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의 계엄령 문건으로 나라가 몹시 시끄럽다. 그 문건 작성이 일상 업무냐 아니면 특별 업무냐를 두고 말들이 많지만 어느 경우든 기무사의 정상 업무는 아닌 것 같다. 

대통령 탄핵이 기각될 경우 촛불 민심이 폭력화할 것에 대비해서 문건을 작성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공감을 얻기 어렵다. 만일 그런 상황이 도래하여 사회가 혼란스러워진다면 경찰이 질서를 잡으면 되는 것이다.

우리는 두 번에 걸쳐 군사 정변, 즉 쿠데타를 경험했다. 1961년 박정희가 주도한 5.16 쿠데타가 첫 번째요, 1979년 전두환의 12.12 사태가 그 두 번째다. 물론 우리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군사 정변이 더 있다. 해방 이후만 놓고 보면 위 두 경우다.

기무사가 작성한 계엄령 문건이 어느 선까지 보고되었으며 그것이 내란 음모의 혐의까지 씌울 수 있을까는 심층적인 조사 뒤 밝혀질 것이다. 당시 한민구 국방장관, 장진규 육참총장, 조현천 기무사령관 등 군 지도부가 수사 대상자로 떠올랐다.

문제의 심각성을 간파한 문재인 대통령은 여름휴가 중에 이례적으로 이석구 기무사령관을 경질하고 그 자리에 남영신 특전사령관을 임명했다. 그러면서 기무사령부를 '해편(解編)'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창설준비단이 출범, 본격적인 해편작업에 들어갔다.

여기에 나오는 '해편'이란 단어를 놓고 설왕설래(說往說來)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말은 잘 쓰지 않는 것이고 따라서 국어사전에 등재되어 있지도 않은 단어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만들어서 쓴 단어라고 할 수 있다. 대통령의 조어(造語)!

'해체', '해산', '개편', '개조' 등 유사한 단어가 많음에도 굳이 '해편'이란 단어를 쓴 것에서 대통령이 한 고민의 일단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한자는 뜻글자이기 때문에 글자를 결합하면 곧 새로운 뜻으로 탄생한다. 언어는 습관이란 말이 있듯이 사용하다 보면 일상어가 된다.

'해(解)'는 여러 가지 뜻을 가지고 있다. 풀다, 풀이하다, 깨닫다 등의 뜻으로 많이 사용하고 또 떼어내다, 떨어지다, 쪼개다 등의 뜻으로도 쓰인다. 후자에 방점을 두고 생각한다면 '분해하여 나눈다'는 의미가 다분하다.

'편(編)'도 마찬가지다. 이것의 1차적 의미는 엮다, 얽다, 짓다 등이고 2차적 의미는 만들다, 조직하다, 편성하다 등이다. 그러니까 이 글자는 흩어져 있는 것을 모을 때 쓰는 글자이다. 특징은 가시적(可視的)인 것을 하나 되게 할 때 자주 사용한다.

그렇다면 '해'와 '편'은 서로 대립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할 것이다. 그동안 정치적 군 조직이란 말을 들으면서 까지 고유 업무에서 일탈한 일을 서슴지 않던 기무사를 새롭게 하는 데에 '해편'이란 단어를 쓴 이유가 뭘까.

해체가 아니고 그렇다고 재편도 아닌 '해편'이란 단어를 쓴 이유는 첫째, 군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재량을 개방해 놓기 위해서이다. 둘째, 뜻이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은 단어를 씀으로써 군 개혁 작업에 대한 기대를 증폭시킬 수 있다.

국군기무사령부에 대한 국민의 인식은 불행하게도 좋지 못하다. 군사 및 방위산업 보완, 방첩수사, 대 간첩 및 대 테러 예방 등이 고유 업무다. 그러나 기무사는 정권과 결탁해 여론 조작과 민간인 사찰 등 국민의 바람에 반하는 일로 지탄을 받아왔다.

기왕지사(旣往之事) 문재인 대통령이 기무사 '해편'이라는 칼을 빼어 든 이상 기무사가 환골탈태(換骨奪胎)될 수 있도록 굳센 의지를 다져야 한다. 군 기득권 세력이 어떻게 나올 것인가에 대해서도 여의주시하며 대비해야 할 것이다. 정의와 진리가 경도된 사람들은 어떤 행동을 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발행인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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