요구하는 의무를 소홀히 하지 않으며, 나름대로의 길을 걸어온 그는 어느새 "문화대통령"이라는 별칭까지 얻으며 승승장구한다. 그가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지속적으로 정계복귀 의사가 없음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의 복귀를 내심 기대하고, 또 예상하는 듯하다. 

그 와중에 노무현 재단 이사장이란 직책은 다시금 유시민 정계복귀 논란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진보진영의 입장에서는 일종의 예비군인 셈이다. 안희정, 이재명 등 전투력 왕성한 현역이 정권초기 본인의 실책으로 주저앉았거나 주저앉고 있는 중인 상태이다.  박원순, 이낙연은 그 정치적 생기가 다소 부족하다. 남아 있는 유력한 후보는 김부겸 정도인데, 만약 김부겸도 어느 순간 어떤 이유에서건 간에 주저 앉아버리면, 예비군을 소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지금의 자유한국당도 그렇지만 대선 후보가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후보군을 관리해 주는 것도 각 진영의 원로들이 해야 할 일이다. 이해찬의 수는 꽤나 그럴 듯하다. 

이해찬의 개인적인 의견이었건, 노무현 재단의 실질적인 대주주인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이 있었던지 간에, 유시민을 노무현 재단 이사장으로 앉힌 것은 그를 너무 멀리도 가깝지도 않은 곳에 놓는, 아주 괜찮은 전략이다. 

유시민이야 정계복귀 의사가 없음을 거듭 확고히 하고 있지만, 그럼 이 시점에서 그가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말하겠는가?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이 그를 정계로 불러들일 가능성은 그의 의지와 상관없이 여전히 남아 있다. 

큰 정치인은 결국 국민들의 손에 이끌려 나와야 한다. 그런 정치인들을 남김없이 소비하고 연소함으로써, 나라가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어느 순간 국민들께서 유시민을 소비하고자 한다면 모르긴 몰라도, 아마 그렇게 될 것이다. 

그것은 그가 정치를 할 때 스스로 행복했었냐, 불행했었냐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이다. 

김병희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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