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낭보가 하나 날아들었다. 희소식이다. 지난 지자제 선거 뒤엔 자세를 낮췄던 정치권이었다. 그러나 지금 국민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제 갈 길을 재촉하고 있다. 경제는 풀리지 않고 더 얼어붙고 있는데, 해법은 각각이다. 사람의 생각은 온전한 것이 없는 데도 상대방은 틀렸고 자기만 옳다고 목청을 돋운다. 성숙하지 못한 사고(思考)의 결과다.

여야 '협치(協治)'란 말이 한 때 유행했다. 허나 언제 그랬냐는 듯 쑥 들어갔다. 상대 당은 어떻게든 끌어내리려 한다. 이런 것으로 국민의 심판을 받았으면서도 까마득하게 잊고 있다. 남북과 북미 관계도 예상한 것보다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나이에 걸맞지 않게 치밀한 김정은과 돈키호테 식으로 불쑥불쑥 내뱉는 트럼프 말의 부조화에 기인하는지도 모른다.

대통령 특별사절단으로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선물 꾸러미 하나를 풀어놨다. 남북정상회담에 관한 소식이다. 9월 18일~20일(2박3일)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서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한다는 내용이다. 냉각되어 가는 대북관계 하에서 빈손으로 오면 어떡하나 걱정을 했는데, 좋은 선물이어서 고맙다.

남북정상회담 전에 남북에 각각 연락사무소를 설치하기로 했다. 이것은 정상회담의 내용에 희망을 갖게 한다. 남북이 한 민족이지만 분단되어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그런 만큼 이 연락사무소가 국가 사이에 설치되는 대사관 급의 기능까지 감당하게 되기를 바란다. 통일에 좋은 통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세계 각국이 평화의 대오를 형성하여 의미 있는 미래를 향해 진군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유독 한반도만이 남북으로 나뉘어 으르렁댄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정말이다. 분단으로 순간적 이득을 취하고 있는 세력이 있다. 이들을 제외하고는 통일을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요즘 분단 70년 만에 최고의 통일 기운을 느끼고 있다. 더욱 무르익게 해야 한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논의 될 것들이 이런 것이 아닐까. 무력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방지하는 것, 상호간의 신뢰 구축, 이런 문제가 심도 있게 논의되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디딤돌을 놓아야 한다. 김정은 위원장도 무력충돌 방지, 전쟁공포 구축(驅逐), 핵 위협 제거 등의 입장을 방북 사절단에게 밝혔다고 하니 남북 정상회담에 거는 기대가 자못 크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 오랜 분단 속에서도 남북의 동질성이 아직도 많다는 것은 ‘피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지금 우리의 문제는 우리 안에 내재해 있다. 다른 진영이 하는 일은 무조건 반대하고 보는 것, 좋다. 그러나 남북의 평화적 통일 문제만은 거국적으로 힘을 집약시켜야 하지 않을까. 통일을 사시적(斜視的)으로 보고 있는 4대 강국을 생각할 땐 더욱 그렇다.

9월 24일은 민속 명절 한가위이다. 이번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 특별사절단이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선물을 가져왔듯이, 9월 18일~20일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통일의 물꼬를 구체적으로 트는 선물을 내 놓을 수 있으면 좋겠다. 이것은 추석 선물로서의 가치를 뛰어넘어 우리의 후손에게 줄 수 있는 최대의 선물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발행인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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