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시평(59) - 귀소본능, 정말 투표 잘 해야 한다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억지라고 말할 사람이 없지 않겠다. ‘귀소본능’이라는 단어를 여기에 갖다 붙이면 말이다. 사전투표 첫날인 6월 8일, 나는 여덟 번의 기표로 나의 권리를 행사했다. 몇 가지 단상이 없을 수 없다.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하는 선거에 관심이 많은 나다. 지역 언론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후보의 면면들도 대강 알고 있다. 그렇지만 눈에 정확하게 잡히는 게 없었다. 마치 성에 낀 안경을 쓴 것처럼.

두툼한 책 부피의 선거 공보를 훑어보았다. 인내를 필요로 했다. 새로운 사실들도 밝혀냈다. 한 후보는 나보다 나이가 많은 것으로 생각했는데, 다섯 살이나 아래였다. 특히 범죄 기록은 사람을 다시 보게 했다.

이번 지자제 선거에서 우리 지역은 기표를 여덟 번 해야 한다. 국회의원 보궐선거로 다른 지역보다 한 번 더 도장을 찍어야 한다. 이럴 때 후보를 다 파악하고 투표를 하는 일은 쉽지 않다.

여기서 발동하기 쉬운 것이 연고주의다. 지연 혈연 학연 거기에다 요즘은 교연(敎緣)까지. 교연은 같은 종교를 가진 사람에게 무조건 표를 주는 것을 말한다. 정치 발전을 가로막는 요소들이다.

사전투표를 할 때는 여덟 개의 기표 용지를 받아서 한꺼번에 일을 처리했다. 솔직히 좀 어지러웠다. 내가 이 정도인데, 다른 사람들도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니, 더하면 더할 것이다.

본 선거 때(6월 13일)엔 한꺼번에 하지 않고 2차에 나누어 기표를 하게 된다. 1차 때 받는 투표용지는 넉 장이다. 도지사, 교육감, 시장, 국회의원. 그리고 2차 때 광역의원(도의원), 기초의원(시의원), 광역 비례대표, 기초 비례대표가 그것이다.

어지럽기는 마찬가지일 것 같다. 한 번 숙고해 보아야 한다. 선거는 국민을 위해 일할 가장 적당한 인물을 뽑는 것인데, 번호와 이름만 가지고 많은 사람들을 뽑는다면 과연 정확한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법적으로 규정되어 있다. 차제에 법을 고쳐서라도 선거를 나누어 실시한는 방법을 강구하면 좋겠다. 재정적 부담과 행정적 어려움 등이 따르겠지만 바른 후보를 선택하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겠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객지에 나가 있는 아이들에게 사전투표 인증샷을 보냈다. 혈기 발랄한 아이들은 투표의 의미보다 엄마아빠의 외양에 더 관심이 많다. 엄마 원피스가 예쁘다느니, 아빠 머리 염색을 하라는 둥…. 그들도 투표를 하고 답신으로 인증샷을 보내왔다.

시내에 볼일이 있었고, 가까운 곳에 사전투표소가 있었지만 내가 사는 지역의 투표소를 찾았다. 귀소본능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기표를 기다리는 10여 m의 줄이 보였다.

투표 종사자 한 사람이 외쳤다. 봉산면 거주하시는 분들은 이쪽으로 오세요. 기다리지 않고 줄도 서지 않고 투표를 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관외선거인(다른 지역 거주자)은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고, 관내선거인인 나는 바로 할 수 있었다.

기권도 자유라는 말로 자신을 합리화하며 멀리 떠난 주위 사람도 있다. 투표는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이다. 어떤 나라는 투표하지 않은 유권자에게 과태로까지 부과한다고 한다. 투표의 의무를 강조해서 나온 조치이다.

결국 나라와 지역을 움직여 나가는 것은 사람이다. 어떤 사람을 뽑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진다. 국민을 위한 길로 나아갈 수도 있고 개인의 영달에 집착하는 길로 나갈 수도 있다. 투표 정말 잘 해야 한다.

발행인 lmj228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