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발달로 내리막길을 걷는 분야가 여럿 있다. 출판업도 그 중 하나다. 인터넷 사업의 선두 주자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트가 인터넷이 출판문화를 위축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호언했음에도 출판업의 침체는 우리에게 엄연한 현실이다.

독서가 국력이라고 아무리 강조해도 대다수 사람들은 눈을 책이 아닌 사이버 공간에 고정시키고 있다. 지난 세기까지만 해도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차 안에서 책 읽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지금은? 스마트폰의 게임에 몰입하여 재빠르게 움직이는 손들을 보게 된다.

이런 상황이니 출판업이 발붙일 공간이 점점 협소해진다. 서점은 출판한 책의 마지막 유통 통로다. 서점을 통해 책은 사람과 만난다. 출판계 불황은 서점의 불황과 직결된다. 중소 서점은 더욱 어렵다. 사이버 공간을 활용한 인터넷서점으로 인해 도저히 버텨낼 수가 없다.

우리 지역도 과거 한 때 서점의 수가 꽤 되었지만 지금은 거의 다 사라지고 말았다. 학생들 참고서를 취급하는 한 두 개의 서점만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적으로는 신자유주의, 사상적으로는 포스트모던의 시대라고 하지만 과연 바른 흐름인지 의문이 간다.

이런 시대 조류 속에서 세상을 거슬러 올라가기라도 하려는 듯 고고하게 버티고 있는 서점이 있다. 샘물기독서점, 메마른 땅에 샘물을 공급하는 마음으로 서점을 운영해 온 지 25년째다. 초창기엔 김천역 위 옛 터미널 근처에서 책으로 사람들을 만났다.

성내동 지금의 자리로 옮긴 것도 벌써 이십 성상이 훌쩍 지났다. 여의치 않은 출판계 사정으로 인해 책 판매에만 매여 있을 수 없다. 그래서 취급하는 품목을 대폭 늘렸다. 교회 및 기독교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거의 다 갖추고 있다. 주보용지, 액자, 각종 기념품까지... .

지금의 서점 터는 요지 중의 요지다. 시외버스 터미널이 바로 옆이고 농협 하나로마트가 길 건너에 있다. 돈만 생각한다면 벌써 업종을 변경했을 것이다. 그러나 돈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믿음과 인정, 따뜻한 마음을 나누며 살아가는 맑은 세상을 그리며 서점을 경영한다.

급할 때 달려가면 사전 통화라도 한 것처럼 찾는 게 준비되어 있다. 가깝게 지내는 한 목회자는 서점의 이름을 '여호와 이레'로 바꾸는 것이 좋겠다며 웃음을 터뜨린다. '하나님께서 준비하심' 결코 빈말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궁즉통(窮卽通)의 해결 장소, 이것만으로 소임을 다 하고 있는 게 아닐까.

임선영 대표는 철학이 분명한 사람이다. 마음이 따뜻해서 늘 베풀기를 좋아한다. 진리에 대한 탐심이 대단하다. 그렇다고 마냥 유약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불의에 분노할 줄 알고, 평화로운 세상을 희원할 줄도 안다. 책을 통로로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이런 바람의 과정이다.

노란 색을 바탕에 깐 임 대표의 명함 뒷면엔 이런 글귀가 인쇄되어 있었다. 손님을 끌려는 형식적인 내용이 아니다. 그의 섬기려는 마음이 잘 녹아 있어 신뢰가 간다. 상호 앞에 들여 쓴 '사랑과 정성을 다하는'이라는 문구가 그것을 웅변해 주고 있다.

"물품 구매시 포인트 적립(단 일부 상품 제외) / 단체주문, 다량물품 구매시 할인혜택 ex) 성경 액자 등등 / 필요하신 서적, 물품은 전화 주시면 빠른 시일 내에 구비해 드립니다."

샘물은 우리네 삶에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이것이 없으면 살아갈 수가 없다. 맑고 깨끗한 물을 전하는 심정으로 임선영 대표는 매일 매 시간 임하고 있다. 지역에 이런 작은 서점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책 구입할 일이 없을 때에도 지나가다가 들리고 싶은 마음이 인다.

혼자 서점을 경영하려니 시간 짬을 낼 수 없는 게 아쉽다. 봉사도 하고 싶고 배우고 싶은 것도 많은데 말이다. 작은 서점 주인의 업보라고 생각하고 기꺼이 감내한다. 주일은 쉬고 평일 일 보는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다. 혹시 모르니 연락을 취하고 가는 게 좋을 듯... .

취재부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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