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솜씨하고는...."

제가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여태껏 살면서 흔들의자에는 
한 번도 앉아보지를 못했습니다.

축산업으로 먹고 살다보니 
흔들의자에 앉아 있을 일도
별로 없었고, 사실을 고백하자면 재주가 까짓것이라 흔들의자에 앉아 있을 자신이 없어서 일찌감치 농촌에 정착하여 축산업으로 먹고 사는지도 모르겠네요.

작년에 14.5평 관리사를 짓고 데크까지 만들고는 판때기가 
좀 남았길래 큰 맘 먹고 나무의자를 만들었습니다. 
내 딴에는 심혈을 기울였는데, 의자를 마주한 아내의 첫마디가 

"솜씨하고는...."

그런대로 봐줄만하지 않습니까?

이제부터는 저 나무의자가 
나를 기다릴 테지요. 어떤 날은 
혼자 앉아서 여기저기 밴드에다 글을 끄적거리기도 할 것이구요.
가끔가다 찾아오는 길손이라도 있다면 캔커피라도 따야겠습니다.

그리고 제 밴드에 자주 등장하시는 옆집 김영감이 밭에 오셨다 들리시면 냉장고의 막걸리라도 대접을 해야겠지요.

농부라서 정년퇴직은 없습니다만,
나이가 이만큼 들어서 세상을 돌아보니 사람이 살아간다는 게 
의자를 바꾸는 것이더군요. 
처음 작은 의자로 시작을 해서 직책이 올라가면서 비싼 회전의자로 폼 나게 바뀌더만요. 

그리고는 어느 날 퇴직이란 걸 하면서 이제는 다시 초등학교 때 앉았던 나무의자와 친해진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저도 이제는 딱딱한 나무의자와
친해질 나이가 된 듯합니다.

그랬답니다. 제가 만든 의자도 세월이 흘러가면 망가져서
어느 날 땅속으로 들어가겠지요. 

그래도 말입니다.
특히나 요즘 같은 선거판에서는
나무의자에 앉아서 세상을 
관조(觀照)하면 제법 괜찮은
그림이 그려지기도 한답니다.

편집부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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