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씁쓸한 밤이다. 자정이 가까워지는 심야에 또 한  사람의 전직 대통령이 구속 수감되었다. 그동안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이리 빼고 저리 빼면서 잘도 피하더니 검찰의 칼날을 피하지 못하고 결국 감옥으로 가고 말았다.

그가 꾀하려 한 요령을 검찰이 모를 리 없다. 또 전직 대통령이라고 해서 적당히 봐 주어 넘길 수도 없는 일이다. 법 앞에는 만인이 평등하다. 이건 듣기 좋으라고 있는 말이 아니다. 이번에 검찰이 제 역할을 하려고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맘이 쓰라린 것은 이명박이 구속된 데 있지 않다. 우리나라 지도층의 썩은 구석을 확증한 데 있다. 대통령 도지사 국회의원 정말 지도자연하는 사람들이 이래도 되는 것인가. 지도층이 바로 서 있을 때 국민은 희망을 가질 수 있는데 이렇게 악취들을 풍기고 있으니.

지도층이 비뚤어져 있으면 나라가 서서히 무너져 내린다. 역사가 주는 교훈이다. 천년 왕국을 누리던 로마제국이 그랬다. 가까이는 우리의 제1, 제3 공화국도 좋은 예다. 어쩌면 이명박 박근혜의 죄도 그 잔영일지 모른다.

대통령은 지도층의 정점이다. 역대 대통령 중 감옥을 갔다 오지 않은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는가. 이런 데도 나라가 유지되었다는 게 기적이다. 그 기적은 오로지 국민의 공이다. 고통을 감수하며 국민이 인내해 준 결과다.

지도자는 무엇보다도 정직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때 신뢰를 잃고 만다. '경제 해결사' 이명박은 돈에 대해 지극히 불투명했다. ‘법대로’를 외쳤던 박근혜는 법 농단을 서슴지 않았다. 두 전직 대통령이 동시에 영어의 몸이 된 것은 국격 그 자체로 비친다.

부끄럽기 짝이 없다. 편법과 불의가 통하는 나라는 정상적인 나라가 아니다. 빵 한 조각을 훔쳐 먹으면 구속되지만, 수 백 억을 꿀컥 삼켜도 떵떵거리며 살 수 있는 국가를 어떻게 정상적이라고 할 수 있나. 언제까지 이런 풍토가 지속되어야 할까.

두 전직 대통령의 구속이 이명박으로 마지막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더 이상 부정하고 불의한 일로 구속되는 대통령이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정말이다. 부탁한다. 세계가 한국을 주목하다가도 이런 사태 앞에서 아연(啞然)한다. 이게 무슨 나라 망신인가.

노블리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라는 말이 있다. 지도층 사람들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를 말한다. 많이 가졌으니 더 잘 하라는 것이다. 솔선수범하라는 것이다. 잘 나갈 때 조심하라는 경고의 장치가 오블리스 오블리주이다.

메뚜기도 한 철이라고 권력을 잡았으니 한 몫 하고 보자는 식의 행태는 국민을 철저하게 배반하는 것이다. 어려움에 허덕이는 서민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그런 불법을 저지를 수 없다. 권력을 이용해 거금을 거둬들일 수 없고, 또 그것을 사적으로 이용해 나라를 어지럽힐 수 없다.

노블리스 오블리주는 다른 게 아니다. 가진 자의 자기 헌신, 자기희생이다. 전쟁이 일어났을 때 참전해서 목숨을 잃은 영국 이튼 칼리지의 상류층 자제들을 허투루 보아 넘겨서는 안 된다. 생명을 가벼이 여겨서가 아니라 나라와 국민을 먼저 생각하기 때문에 나오는 결단이다.

두 전직 대통령 구속을 정치 보복 운운하는 사람들이 있다.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자유다. 그러나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조금이라도 생각하고 솔선할 마음을 가졌었다면 이런 구속에까진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 자업자득(自業自得)이란 말이다.

지금이 적기다. 적폐를 일소하고 나라의 틀을 새로 짜는 것 말이다. 그것이 정의 사회를 구현하는 길이다.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길이다. 여야 가릴 것 없이 국가를 위해서 여기에 힘을 모을 때이다. 기회는 자주 오는 게 아니다.

발행인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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