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희(시사평론가)

글을 쓴다는 것은 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마음을 있는 그대로 순수하게 드러낼 때에 글은 비로소 힘을 가진다. 마음이 혹시 울퉁불퉁하거나 삐뚤빼뚤하다고 하더라도 그 마음이 진심이라면 그것 조차도 공감을 이끌어낸다.  마음을 날것으로 드러내지 않고 이것저것 덧붙여 자신이 외부에 보여지고 싶은 대로 글을 인위적으로 꾸미기 시작하면, 글은 곧 그 자체의 매력을 잃어버린다. 

얼마 전 박해영 작가의 시나리오가 TV드라마가 되어 방영되었다.  그녀의 글은 김원석 감독과 이선균, 아이유 등 많은 배우들에 의해 형상화되었는데, 진솔한 글이 가지는 힘과 그 파급력에 다시 한 번 놀랐다.  

이 드라마에는 출생의 비밀을 가진 재벌3세나 백마 탄 왕자님이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그에게 상큼한 매력을 뿜어대는 콩쥐같이 착하고 예쁜 여주인공도 나오지 않는다. 

대신, 오늘 하루를 버텨내는 것도 버거워 보이는 중년의 아저씨와, 사채업자에 맞아 피멍 든 얼굴로 출근하는 21살의 파견 직 여직원이 그 주인공이다. 

그들이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위로하고, 치유하는 과정은, 불륜, 데이트폭력, 나이 차 등 스토리 상의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그 논란들을 무색케 할 만큼 빛나고 아름다운 과정이었다.

어른이란 무엇인가?  나는 과연 다른 누군가의 좋은 아저씨였는가?  회사에서 출세의 사다리를 헤집고 기어 올라가는 것보다, 내 주변에 "아무것도 아니다. 괜찮다."는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넬 수 있는 좋은 아저씨가 되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그 작가와 감독은 배우들을 통해 전하고 있었다.

드라마가 후반부로 가면서, 이 글을 쓰는 이 아저씨도 집 거실에서 주책맞게 눈물을 흘려가며 공감했고, 또 스스로 치유된 듯했다.

박해영 작가처럼 아름다운 이야기를 쓸 수 있는 능력은 없지만, 칼럼을 쓰는 지위를 이용해서 이 드라마를 추천할 수 있는 것에 만족한다. 

"괜찮다, 아무것도 아니다."

여러분들도 박동훈 부장과 이지안 씨를 따뜻하게 한번 안아주기 바란다.

김병희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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