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김천시 구성면 방초정에서....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덥습니다.
그래도 말입니다 이런 날 조금의 여유가 계시다면 멀리는 가지 마시고 구성면 상좌원에 있는 방초정(芳草亭)을 들러 보시면 어떨까요?

뭐 방초정의 역사나 건축방식이야
가보시면 상세히 기술되어 있어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또 역사에 문외한인 농부가 설명을 해봐야 이해하기도 어렵습니다.

저는 연못 이야기나 할랍니다. 방초정 앞의 연못을 
최씨담(崔氏潭)이라 부른답니다. 설명문에 보니 정려각 속의 
화순 최씨는 17살 때 하로 마을 (지금의 양천)에서 연안이씨 이정복에게 시집을 왔었는데 신행길에 그만 임진왜란이 터졌다고 합니다. 

최 씨 부인은 죽더라도 시집에서 죽는다고 시가(媤家)인 원터 마을로 오다가 왜병을 만났다네요. (역시나 일본 놈은 예나 지금이나 철천지원수들입니다)

왜병들이 겁탈을 하려고 하니 부인은 정절을 지키고자 연못에 투신하여 자결을 했답니다.
그때 최 씨를 따르던 석이(石伊) 라는 몸종도 연못으로 뛰어 들어 한날한시에 생을 마감했구요.
그 후 최 씨 부인은 당연하게
임금님한테서 열녀 정절비를 
하사 받았겠지요.

연안이씨 문중에서는 한날한시에 죽은 석이가 가련하게 보였던지 
충노석이지비(忠奴石伊之碑)라는 비석을 만들어서는 연못에 빠트렸다고 합니다. 죽은 원혼을
달래기 위함이었겠지요....
당시만 해도 신분이 엄격하게 구별되던 시대라서 그랬을까요?

전설로만 떠돌던 석이의 이야기가 
1975년 "최씨담" 준설공사를 
하던 중에 발견되어 380년 만에 모시던 주인의 정려각 앞에 석이의 
슬픈 비석이 세워졌다고 합니다.

에구...참으로 슬픈 비석이지요.

어제 다시 들렀더니 
베롱 나무는 여전히 붉더이다.
"忠奴石伊之碑"는 말이 없구요.

수백 년 전 석이가 목숨을 버리면서 후세에 누가 알아줄까 생각이야 했겠습니까만....

혹시나 
지나가는 과객(過客)들이 
알아준다면 얼마나 좋아할까요?
물론 저는 매일같이 지례로 출퇴근을 하며 저 곳을 지나치니 수시로 들린답니다. 갈 때마다 석이의 비석은 꼭꼭 본답니다.

그나저나 저도 진즉에 한문깨나 깨쳤다면 방초정에 올라서 한시라도 하나 지었을 텐데....
많이 아쉽네요.ㅎ

요즘은 세상이 변했는지 작은 문화재나 유적이 보이면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스토리를 입히더만요. 그것이 지방의 소도시가 사는 길이 아닐까요?

문홍연  gcilbonews@daum.net

문홍연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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