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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위한 새로운 접근 : 고르디우스의 매듭 끊기와 풀기(1)정욱식(평화네트워크 대표)
편집부 | 승인 2018.04.13 12:03
한반도 문제 전문가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의 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위한 새로운 접근 : 그르디우스의 매듭 끊기와 풀기'는 장문의 한반도 비핵과 평화체제를 위한 보고서입니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4회에 걸쳐 연재합니다(편집자 주).

 

정욱식 대표(평화네트워크)

1. 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가?

기실 새로운 접근은 이미 시작됐다. 남북한은 2018년 2월과 3월에 걸친 특사 교환을 통해 “4월말에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특사단을 통해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가능한 빨리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고, 트러프는 “영구적인 비핵화를 위해 5월 이내에 만날 것”이라고 화답했다. 또한 북한은 미국과의 직접 접촉을 통해 “비핵화 협상”에 임할 의사가 있다고 전달했고, 트럼프는 “5월이나 6월초에”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질 것이라고 확인했다.

이는 기존의 외교 문법을 완전히 뒤바꿔놓은 것이다. 1990년 초반 북핵 문제가 대두된 이후 협상 구도는 철저하게 ‘아래로부터 위로 가는 방식(bottom-up)’이었다. 하지만 과거의 협상은 최종적인 문제 해결 및 북미정상회담의 문턱 앞에서 번번이 좌절하고 말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위에서 아래로 가는 방식(top-down)’이 등장했다. 북미간에 낮은 수준의 대화조차 없던 상황에서 가장 높은 정상회담이 사실상 합의되었고 이후 북미 직접 접촉을 통해 실무적인 문제가 논의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 미국 대통령들이 북미정상회담을 ‘출구’에 두었다면, 트럼프는 ‘입구’로 가져온 셈이다.

북미관계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탑 다운’ 방식은 큰 기대와 함께 우려도 수반하고 있다. 두 지도자가 극적인 타결에 성공하고 추후 협상의 지침을 제시한다면, 70년간 지속되어온 한반도의 적대적 냉전구조와 25년간 지속되어온 북핵 갈등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대전환을 만들어낼 수 있다. 반면 서로의 입장 차이를 확인하고 이렇다 할 성과 없이 끝난다면, 한반도는 더 큰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 특히 북미정상회담의 실패는 추후 실무급 대화와 협상조차도 어렵게 한다는 점에서 ‘대화 없는 대결의 장기화’나 심지어 무력 충돌로도 이어질 수도 있다.이에 따라 탑 다운 방식의 유용성을 최대한 살리면서 그 위험성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절박한 시점이다.

일단 당사국들이 문제 해결을 향한 정치적 의지를 보이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기실 지난 25년간 북핵 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문제 해결에 실패한 가장 본질적인 이유는 좋은 해법이 없어서라기보다는 문제를 풀고자 하는 정치적 의지가 결핍된 데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반해 트럼프 행정부는 북핵 문제 해결을 최우선 순위로 삼고 있다. 김정은도 최근 “조선반도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라며, 비핵화가 최종적인 목표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그리고 남북관계의 발전이라는 한반도 평화번영의 3대 축을 다시 세우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해법의 절박한 필요성에 비해 이를 찾아내고 실천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당사국들의 문제 해결을 위한 정치적 의지가 커진 것 못지않게 각자가 생각하는 해법의 차이도 여전히 크다. 가령 트럼프 행정부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를 북핵 해법의 원칙과 목표로 제시하고 있고 문재인 정부와 아베 신조 정부도 이에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CVID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에도 실패한 접근법이었다.또한 트럼프 행정부와 김정은 정권은 각기 상반된 역사 인식을 바탕으로 1994년 제네바 합의와 2005년 6자회담의 9.19 공동성명 및 그 이행조치 합의들을 “실패한 합의”로 규정한다. 아울러 북한은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조치를 선호하는 반면에, 미국은 가능한 일괄적이고 빠른 비핵화를 선호한다. 일각에서는 북핵 문제 해법으로 ‘리비아 모델’, ‘이란 모델’, ‘우크라이나·카자흐스탄·벨로루스 모델’, ‘남아공 모델’ 등이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사례를 단순 적용하는 것은 불가하다.

이에 따라 본 보고서에서 제안하는 해법은 상기한 문제의식을 포괄하면서 지금까지 시도되지 않은 새롭고도 담대한 방안을 담고 있다.이를 위해 과거 합의들의 미지한 부분은 개선하고 적실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부분은 제외하면서도 여전히 유망한 요소는 포함시켰다. 또한 다른 나라나 지역의 사례들 가운데 한반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들도 포함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과거보다 더 강력하고 가시적이며 지속가능한 합의를 권고하려고 했다.

본 보고서에서 제안하는 해법의 백미는 ‘탑 다운’ 방식에 걸맞은 ‘최고 수준의 진정성의 교환’에 있다.여기서 ‘최고 수준의 진정성의 교환’은 두 가지 맥락을 품고 있다. 하나는 역사상 처음으로 북미를 포함한 핵심 당사국들 정상간의 합의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손에 잡히는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 합의이다. 이는 “고르디우스의 매듭(Gordian Knot)을 단번에 끊는 것”은 아닐지라도, 끊을 것은 끊고 풀 것은 풀면서 문제 해결을 도모해보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이를 위해 본 보고서에서는 당사자들이 서로 공유할 수 있는 공동의 목표를 재구성하고 문제 해결을 향한 정치적 의지를 뒷받침하면서 또한 이를 증진할 수 있는 ‘방법론’을 제시하는 데에 핵심적인 목표를 두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두 가지를 목적에 두고 있다.

하나는 상호간의 사이의 적대와 불신 관계가 바닥을 치고 평화와 신뢰 관계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변곡점’을 찾는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달성의 관건은 상호간 ‘불신의 악순환’을 ‘신뢰의 선순환’으로 대체할 수 있는 방안 찾기와 실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거꾸로 북한의 핵 포기 의지와 한미동맹의 대북적대정책 철회 의지를 가시적이고도 동시적인 이행을 통해 획기적인 신뢰 구축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하나의 목표는 여러 의제들과 상호간의 요구들이 얽히고설킨 협상 구도에서 그 실타래를 풀 수 있는 절묘한 ‘실 고르기’를 해보자는 것이다. 이는 ‘고르디우스의 매듭 풀기’에 해당되는 것으로써, “디테일 속에 있는 악마들”을 사전에 제거할 수 있는 치밀하고도 창의적이며 대담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 따른 것이다. 이 보고서에 담긴 정책 제안은 예상되는 난제들이 협상의 걸림돌로 작용해 또 다시 결렬이나 파국을 맞이하는 상황을 예방하고 포괄적 합의에 기초해 협상과 이행을 가속화해보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계속 이어짐).

편집부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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