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 사진관 집 이층

                                          신경림

신경림(시인)

사진관 집 이층에 하숙을 하고 싶었다.

한밤에도 덜커덩덜커덩 기차가 지나가는 사진관에서

낙타와 고래를 동무로 사진을 찍고 싶었다.

이무 때나 나와 기차를 타고 사막도 바다도 갈 수 있는,

누군가 날 기다리고 있을 그 먼 곳에 갈 수 있는,

어렸을 때 나는 역전 그 이층에 하숙을 하고 싶었다.

이제는 꿈이 이루어져 비행기를 타고

사막도 바다도 다녀봤지만, 나는 지금 다시

그 삐걱대는 다락방에 가 머물고 싶다.

아주 먼 데서 찾아왔을 그 사람과 함께 누워서

덜컹대는 기차 소리를 듣고 싶다.

양철지붕을 두드리는 소낙비 소리를 듣고 싶다.

낙타와 고래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싶다.

다락방을 나와 함께 기차를 타고 싶다.

그 사람이 날 찾아온 길을 되짚어가면서

어두운 그늘에도 젖고 눈부신 햇살도 쬐고 싶다.

그 사람의 지난 세월 속에 들어가

젖은 머리칼에 어른대는 달빛을 보고 싶다.

살아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첫날을

다시 그 삐걱대는 사진관 집 이층에 가 머물고 싶다.

* 경쟁의 사회다. 인간 본성은 따스한 것이라고 하던데, 경쟁 사회에서 그 본성을 잃어가고 있다. 과학의 발달에 힘입어 에어컨을 켜고 비행기를 타고 세계 각곳을 왔다갔다 하지만 역전 사진관 집 이층의 소박한 생활을 뛰어넘지 못한다. 경쟁이 틈입하지 않은 곳이 없다. 학교에서, 직장에서, 교회에서 심지어 가정에까지... . 시인은 그런 게 싫다. 그래서 다시 역전을 생각하고 그 근처에 있는 허름한 2층 집을 그려본다. 중요한 것은 1층엔 반드시 사진관 집이 있을 것. 기차는 레일 위를 달리는 탈 것이다. 사막과 바다를 기차로 달리는 것은 상상의 영역이다. 그곳에 사는 낙타 및 고래와 친구가 되는 유일한 길은 1층 사진관에서 그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2층, 1층은 사진관. 거기서 사막과 바다를 활보하고픈 시인의 마음을 읽는다. 양철지붕을 때리는 소낙비 소리는 우리의 순정을 일깨우는 소재다(耳穆).

craft-haim blog 사진

편집부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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