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저좀 도와주세요”

어느 날 아랫집 A가 혼자 짓던 집에 2층과 지붕을 올려야 하는데 혼자서는 도저히 안 되겠다며 도움을 요청해왔다. 마침 산청 일도 거의 끝나가는 중이어서 흔쾌히 승낙했다. 드디어 집에서 출퇴근하며 일할 수 있는 현장이 생긴 셈이어서 우리에게도 좋은 일이었다. 이렇게 보조 목수를 탈출해서 독립하게 되었다.

통나무로 쌓아올린 벽체위에 장선을 걸고 2층은 경량목조 방식으로 지었다. 건축주 A도 함께 일한 뒤 오후에 학원으로 출근하였다. 두 달 여에 걸쳐 집을 완성하고 이사하던 날, 좋아하는 A부부를 보며 집 짓는 목수로서의 보람을 처음으로 느낄 수 있었다. 다행히 이후에도 가까운 곳에 사는 또 한 사람 K의 집짓기를 도와주게 되었고, 이 과정을 통해 지역에서 목수로 자리잡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K와의 인연으로 좀 더 큰일을 하게 되었으니....

상주시 화서면에 있는 화령 성당에서 복지사업으로 어린이 놀이방을 만들기로 했는데 , 우리보다 몇 년 빨리 귀농해서 그 성당에 다니고 있던 K가 그 일의 진행을 맡게 되었다며 어느 날 그 일에 대해 상의하러 우리 집에 찾아왔다. 함께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제 집을 다 짓고 은소에 들어와 살고 있는 A, 그리고 우리 마을에 빈 집을 빌려 살면서 한옥 목수 일을 하고 있는 B등 귀농 귀촌자들이 최소의 비용을 받고 재능 기부형태로 지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래서 각자에게 확인해보니 모두 흔쾌히 동의해주었고….

계획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특히 집을 짓는 방식도 이전에 없던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다. 서양에서는 통나무집이라 부르고 우리는 귀틀집이라 부르는 방식인데 원래는 지름이 15cm 이상 되는 통나무를 가로로 뉘여 켜켜이 쌓아 올리는 방식을 말한다. 모든 벽을 이런 방식으로 만들면 모서리(귀)에서 서로 엇갈려 결합되어진다.

가장 자연 친화적인 방식이고, 구조적으로도 가장 튼튼한 형태라 할 수 있다. 또한 단열 효과도 상당히 뛰어날 뿐 아니라 초보자라도 약간의 기술만 익히면 무난히 지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때문에 낙엽송을 많이 이용하는 편이다. 문제는 완전히 건조된 낙엽송은 못도 안 들어갈 만큼 단단하기 때문에 아직 덜 마른 나무를 쓰게 되는데 이 때문에 주의해야 할 점이 생긴다.

첫째는 나무를 쌓아 올릴 때 마다 위아래를 서로 결합시켜주는데 나중에 나무가 마르면 위아래 나무 사이에 틈이 생기게 되므로 그것을 방지해야 한다. 둘째, 이렇게 모든 나무를 쌓아 벽체를 만들었을 때 각 나무들이 건조되면서 수축함으로 점점 내려앉게 된다. 이때 창문이나 문 등이 있는 곳에 미리 공간을 만들어놓아야 파손되는 일을 피할 수 있다. 이렇게 건조 수축 기간이 5년 정도에 걸쳐 일어나는데 그 동안은 모든 문과 창 위에 5-6cm이상의 공간을 비워둔 채 살아야 한다.

셋째, 가장 큰 문제는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이 분명한 곳은 집의 남쪽 면과 북쪽면의 건조 수축 시간이 많이 다르다. 남쪽이 훨씬 빨리 마르고 수축하기 때문에 처음엔 똑바로 지은 집이라도 약간의 변형이 생기게 된다. 특히 벽과 지붕의 결합도가 많이 떨어지게 된다.

그래서 이러한 장단점을 가진 통나무집에서 단점을 극복하고 장점은 최대한 살리는 방법을 연구한 결과 통나무대신 두께가 얇고 건조가 잘 된 미송을 이용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일반적으로 투 바이 포(2 x 4 공법)라 불리우는 각재를 통나무 방식으로 켜켜히 쌓아 올리면서 못으로 결합시키는 방식으로 통나무집의 단점을 모두 해결하면서 장점은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방법이었다.

노래하는 목수 신명섭

이렇게 하니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유리섬유라는 단열재와 합판의 사용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백 프로 나무만으로 지어진 진짜 목조주택, 그렇게 국내 최초의 경량 목재 귀틀집이 탄생했다. 두 달이 넘는 공사기간 중에 그 집을 구경하러왔던 사람이 똑같은 방식으로 지어달라고 요청해서 2호집이 지어졌고, 역시 그 집을 짓는 중에 또 한 사람이 연결되어서 세 번째 집도 짓게 되었다.

한 채 한 채 지어질 때 마다 조금씩 기술도 늘고 방법도 개선되었다. 그리고 한동안 다른 건축 팀을 만나 함께 일을 하면서 더욱 많은 기술과 노하우를 익힐 수 있었다. 어느덧 목수 일을 시작한지 10여년이 되어가던 때, 남원 실상사 작은 학교 근처에 작은 마을을 만드는 공사에 참여하여 일을 하던 중 A로부터 또 한 번 도움을 요청하는 연락이 왔다.

“형. 저좀 도와주세요~”

얘기인즉슨 안은소 입구에 60평 규모의 누나 집을 위 방식으로 짓고 있는데 1층까지는 형제들끼리 벽체를 완성시켰지만 2층부터는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할 것 같다며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하여 남원의 일을 정리하고 그 집을 맡아 마무리 짓게 되었다. 그 일을 계기로 해서 용인과 청송 등 상주를 벗어나 다른 지역에도 경량식 귀틀집을 보급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안은소를 떠나야하는 상황이 생겼으니....(계속 이어짐).

편집부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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