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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봄꽃 사랑정규훈(시인, 총신대 교수)
편집부 | 승인 2018.04.16 06:31

봄꽃 사랑

                          정규훈(시인)

정규훈(시인, 총신대 교수)

봄꽃이 그리도 서둘러 문을 여는 것은
춥고 시린 세월을 보듬고 왔음이라
모진 바람 찬 서리가 온몸을 뒤흔들 때마다
부둥켜안은 향기는 풍선처럼 자랐어라

이파리의 만용도 용납 않고 뛰쳐나온 누리에
미처 다듬지 못한 화장마냥 야하다
가슴 속까지 훤히 다 보이고
준비도 없이 추락해 버리는
아, 사랑은 그렇게 곱더라
 
꽃이 그리도 서둘러 가는 것은
어느 따스한 봄날의 기약을 지키고 싶음이라

구름이 못 믿을 세상을 비껴 날아
제 돌아갈 하늘로 오르듯이-
가슴을 달구며 작열하던 태양
아름다운 황혼이 도둑처럼 다가오듯이-

세월이 파도처럼 험하게 울부짖음은
아직 태워야 할 정열이 남아있음이라

그래서 꽃이 그리도 헤프게 웃나 보다.
그래서 봄이 꽃보다 앞서 가는가 보다.

 

*봄은 꽃이다. 거기에 사랑까지? 시는 삼라만상(森羅萬象)의 농축이다. 그렇다면 시인은 그것을 주무르는 장인(匠人)이 되는 셈이다. 시인 정규훈이 그렇다. 봄에 피는 꽃을 계절과 잘 조응(照應)시키고 있다. 혹한의 칼바람도 꽃의 향기로 녹이고 있다. 그 매개물이 사랑이다. 사랑은 모든 것을 녹여 따뜻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꽃이 진다. 다음 봄을 기약할 수밖에 없다. 시인은 그것을 아쉬움이 아니라 작열하는 여름을 준비하는 봄꽃의 겸손으로 처리한다. 그렇다면 시인의 마음은 계절을 지배하고 온 천하를 노닌다 할 것이다(耳穆).

편집부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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