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연(전 김천시보건소 소장)

전주 한옥마을에서 '술타령' 시(“날씨야 네가 아무리 추워봐라 내가 옷 사 입나 술 사먹지”)가 재미있어 들린  한국전통술박물관에는 우리나라 유명한 민속 전통주들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당연히 우리 김천의 과하주도 포함되어 있지요. 예로부터 과하주는 익산 여산주와 문경 호산춘과 더불어 내려오는 조선 3대 명주로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남산공원 뒤 고성산(주향산)자락에 있는 과하천은 김천의 지명에서 유래(금을 캐던 곳에서 솟아난 샘물이란 이름으로 금천, 이후에는 김천이 된다.)된 샘입니다. 물맛이 좋은 금지천으로 빚은 술이 500년 역사를 가지고 있는 과하주라는 명주를 탄생시킨 배경입니다.

김천의 과하주는 투명한 황갈색입니다. 찹쌀로 빚은 약주 16도와 맵쌀로 빚은 증류식 소주를 넣은 술로 농도가 높습니다. 또한 저장성이 좋아서 한여름에도 술맛이 변하지 않고, 곡주 특유의 향기와 은근한 맛이 일품입니다. 과하주(過夏酒)는 '여름을 나는 술‘이란 뜻입니다.

과하주는 밀주를 단속했던 일제강점기에도 생산이 허용된 전통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 열차에는 "과하주요! 과하주!"하면서 병에 넣은 술을 판매하는 판매원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술입니다. 임진왜란 때, 명나라 장군 이여송(李如松)이 좋아한 술이었다고도 하고,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에도 등장할 정도로 단맛과 향기를 간직하고 있는 김천의 대표적인 전통 발효주입니다.

현재 대항면 향천리 기날못(저수지) 앞 제조공장에는 옛날 전통적인 방법의 기구들이 잘 보관되어 있습니다. 광복 후 주세법이 바뀌면서 명맥이 끊어졌다가 식품 명인(名人) 송강호의 부친인 송재성(치과의사) 어르신의 열정으로 복원되었습니다. 대를 이어 술을 빚고 있는 셈인데 경영이 어렵다는 명인의 진심어린 걱정의 눈빛에 안타까움이 느껴집니다.

옛날 금(金)을 캐던 땅에서 물이 솟아 더한 보물을 얻었지만 현재 전통주가 처한 상황은 매우 어렵다고 합니다. 일본에는 샤케, 중국에는 고량주, 유럽에는 와인, 러시아에는 보드카가 있듯이 우리나라도 과하주를 국가적인 차원에서 지원해 주고 관리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다행스럽게도 과하주 공장은 주변 환경이 매우 양호한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괘방령 장원급제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사명대사길과 연계할 수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풍광이 좋은 기날 못과 그 주변 둘레길을 정비해서 과하주 공장과 연결하면 관광자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한편 과하주는 숙취가 없고 갈증을 해소하며 적당량을 섭취하면 혈액순환을 도와 신경통이나 고혈압에 좋다고 합니다. 전국에 폭염특보가 발효중인 가운데 올여름은 최악의 여름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이런 폭염을 무사히 넘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과하주(過夏酒)를 곁들여 직지상가의 산채정식과 지례 흑돼지로 무더위를 이기는 여름밤을 만들어 볼까 합니다.

과하주에 대한 소개 말로 글을 맺겠습니다. 과하주는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제 11호로 지정되었습니다. 기능 보유자는 식품 명인 17호인 송강호 선생입니다. 지금의 제조장은 김천시 괘방령로 1178-4 기날 못 입구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편집부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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