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오늘도 나의 이야기는 
부항댐에서 시작됩니다.

아카시아꽃으로 시작을 합니다.

          아카시아꽃
                          /나태주

쑥죽 먹고 짜는
남의 집 삯베의
울어머니 어질머리.

토담집 골방의
숯불 화로 어질머리.

수저로 건져도 건져도
쌀알은 없어
뻐꾸기 울음소리 
핑그르르 빠지던
때깔만은 고운 사기대접에
퍼어런 쑤죽물.

꽃이라도 벼랑에
근심으로 허리 휘는
하이얀 아카시아꽃 피었네

***  ***  ***  ***  ***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풀꽃"의 시인 나태주 선생님은 
다 들 알고 계시죠? 여기저기 밴드를 다니다 보면 "풀꽃"이란 
시를 자주 마주하게 되는데
그 "풀꽃"시(詩)의 작자랍니다

사실 시가 짧아서 인용을 많이 하는 것인지, 아니면 진짜로 시가 
좋아서  인용을 하는지 저로서는 
알 수가 없는 노릇이구요.
좌우지간 나태주 전 교장선상님의 시들은 토속적인 두엄냄새가 
물씬 풍기더만요.

혹시나 밴드 친구님들은 
젊은 시절에 굶어 보신 적이 있는지요? 위에 적은 "아카시아꽃"을 읽고 있으면 옛날 보릿고개가 절로 떠오른답니다.

사실 저야 뭐 50년대 말에 
태어나서 밥을 굶었다는 기억은 별로 없습니다만, 나태주 시인은 45년생이라 보릿고개를 실감하며 사셨던 모양입니다.
멀건 쑥죽을 말씀하시니....
식구는 많고  양식은 모자랄 때
싸래기에다 쑥을 뜯어 넣고 아주 멀겋게 끓이지요. 이것을 쑥죽이라고 합니다.  
별식으로 드신다면 몰라도
드셔보시면 '글쎄올시다'입니다.

옛날 사람들은 보릿고개를 그렇게 넘기며 사셨지요. 연명했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 제가 자주 다니는 비밀스런 길이 하나 있습니다. 이름하여
부항댐 둘레길이라 하더만요.

요 며칠사이에 아카시아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이 곳을 
지날 때는 속도를 살짝 줄여보세요 
그리고는 살며시 차창도 열구요. 달착지근한 향기가 
바람을 따라서 들어온답니다.
 
손에 잡힐 것만 같은 향기가 
어느새 차 안에 가득 찹니다.
속된 말로"앗싸리하다" 할까요?
(아차 요것은 일본 말인데...취소)

잠시 코를 벌름거렸더니
아카시아꽃 향기는 다시 바람이 되어 날아가고 내 마음은 혼자서 춤을 춥니다 

룰루랄라♬

아카시아꽃 향기는 
언제나 갈바람을 따라 오더만요.
바람이 불어오는 저쪽은 
틀림없이 아득한 기억의 저편~ 
그리움의 고향이겠지요?

그렇답니다.
부항댐 둘레길은 온갖 것들로 오염된 후각마비의 세상에서 
나의 후각을 정화 시켜주는 
비밀의 정원입니다.

편집부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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