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했다. 당리당략보다는 먼저 국민을 생각해야 한다. 정당의 존재 이유이다. 보궐선거를 치르기 위해서는 오늘(5월 14일)이 사퇴 시한 마지막 날이었다. 오늘이 지나면 네 곳의 지역구는 국회의원 없이 1년 가까이를 보내야만 했을 것이다.

이런 표현을 쓴다면 철딱서니 없다 할지 모르지만 그야말로 아슬아슬했다. 아슬아슬함 뒤에 진행되는 일들은 더 많은 기대를 갖게 한다. 내가 사는 지역이 이번 국회의원 보궐선거 실시 지역구에 해당되어 더 그럴 것이다.

사사건건 대립만 하던 여야 정당들이 오랜만에 다수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아 고맙다. 이 번 일을 계기로 진일보한 국회운영을 기대하게 된다. 정치의 성숙이란 그렇게 거창한 것이 아니다. 오늘처럼 작은 것에서의 양보와 타협에서 시작된다.

기원 전 아테네 민주 정치를 생각해 본다. 지금부터 2천 수 백 년 전의 일이지만 선(善)이 이기고 악(惡)이 패하는 정치의 틀은 그들은 갖고 있었다. 정의가 이익 집단을 제어할 수 있었다. 데모스크라티아(demoskratia) 체제가 좋은 예다.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지자제 선거 하루 전 날 열릴 예정인 북미정상회담으로 선거 분위가가 예년과 같지 않다는 평가다. 그런 영향도 있겠지만 선거운동 자체가 시민들을 식상하게 한다. 네가티브 선거 전략의 영향이 더 크지 않나 싶다.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상대를 끌어내리고 보자는 식이다. '카더라 통신'이 판을 친다. 완전 막가파 식이다. 이런 풍토의 선거를 위해서 선거법이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승리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축제가 아니라 총알 없는 전쟁이다.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임한다.

오늘 모처럼 여야가 합의해서 국민에게 선물을 주었다. 보궐선거 미실시로 공백이 될 뻔한 네 곳의 대의민주주의를 메워 주었다. 이제 보궐선거 지역의 후보들이 여기에 응답해야 한다. 마냥 쾌재를 불러서는 안 된다. 차분하게 임해야 한다. 공명선거가 해답이다.

국회의원 보궐선거까지 치러야 하는 우리 지역은 다른 곳보다 상대적으로 더 뜨겁다. 그 뜨겁고 치열함이 공명정대한 선거운동을 내용으로 하면 좋으련만 그 반대여서 걱정이다. 각 후보들이 해야 할 일은 불법 선거운동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과 다짐이다.

이런 것은 어떨까. 상대의 단점을 들추어내기 보다는 장점을 칭찬해 주는 것, 후보는 자기 운동원들에게 착한 선거운동을 하라고 채근하는 것, 상대 후보의 열정적 선거운동에 박수를 보내며 여유를 부려보는 것, 이런 선거운동을 하면서 겨루는 승부가 진정한 승부가 아닐까.

우리 지역 선거구도 판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어떤 선거든 시민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가가 되어야 한다. 이기면 좋겠지만 패해도 보람을 느끼는 선거, 유권자는 그런 후보를 마음에 간직할 것이다. 선거를 일회성 경기로 생각하면 안 된다. 길게 봐야 한다.

발행인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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