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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위한 새로운 접근-고르디우스의 매듭 끊기와 풀기(3)정욱식(평화네트워크 대표)
편집부 | 승인 2018.04.16 06:37
한반도 문제 전문가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의 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위한 새로운 접근 : 그르디우스의 매듭 끊기와 풀기'는 장문의 한반도 비핵과 평화체제를 위한 보고서입니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4회에 걸쳐 연재합니다(편집자 주).

 

정욱식 대표(평화네트워크)

3. 대타협을 위한 과제들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역사상 처음으로 시도되고 있는 ‘탑 다운’ 방식의 협상 구도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이에 걸맞은 합의와 이행 체계를 만드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 냉정하게 볼 때, 4월 27일로 예정된 남북정상회담은 5-6월에 열릴 것으로 보이는 북미정상회담의 예비회담으로서의 성격이 짙다. 하지만 한반도 문제의 1차적인 당사국이자 북미관계의 핵심적인 중재자로서 한국의 역할과 이에 따른 남북정상회담의 중요성은 결코 작지 않다. 현재 확정적인 정상 외교 일정은 남북정상회담→한미정상회담→북미정상회담이다. 이러한 순서를 고려할 때,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에 관한 김정은의 의지를 명확히 확인하고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에게 이를 전하면서 북미간의 적대관계를 평화관계로 전환하겠다는 트럼프의 의사를 확인해야만 성공적인 북미정상회담으로 가는 다리를 놓을 수 있다. 남북·한미·북미 정상회담과 사전·사후 회담에서 논의되었으면 하는 내용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의 역사적 의미와 유용성을 공유하는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만 역사적 위업에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냉전 시대 가장 비극적인 전쟁이었고 65년째 ‘멈춘 상태’로 있는 한국전쟁을 공식적으로 종식하고 영구적인 평화를 만드는 것도 크나큰 업적이다. 또한 평화협정 체결은 북한뿐만 아니라 한국과 미국 및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가들의 안보 증진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미 양국은 한반도 평화협정을 비핵화에 대한 보상이라고 여기면서 비핵화 완료 이후나 이와 동시에 체결하는 방안이 주로 모색되어왔다. 이제는 다른 접근을 모색할 때이다. 평화협정 자체가 당사국들이 추구해야 할 공동의 목표이자 비핵화에 결정적인 추동력을 부여할 수 있는 유력한 옵션이라는 인식을 갖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즉,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통한 비핵화’라는 지금까지 한 번도 시도되지 않은 접근이 요구된다. 후술하겠지만, 평화협정 체결이야말로 고르디우스의 매듭 풀기와 끊기의 핵심이다.

둘째, 합의에 법적 구속력을 부여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한반도 문제 관련 합의들은 당사국들이 비준 절차를 밟지 않아 국내적, 국제적 법적 구속력이 취약했다. 이렇다 보니 대북 관련 합의들은 한국과 미국에서 정쟁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정권의 교체에 따라 합의 기반이 흔들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따라 향후 핵심적인 합의는 당사국들 의회에서 비준 절차를 거침으로써 연속성과 구속력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비준 대상이 되는 합의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한반도 평화협정이고, 또 하나는 한반도 비핵화의 최종 방식으로 한반도 비핵지대조약 체결을 추진하는 것이다.

셋째, 합의 이행의 시간표를 짜는 것이다. 과거의 합의들은 상호간의 공약들을 연계시켜 단계적으로 이행키로 하는 내용을 담았지만, 이행의 시간표는 거의 없었다. 이러다 보니 공약 이행 완료는 가시권에 들어오지 않고 상호간에 ‘시간 끌기’나 ‘시간 벌기’와 같은 언사를 동원한 비방전이 난무했다. 이러한 상황을 사전에 최대한 예방하고 합의 이행의 가시권과 구속력을 부여하기 위해 상호간의 공약 사항에 시간표를 작성하는 접근이 요구된다. 이와 관련해 본 보고서는 2018년을 전환기적 대타협을 이루는 해로, 2021년을 한반도 문제의 최종적인 해결의 해로 삼을 것을 제안하고 있다.

넷째, 역진 방지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과거의 합의들에는 당사국이 약속 불이행시 이에 대한 벌칙 조항이나 갈등 해결 장치가 없었다. 이에 따라 어느 일방의 약속 불이행에 대한 판단을 다른 일방이 자의적으로 하면서 합의 파기나 제제 조치를 부과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상황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두 가지 조치가 요구된다. 하나는 이란 핵 합의에 적용된 스냅 백(snap back)’ 조항을 북한과의 협상에 적용하는 방안도 강구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합의 불이행 논란이 불거졌을 때, 갈등을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것이다.

다섯째,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과유불급의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북미간의 제네바 합의와 북미 공동코뮤니케, 그리고 6자회담의 9.19 공동성명에서는 미국이 북핵 해결 합의시 대북 안전보장 및 북한과의 관계정상화를 추진하겠다고 해놓고선 핵문제 이외에 다른 조건을 다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탄도미사일, 생화학무기, 인권 문제 등이 대표적이었다. 이는 역류 현상을 수반한 핵심적인 요인이기도 했다. 향후 협상 및 합의 이행 과정에서도 이러한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이에 따라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합의는 촘촘하게 하고 이행은 철저하게 하는 구도를 마련해야 한다. 가령 북한의 핵무기 폐기가 핵심적인 목표라고 한다면,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 탄도미사일 및 위성 발사체 등에 대해서는 유연한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 또한 생화학무기와 인권 문제 등은 관계 개선의 조건으로 삼기보다는 관계 개선을 통해 점진적인 해결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여섯째, 6자회담의 필요성을 환기하고 조속한 재개를 추진하는 것이다. 2008년 결렬 이후 10년째 6자회담이 열리지 않으면서 이 회담에 대한 회의론도 커졌다. 북미정상회담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6자회담이 관심권 밖으로 밀려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6자회담 재개는 필요하다. 북한과 미국이 핵심 당사국이라고 하더라도 양자의 담판에만 의존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양측의 이견과 요구 사항의 불일치가 대단히 크기 때문에 이견을 조율하고 상호 만족할 수 있는 해법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6자회담이 여전히 유용한 틀이다. 또한 6자회담은 합의 이행에 다자적 구속력을 부여할 수 있고 다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아울러 6자회담은 한반도 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동북아 평화안보체제도 지향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일곱째, 방어 충분성전략적 갈등 방지에 입각한 한반도 군축 계획이다. 북한의 완전한 핵무기 폐기 및 부분적인 탄도미사일 폐기가 완료되면 한미동맹 대 북한 사이의 군사력 불균형은 더욱 심화될 공산이 크다. 이러한 가능성은 북한이 핵폐기에 주저하게 되는 핵심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의 핵폐기 수준에 조응할 수 있는 한반도 군축 계획도 마련해야 한다. 한미동맹과 북한이 ‘방어 충분성’에 입각해 병력 감축과 상륙형 무기 및 장비 축소를 중심으로 재래식 군축 협상 및 한미동맹의 우선적인 조치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특히 양측의 병력 감축은 적화통일 및 흡수통일을 시도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가장 확실히 입증할 수 있는 물리적 조치에 해당된다. 또한 한국에 배치된 사드 철수 계획도 마련해야 한다. 자칫 이란 핵협정에도 불구하고 유럽 MD가 강화되면서 미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이 한반도에서도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 합의와 한반도 기본(혹은 잠정) 평화협정 체결시 사드를 철수한다는 점에 한미가 미리 합의해둘 필요가 있다.

여덟째, 북미정상회담이 일회성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양자간, 다자간 정상회담을 가능한 자주 하는 것이다. 권력이 지배한다는 국제정치에서 지도자간의 인간적인 유대 형성이 획기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은 1980년대 후반 레이건과 고르바초프의 연이은 정상회담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특히 북한 체제와 북미관계의 특성상 양측 정상간의 인간적 유대 형성은 문제 해결에 가장 유용한 방식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끝으로 한반도 문제를 지정학 중심에서 지경학 중심으로 바라보는 패러다임의 전환도 요구된다. 역사적으로 한반도는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충돌하면서 지정학적 딜레마의 상징처럼 간주되어왔다. 하지만 시야를 달리 한다면 한반도는 세계 최대의 태평양 경제권과 풍부한 자원과 메가 프로젝트들이 꿈틀거리는 유라시아 대륙의 가교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지경학적 관점은 제로섬의 국제관계를 윈-윈의 국제관계로 전환하는 데에 대단히 유용하다. 또한 대북 제재 해제에 대해서도 새로운 관점을 불어넣어 줄 수 있다. 제제 해제는 북한만 이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과 미국과 일본을 포함한 여러 나라들에게도 경제적 기회를 제공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경학적 관점은 김정은의 전략적 결단을 유도하는 데에도 유용하다. 경제적 상호의존 증대는 북한의 안보 우려를 해소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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