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기무사와 계엄령 - 김천일보 김천iTV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계엄령이 뭔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군인이 국가 또는 일부 지역의 행정권을 지휘 감독하는 걸로 알고 있다. 그러니까 천재지변과 반란, 전쟁 등 국가가 위난지경(危難之境)에 이르렀을 때 민간 정부를 대신해서 군인이 통치하는 것이다.

1979년 10월 26일, 영구 집권을 꿈꾸던 박정희가 부하 김재규의 총에 운명을 달리했다. 곧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쿠데타로 정권을 잡았다. 12.12 사건으로 알려져 있는 군사변란이다. 그리고 전국에 계엄령이 선포되었다. 중무장한 군인들이 요소마다 배치되었다.

대학에도 군인이 진주했다. 계엄령 초기에는 학생과 교직원들의 학교 출입 자체를 막았다. 학교 도서관에 자리를 잡아두고 책과 공부 도구를 두고 다녔었는데, 학교에 들어갈 수 없으니 갑갑할 노릇이었다. 이즈음 대학생들의 시위가 시작되었다.

군인이 국가 운영을 좌지우지하는 나라는 정상이 아니다. 5.16 군사 정변을 쿠데타로 규정하고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군인의 고유 업무는 국가 안위와 국민 보호이다. 그럼에도 정권의 호위병 역할을 하려 할 때가 없지 않다.

지금 ‘계엄령’이 화두(話頭)다. 박근혜 탄핵이 기각될 경우 촛불민심이 어떻게 폭발할지 모르니 계엄령 선포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무사령부에서 구체적 로드맵까지 준비해서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되었다고 한다. 정말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이다.

군인의 정치 개입은 후진국임을 말해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선진 제국에서의 군사 쿠데타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유사시 국가 질서유지는 경찰로도 충분하다. 이런 내용은 경찰공무원 복무규정에도 정확히 명시되어 있다.

“경찰공무원은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충성과 봉사를 다하며 국민의 생명 ‧ 신체 및 재산을 보호하고,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함을 그 사명으로 한다.”(경찰공무원 복무규정 제 1장 제3조 1).

21세기 대명천지(大明天地) 대한민국에서 계엄령 선포를 검토했다는 것은 또 다른 국기문란 행위이다. 정부는 사안의 중대성을 깊이 인식하고 이 문제를 샅샅이 조사하기 바란다. 누가 그것을 검토 준비하게 했는지, 어느 선까지 보고되었는지….

경찰의 할 일까지 침범해서 사회의 안녕과 질서를 위해 총을 들고 나온다는 것 자체가 위법이다. 더욱이 대통령 탄핵 기각으로 촛불 시민들의 폭도화를 가정하고 계엄령을 준비했다고 하니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자칫 제2의 광주사태를 또 겪을 뻔했다.

아직도 이 땅에는 변화의 물결을 애써 거부하고 군사 독재의 향수에 젖어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극우세력이 주도하는 태극기 집회에서 등장하는 계엄령을 선포하라는 구호도 독재 향수의 산물이다. 기무사의 계엄령 선포 준비의 많은 부분이 이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국군기무사령부의 전신은 보안사령부이다. 권력과 결탁해서 정치발전에 해악을 끼친 군 기관이란 비판에 직면해 있다. 전두환의 12.12사태는 보안사의 작품이다. 기무사의 사어버 댓글 조작 및 세월호 유가족 사찰 등은 그들 본연의 업무와는 거리가 먼 것들이다.

기무사의 계엄령 선포 준비 운운은 기무사가 권력 집단의 하수인으로 전락했음을 그대로 보여준다. 보안사를 개혁하겠다고 만든 게 기무사다. 개혁은커녕 보안사와 판박이다. 따라서 이제 기무사 개혁이 아니라 해체를 생각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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